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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법이다. 이 사실을 일찍 알아챘던 시인 정지원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시를 만들었고, 안치환은 이를 노래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다. 2004년 노희경 극본의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역시 ‘사람’이라는 주어가 생략됐다고 볼 수 있다.

사람 말고 꽃보다 아름다운 것을 하나 더 꼽아보자면, 아무래도 이 가게가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없는 거 빼고는 다 있는 이 가게에서는 옷을 1000원에 살 수 있고, 책을 5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바로 기증받은 물품을 싼 값에 필요한 사람에게 팔고,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가게’다.

아름다운 재단 산하에서 2002년 10월 종로구 안국동에 1호 매장을 연 아름다운 가게는 2008년 재단법인 아름다운 가게로 새롭게 태어났으며, 현재는 전국에 95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전북 지역에는 전주(3)와 군산(1), 익산(1) 등 총 5개 매장이 운영중이다.

매장은 보통 2~3명의 상근 인력 외에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운영되는데, 이들은 서로를 ‘활동천사’라고 부른다. 물품 기증자를 ‘기증천사’, 구매자를 ‘구매천사’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다.

지난 14일 3년째 아름다운 가게 익산 영등점에서 ‘활동천사’로 활동하고 있는 소미아(49)씨를 만나 그녀가 ‘활동천사’로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우리사회에서 ‘나눔’이 갖는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40대 이후 주부에게 권하고픈 봉사활동

아름다운 가게 익산 영등점에서 3년넘게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소미아 씨.
▲ 소미아씨 아름다운 가게 익산 영등점에서 3년넘게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소미아 씨.
ⓒ 박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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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이 마흔. 한 가정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바쁘게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같은 세대 남자에 비해 40대에 접어든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가사 일에 전념해온 주부라면 아이들도 다 커가는 이시기에 불현 듯 사회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들곤 한다.

소미아씨의 시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40대 이후의 주부들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많은 시기이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둬서 그런지 사실 사회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아이들도 어느 정도 크고 나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요. 그러다보니 이제부터라도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게 아니라 남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정과 가족이 아닌 사회에 눈을 돌릴 즈음해서 언론에서 아름다운 가게의 투명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올해로 이제 ‘활동천사’ 4년차에 접어든 소미아씨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아이들에게도 교육적인 효과가 매우 크다며 특히 주부들에게 권하고 싶은 일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아름다운 가게 익산 영등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천사’ 가운데에도 주부들의 비중이 높다고 한다.

또 ‘활동천사’ 가운데에는 대학생들도 많은데, 처음에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봉사활동 점수를 채우기 위해 들렀다가 아름다운 가게의 매력에 빠져 계속 봉사활동을 이어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 봉사활동도 봉사활동이지만 정말(!) 싼 값에 책과 다양한 물품 등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가게는 경제력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유용한 가게가 아닐까 싶은데, 사실 주요 고객층은 주부라고 한다. 비록 새것이 아니더라도 필요에 따라 물품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분위기의 확산이 무엇보다 시급함을 느꼈다.

2호점 내는 것이 올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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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미아씨 ///
ⓒ 박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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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천사’들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매주 한번 가게에 나와 봉사활동을 하는데, 소씨는 화요일 오전 담당이다. 일주일에 4시간~5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지만 벌써 3년이 넘었으니 ‘활동천사’로 일해온 지만 600시간을 훌쩍 뛰어 넘는다.

그래서일까. 소미아씨는 아름다운가게 영등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2005년 7월 20일, 한 시민으로부터 매장을 기증받아 CGV 건물 안에서 가게 운영을 시작했던 때부터 지금(익산초등학교 정문 앞 가게)까지 함께 해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름다운 찻집 행사 수익금과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인테리어를 꾸몄던 작년 초, 관공서와 함께 ‘아름다운 토요일’을 운영해 물품을 기증받고 야외 나눔 장터를 벌이던 일들, 소미아씨에게 아름다운 가게는 봉사활동의 의미를 넘어 다양한 추억 그자체이기도 하다.

지난날을 생각하며 미소를 머금던 소미아씨가 갑자기 웃으며 올해의 목표를 밝혔다.

“매장을 기증받아 익산점 2호를 내는 게 올해 꿈이에요. 물론 지금도 아름다운 가게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 물품 기증도 알음알음 받고 있는 상태지만, 그래도 혹시 땅이나 건물 기증자가 나타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기증과 나눔 문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매장을 늘리고 싶어요.”

☞ 안타깝게도 가지고 있는 건물이 없어 2호점을 내줄 수 없었던 기자는 대신 아름다운 가게와 소미아씨를 위한 이 인터뷰 기사를 기부하기로 했다. 인터넷에 올라가는 기사인 만큼 ‘불펌’ 환영!’이란 말을 빼놓지 않았다.

봉사는 자기만족, 나눔은 더불어 사는 삶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열이면 열 똑같이 하는 말이 있다. 봉사는 절대 남을 위해 하는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바로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 하는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미아씨 역시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바로 자기만족이라며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아름다운가게의 ‘모토’이기도 한 나눔 정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소씨는 ‘나눔=더불어 사는 삶’이라고 정리했다.

“세상은 갈수록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로 변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만 들어도 온난화문제가 심각해지는데 이는 개인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아름다운 가게의 운동철학 중에 그물코 정신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바로 사람과 사람은 서로 떨어져 살 수 없고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세상은 함께 잘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그런 쪽으로 변해 갈 텐데, 나눔이야 말로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혼자 살면 재미없잖아요. 하하~”

소미아씨는 또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기부하고 필요한 사람이 싼 값에 그 물건을 사용하게 되면, 물건이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일도 없고 그게 바로 환경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 사는 삶은 우리 세대만 잘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다음세대도 잘 사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가게의 ‘되살림 정신’은 환경까지 고려하는 순환활동이라는 의미다.

앞으로도 아름다운 가게에서 나눔 정신을 확산시키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소미아씨.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아름다운 가게 역시 꽃보다 아름다움은 두말할 나위 없다.

☞  방 한 쪽에서 쓸모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책이나 다른 물품이 없는지 확인해서 이참에 나도 ‘기증천사’가 한번 돼봐야겠다.

아름다운 가게 익산 영등점은...
-제일 잘 나가는 물품이 무엇인가.
"보통 잡화류 새 것이 잘나가고, 책과 의류 등이 많이 나간다. 하지만 고객층이 주로 마니아들인데, 이들이 선호하는 종류는 다 다르다."

-어떤 분들이 주로 가게를 찾나.
"주부들이 가장 많고, 의외로 몇몇 남자 골수 손님들도 있다. 이주 노동자들도 의류와 가전제품을 많이 사간다."

-하루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
"대부분 물품이 500원에서 비싸야 만원이다. 때문에 매출이 그리 높지는 않다. 하루에 보통 20만원에서 30만원선이다."

-가게에 볼링공이 보인다. 특이한 기증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볼링공은 아무것도 아니다. 고가구를 비롯해 대금, 첼로 등도 기증품으로 들어왔었다."

-가게 한편에 있는 ‘되살림터’는 무엇인가.
"되살림터는 일종의 수선공장이라고 보면 되는데, 서울에서는 서울 모든 매장으로 들어오는 물품을 한 곳에서 수리해서 다시 매장으로 보내주는 되살림센터가 있지만 지역에서는 각 매장에서 직접 수리를 하거나 손질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때문에 각 매장에는 손재주가 뛰어는 분이 필수인데, 다행히 영등점에는 상근하는 뭐든지 잘 고치는 분이 계셔 걱정이 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봉사,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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