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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이름도 모르는 남일당 주인 아저씨, 아저씨는 오늘(20일) 거기 안 계셨죠? 오늘 아침 뉴스에서 익숙한 그 가게를 보며 아저씨 걱정이 앞섰답니다. 기억하기 어렵겠지만 작년 겨울 10만원을 들고 아기 돌 반지를 사러 갔던 사람입니다. 저에게 "요즘 금값이 올라 10만원으로 돌 반지 사기 어려워"라고 말씀하시면서도 돈이 모자라 안절부절하는 저에게 "그냥 에누리 없이 주겠다"며 포장해 주시던 기억이 나네요.

 

뉴스를 계속 보다가 이미 많은 분들이 이주한 상태라는 말에 조금 안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좀 전에 현장에 가보니 또 다시 덜컥 겁이 납니다. 남일당 건물이 마치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처럼 보였으니까요.

 

깨진 유리창, 불에 탄 흔적들, 현장에 있던 가족의 생사 여부를 몰라 울부짖고 있는 아이와 어머니…. 그리고 폐허가 된 남일당을 보면서 다시 걱정이 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장에 있는 경찰들에게 사상자의 신원에 대해 물어봤지만 묵묵부답이네요. 주변에 계신 분들은 누가 죽었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며 분해하셨고 저도 답답한 마음에 가슴 치며 울었습니다.

 

 

새로 경찰청장이 된다는 김석기라는 사람, 청와대에 앉아있는 분께 사랑받고 싶어 그런 일을 밀어붙였나 봐요. 서울경찰청장 때도 촛불 시위대에게 강경하게 대응하더니 결국 이런 사고를 치네요. 철거민과 경찰관의 안타까운 죽음, 누가 책임지고 누가 보상할 수 있을까요.

 

농성하던 분들은 너무 답답하고 억울해 건물에라도 올라가 있으면 얘기를 들어줄 거라 생각하셨겠죠. 이 엄동설한에 강제로 내쫓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셨겠죠. 하지만 재개발업자, 해당 구청, 경찰과 정부는 그런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살려달라는 말이 생떼로 들릴 뿐이니까요. 건물에 올라선 지 하루도 안 돼서, 테러를 진압하는 경찰특공대가 쳐들어올 거라는 상상은 아무도 못 했을 것입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사람들을 내려오게 할 수는 없었는지…. 사람들이 옥상에 올라간 24시간동안 대화를 시도하긴 했을까요? 부딪히고 발에 걸리는 일은 다 밀어붙이겠다는 진짜 불도저가 오늘 그 현장을 쓸어버렸네요.

 

개발이익에 눈이 먼 사람들, 살인을 저지르고도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동안 철거민들에게 싸늘하고 무관심했던 우리들…. 이런 비극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년 만에 폐허가 된 남일당 앞에 와 섰습니다. 그때 가게에 축구공을 가지고 놀던 꼬맹이가 하나 있었는데 꼬맹이 이름이 '남일'이었을까요? 그 꼬맹이를 생각해서라도 오늘 아비규환의 그 불지옥 속에 아저씨는 안 계셨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일찌감치 옮기셨죠? 그리고 그 꼬맹이도 아직 웃으며 놀고 있겠죠?


태그:#용산, #폭력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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