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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대교, 현재 내륙을 연결하는 가장 오래된 다리로 강화도의 48번국도가 시작된다.
 강화대교, 현재 내륙을 연결하는 가장 오래된 다리로 강화도의 48번국도가 시작된다.
ⓒ 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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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청 앞 택시 정류소 풍경, 택시들은 콜이 올 때까지 대부분 멈춰서 있는다.
 강화군청 앞 택시 정류소 풍경, 택시들은 콜이 올 때까지 대부분 멈춰서 있는다.
ⓒ 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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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번 국도는 강화대교에서 시작해 섬의 북쪽을 가로지르는 가장 큰 도로이다. 강화군, 강화읍 등 시내 중심를 지나고, 북쪽의 '고인돌공원'과 '고려궁지', 남쪽의 '백련사'를 가는 코스도 이 도로를 거친다. 길을 따라 서쪽으로 중간쯤에 있는 '전원미술관'의 관장인 화가 유광상씨는 "48번 국도는 강화도의 대동맥, 척추와 같은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48번 국도에는 혈액순환문제가 있어 보인다. 강화군사무소 앞 택시정류장에 줄지어 서 있는 십 수 대의 택시들은 한참동안 멈춰서서 시간이 지나도 움직일 줄 몰랐다.

상가 곳곳에는 휴업중이거나 폐업 한 상점과, ‘임대’라는 표시를 한 다수의 상점들이 아이들의 앞니 빠진 자리처럼 어둡게 박혀있었다.

한 양화점의 가게 밖 가판대에서 장갑 하나를 골라 계산을 하려고 안으로 들어갔다. 인기척을 내고도 한참 지나서야 주인이 안쪽 별방에서 잠을 덜 깬 모습으로 나왔다. 물건을 밖에 내놓고도 신경을 쓰지 않을 만큼 그 가게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자영업자들의 경제사망

섬 전체에 6만8천명이라는 적은 인구가 사는 곳이지만 수도권과 가깝고 연간 230만명 정도(강화군통감 숙박기준)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강화군 중심지에는 각종 시장과 특산물 판매점이 들어서 있다. 왕복 6차선도로 주변에는 수십 개의 상가들이 성업 중이었다. 하지만 문을 닫은 상점이 눈에 띄게 많았고 '파격50%세일', '점포정리' 등의 문구를 써 붙인 상점도 있었다.

강화군청 지역경제 담당 임태섭씨는 "중앙시장의 경우 170여개의 점포 중 40%가 폐점상태"라고 한다. 그는 "적은 인구수에 비해 중대형 마트들이 많이 생겨 재래시장이 침체되었다"고 진단했다. 군청에서는 재래시장 현대화를 추진해 건물 리모델링, 주차시설확보 등 많은 투자를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강화군청 주변 번화가의 한 상점. 작년 6월2일부터 행사가 시작됐다.
 강화군청 주변 번화가의 한 상점. 작년 6월2일부터 행사가 시작됐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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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중앙시장 번영회 회장인 전동욱씨는 "2~3년 전부터 상점이 줄기 시작해 작년부터는 어려움을 체감한다"며 "마비상태나 마찬가지이다, 돈 있는 사람은 빠져나가고 남아 있는 사람은 마지못해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중대형 마트가 생겨 손님이 줄어든 것과 터미널 근처에 새로 생긴 '풍물시장'으로 인해 상권이 분리 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4대문(강화군의 동서남북문) 안쪽으로는 죽어가고 있는거지"라고 말해 그가 느끼는 절망감을 짐작케 했다.

상가 당 1.2개 상점 문 닫아

실제로 얼마나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거나 휴업중인지 알아보려고 인근지역 상가까지 직접 조사해 보았다. 48번국도 강화군 내 중심가의 주변의 건물 중 104개의 상가건물 안 751개의 상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폐·휴업을 한 상점은 모두 124개였다.

전체 상점의 16.5%가, 상가건물 당 1.2개의 상점이 문을 열지 않고 있었다. 문을 닫은 가게들은 노래방, 예식장, 술집, 음식점, 다방, 옷가게, 전자용품점 등으로 다양했고 폐업한 지 오래된 것은 2년, 최근은 3개월 정도 되었다.

중앙시장 근처 상가모습, 2층은 모두 폐업상태의 상점이었다.
 중앙시장 근처 상가모습, 2층은 모두 폐업상태의 상점이었다.
ⓒ 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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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은 상점들의 매매 상황은 어떨까. 군청 앞 '임흥모공인중계사'의 임흥모씨는 "예전에는 빈 상가 없었어, 오히려 구하기 어렵기까지도 했었지, 나도 이 자리 5년 기다려서 들어왔어"라며 "근데 지금은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서 매매거리가 없어"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적자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주변지역에서 신도시 개발계획, 송도-강화 간 다리건설, 경제 자유구역 신청, 조력발전센터, 골프장 건설, 연백-해주 연결사업 등의 여러 경제개발 계획이 시행되면 상황이 나아 질 것이라 예상했다.

이런 사업들이 지역경제발전에 조금은 도움을 주겠지만, 주변도시개발 사업은 오히려 강화도의 소비를 섬 밖으로 유출시켰고 각종 계발계획은 지가상승을 일으키는 부작용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역에서 소비가 줄면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땅값이 오른다면 임대자영업자들은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불확실성에 기댄 대책

이에 강화군은 '강화고인돌축제', '선원사논두렁연꽃축제', '고려산진달래예술제' 등 축제를 통해 외부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강화도의 주요 관광시설 입장객은 2004년 129만에서 2006년 119만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현재 김포, 검단 등 강화도 주변도시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를 곧장 외부 관광객 활성화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강화군의회 구경회 의장은 "교통이 편리해 지고 주변지역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사람들이 외지로 나가 쇼핑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주변도시개발에 따른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통계청은 2008년 상반기 자영업인 수를 594만 5000명으로 발표했다. 제조업 종사자 400만 명과 건설업 종사자 180만 명을 합친 수와 비슷하며, 전체 취업자 2300만명 중 25%가량을 차지하는 비중이다.

미국과 일본의 취업자 중 자영업의 비율이 각각 약 7%와 9%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중소 도시에서 시작된 자영업자의 경제사망은 국가산업 상당부분의 경제마비를 뜻한다. 이는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에 기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태그:#자영업, #강화도,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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