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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서 바라본 방비엥
 강변에서 바라본 방비엥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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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방비엥((Vang vieng)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들어간 곳은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스무 살 정도의 얼굴이 검게 그을린 여자아이가 텅 빈 가게를 지키고 있는데 장사하는 사람치고 너무 표정이 없다. 김치찌개와 물을 시켜놓고 잠시 기다리니 거짓말처럼 음식이 우리나라 식당만큼이나 빠르게 나왔다.

가져온 김치찌개를 살펴보니 멀건 김치 국물에 김치와 두부가 들어 있다. 언뜻 보면 탕수육 소스에다 김치와 두부를 썰어 넣은 모양이다. 여기에다 스팀으로 찐 밥 한 공기가 전부다. 물론 공기밥값은 김치찌개와 별도로 계산을 해야 한다. 밑반찬이라고는 사 먹어야 할 물밖에 없다. 그렇지만 시장이 반찬인지라 김치냄새가 나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다.

점심을 먹은 후, 먼저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았다. 가방을 아직 못 찾은 관계로 우선 약간의 여름옷과 모자 그리고 세면도구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예약해 놓은 숙소로 들어가기 전 먼저 주변의 옷가게로 들어갔다. 하지만 물량이 빈약하여 원하는 물건을 산다는 것은 쉬울 것 같지가 않았다. 대충 물건을 고르고 값을 물으니 킵이라는 라오스 화폐 단위로 요구했다.

달러와 바트에 며칠 익숙한 터라 라오스의 화폐 단위인 킵으로 쉽게 환율이 계산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물건 값을 깎아볼 요량으로 흥정을 해보니 그들 또한 장사치인지라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건 값을 깎는 재미로 다른 데로 가려고 하자 서운하지 않게 조금 깎아준다. 물건의 질이 다르겠지만 이곳은 비엔티엔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라 할 수 있다. 반바지와 반팔 각각 2벌, 그리고 모자와 속옷을 샀는데 합쳐서 1만5000원 정도를 지불했으니 말이다.

오후 두시경 숙소에서 바라본 방비에
 오후 두시경 숙소에서 바라본 방비에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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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들러 짐을 내려놓고 창문을 열어보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왜냐하면 창문 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숙소 앞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 건너엔 방갈로와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예사롭지 않은 산들이 병풍처럼 서있지 않은가?

강물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산의 형태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신비한 형태를 하고 있다.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에 서 있는 기분이다. 이곳 방비엥은 석회암 지대로 병풍 또는 고깔모자 형태의 특이한 산들과 수많은 동굴이 발달해 있다. 이를 끼고 도는 메콩강이 빗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은 중국의 계림을 연상한다고 해서 소계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지인들이 강변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현지인들이 강변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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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강물이 흐르는 강가에는 현지인들이 나와 빨래와 목욕을 하고 있고 여행객들은 한가로이 뱃놀이를 즐기거나 자전거로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다. 강가에 허술하게 놓인 나무다리를 건너 강가와 주변 마을을 돌아보았다.

마을 곳곳에서는 병아리를 데리고 먹이를 찾아 헤매는 어미닭과 고삐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시골스럽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예전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마치 고향의 시골 닭들이 모이를 찾아 텃밭을 돌아다니고 어린 송아지가 뒷마당을 우습꽝스럽게 뛰어다니는 꿈속 같은 고향풍경이다.

그들의 산책길을 따라 주변의 골목과 강가를 한참동안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낯선 이방인에게 새끼들이 다칠세라 무척 경계를 하더니만 나중에는 별 신경을 안 쓰는 눈치다.

그들은 거침없이 주변마을을 돌아다닌다. 여러 마리의 소들이 떼를 지어 다니기도 하고 엄마랑 단둘이 돌아다니는 소들도 볼 수 있다. 분명 주인이 있는 소들 같은데 예전에 우리나라처럼 고삐를 잡고 좇아 다니는 주인이 없다. 순박한 이곳 사람들과 가족처럼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참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는 어미닭과 병아리
▲ 어미닭과 병아리들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는 어미닭과 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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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소들
▲ 소들의 모습 강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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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곳곳에는 허름하게 지어진 건물들이 많이 있다. 비교적 넓은 운동장에 아이들이 뛰어 노는 것을 보니 학교인 모양이다. 제법 덩치가 큰 아이들은 다 떨어진 배구네트를 쳐놓고 열심히 배구를 하고 있고, 어린 꼬마들은 커다란 나무 밑에 앉아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전등이 없어 교실 안은 어둠 컴컴하고 책상은 매우 낡아 있다. 칠판은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데 잘 지워지지 않아 분필가루가 잔뜩 묻어 있다.

교실을 나와 운동장 한 켠에 서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남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얼굴을 검게 그을린 채 구슬치기 또는  공차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고, 여학생들은 그늘이 드리운 건물 밑에서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다. 어쩌면 사람들 사는 모습이 이렇게 비슷할까? 마치 우리나라 70년대 학교 풍경을 보는 듯하다.

운동장의   놀고 있는 아이들
▲ 아이들의 모습 운동장의 놀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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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날이 저물어 아름다운 방비엥에도 어둠이 내리고 있다. 그 어둠을 몰고 저녁을 먹기 위해 읍내로 들어갔다. 읍내 거리는 상인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활기가 넘치고 이곳을 찾아온 여행객들로 거리가 북적댄다. 여행객 중 대부분이 유럽인이다 보니 마치 서양의 거리에 와 있는 느낌이다.

바비큐냄새가 진동하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매우 커 보였는데 꽤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다. 식당은 외국인들의 취향대로 등을 기댈 수 있는 푹신한 등받이가 있고,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도록 공간이 비교적 넓게 배치되어 있다. 여행객들은 편안한 자세로 등을 기댄 채 음식을 먹으며 TV를 보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돼지두루치기와 비슷한 음식을 주문하고 그 사이에 시원한 라오스맥주를 아내와 함께 한잔 비우자 여행의 즐거움이 막 살아난다. 전날 공항에서 가방 때문에 있었던 고민은 어느새 머리 속에서 지워지고 이곳의 분위기에 금세 젖어든다.

방콕에서부터 장시간 버스를 타고 온 여독이 어디에 남아 밀려 올 법도 한데, 방비엥의 아름답고 편안한 분위기에 동화되어 거짓말처럼 여독이 풀어지고 있다. 이곳 방비엥의 날씨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싸늘한 편이다. 그래서 밤에는 두터운 옷이 필요하다. 다행이 입고 온 옷은 두터운 겨울 잠바였는데 겉과 안을 분리할 수 있는 옷이기에 분리하여 입으면 딱 안성맞춤이었다.

이 식당에는 유럽의 젊은 여성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은 생각과는 달리 조용히 음식을 먹으며 TV를 보거나 책을 보고 있다. 간간이 거리에서 친구들을 만나 반가워하는 그들의 환호성이 기분 좋게 밤공기를 흔들어 놓을 뿐이다.

현지인들이 강가에서 빨래와 목욕을 하고 있다
▲ 저녁의 강가의 풍경 현지인들이 강가에서 빨래와 목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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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지 않은 한적한 방비엥의 거리,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이곳 사람들의 순순한 모습, 그 편안한 품에 안겨 밤하늘에 맑게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니 잡다한 일상의 번뇌가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다. 오늘 늦게 떠오른 저 둥근 달을 벗 삼아 밤을 지새고 싶지만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숙소로 돌아간다.

덧붙이는 글 | sbs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방비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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