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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나는 용산 참사 현장에서 밤을 지샜다. 7시 집회 이후 대부분 시민들은 명동으로 갔었으며 나도 명동에 참가했다가 11시 즈음 되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분들의 차를 타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전철연 분들이 용산구청 앞 농성장을 보여 주었다. 그곳은 어둠이 칠흙같이 깔리고 전기와 물조차도 공급이 안되는 곳이었다. 한 분은 "구청에서는 현수막을 걸고 우리보고 민주 시민이 아니라고 한다"고 말하면저 용산 구청에 걸린 현수막을 가리키며 말 하였다.

 

참사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전철연 분들과 몇몇 시민들이 남아서 참사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시민들과 같이 밤을 지새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한 시민이 말하길 "이 정권이 국민을 위하는 정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손에 의하여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한다고 하였지만 소위 MB악법 등을 내놓으며 CEO식 일방주의 정책으로 일관하는 자세를 취하였다.

 

오전부터 넋을 위로하시던 스님 한 분이 보이질 않았다. 여쭈어 보니 잠시 들어가셨다고 하셨다. 시간이 지나자 몇몇 시민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어떤 이는 인터넷을 하였고, 또 누군가는 다른 이들과 대화를 하였다. 한 시민과 대화를 하던 중 이런 말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 시민은 춥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하였다. 그 말은 여러가지로 이해가 가능하다. 그동안의 안락했던 삶에 대한 당연함. 타오르는 열기를 다시금 보는 시민들의 마음이라든지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장에서 시민들과 밤에 불을 쪼이면서 침묵을 느꼈다. 침묵은 용산에서나 집에서나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소리가 너무 많아서 이루어지는 침묵 말이다.

 

어떤 시민은 "적어도 말이 통하는 사람이 정부를 잡는 세상, 꿈을 참답게 실현하는 사람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실천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길 삶이 편안해질수록 고민을 안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똑똑한 멍청이가 되었다고 말했다. 즉, 고민을 하기 위해서는 직접 부딪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좀더 넓은 관점으로 이 부조리를 읽어 보기도 하였고 그것에 대해서 수긍하는 시민도 있었다. 비폭력 불복종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모인 시민들과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와중에 하늘을 보니 어느새 밤을 넘어서서 새벽동이 터오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직 내일은 오지 않고 있다.


태그:#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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