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구비구비 능선길...
▲ 진해 장복산 구비구비 능선길...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새벽 4시 40분쯤 잠에서 깨어 일어나 새벽을 깨운 뒤, 산행을 가기 위해 일찍 준비를 한다. 진해의 진산 장복산이라, 어떤 산일까. 진해 시루봉은 예전에 가 본 적 있지만 장복산은 아직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산이다. 처음 가는 곳은 언제나 설렘과 기대가 동반된다. 요즘 부쩍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다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제법 매서운 이른 아침 바깥 공기에 몸이 움츠려 든다. 날씨는 아주 맑음이다. 남양산 IC를 지나고 대동 IC, 장유 IC를 지난다. 곧 창원터널이 크게 입을 벌린다. 창원터널은 꽤 길다. 불빛이 있긴 하지만 하늘이 보이지 않고 꽉 막힌 답답한 터널을 통과할 때면 언제나 빨리 벗어나고 싶어진다. 오전 9시 40분, 창원터널을 통과하고 진해방향으로 접어든다.

진해시와 창원시를 경계짓는 안민고개

바위 능선길 따라 걷다...
▲ 장복산 바위 능선길 따라 걷다...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곧 안민터널이다. 안민터널을 통과하자 바로 진해시가지로 접어든다. 오늘 진해 장복산 산행 기점은 안민고개다. 안민고개가 어딜까. 처음 찾아가는 안민고개를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안민고개 길로 겨우 접어든다. 안민도로엔 앙상한 벚꽃나무들이 편백나무 함께 어우러져 도열해 있다. 앙상한 벚꽃나무 가지에서 나는 봄을 읽는다.

팝콘처럼 하얗게 꽃봉오리들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꽃구름을 이룰 봄을 맞은 듯한 설렘으로 가슴 벌렁거리며 안민고갯길을 넘는다. 안민고개 길엔 곳곳마다 나무벤치가 놓여 있고 주차장, 전망데크, 화장실 등이 있고 진해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안민고개에 도착, 창원시와 진해시를 경계 짓는 관문을 통과하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다.

안민고개...진해시와 창원시를 경계짓는...
▲ 장복산 안민고개...진해시와 창원시를 경계짓는...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안민생태교는 창원시와 진해시를 가르고 있다. 두 개의 도시를 가르고 있는 안민고개, 신기하다. 한 발을 어디로 내딛느냐에 따라 진해시가 되고, 창원시가 된다. 그 경계에서 우린 창원시와 진해시를 한꺼번에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안민고개 주차장은 응달이라 그런지 찬바람이 쌩쌩 분다. 예전에 장복산 입산을 금지하고 있어 산행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포장마차 아주머니한테 장복산 산행로가 열렸는지 물어본다.

아주머니는 ‘장복산은 입산금지라 등산이 불가능하고, 시루봉 등산로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계획을 바꿔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민고개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아저씨한테 다시 한번 묻는다. ‘올해부터 입산해제 되었습니다. 다녀오세요!’하고 말했다. 다행이다. 추위에 대비해 단도리를 해 안민고개 산행 들머리로 들어선다.

벚꽃 만발 봄을 상상하며, 스릴 능선길 올라

진해 장복산을 가기 위해 들머리로 접어들자 1분도 채 안 돼서 시루봉 가는 길과 장복산 가는 갈림길 앞에 선다. 우린 시루봉 가는 길을 등 뒤에 남겨두고 장복산 방향으로 접어든다. 이 길은 장복산 정상까지 2킬로미터 구간까지 왕벚나무 1500본이 식재되어 있는 길이다. 길 양쪽에 도열해 있는 벚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겨울 속에 봄을 느낀다.

벚꽃 만발한 꽃길을 상상하며 봄을 기대하며 가뭄에 먼지 풀썩이는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햐~ 신기하다. 이런 산행의 묘미도 있구나. 등산로를 따라 계속 걷는다. 왼쪽엔 진해시내와 진해 앞바다를 옆에 끼고, 오른쪽엔 대암산과 비음산, 정병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창원시내를 끼고 계속해 걷는다. 두 개의 도시를 양쪽에 끼고 걷는 능선 길이다. 얼마동안 오르막길로 이어지다가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바위 능선길...
▲ 장복산 바위 능선길...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위에는 구름 한 점 없이 쨍 하고 맑은 하늘, 양쪽엔 진해시와 창원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발밑에는 이 두 시를 가르는 장복산 능선길이 가파르게 눈앞에 펼쳐져 있다. 정상까지 2.5킬로미터 남겨둔 능선길,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바위능선이다. 위험한 스릴코스다. 제법 위태롭고 울퉁불퉁한 바위 등을 타고 조심스럽게 넘는다. 안전 밧줄 하나 보이지 않아 바위 틈새를 손으로 더듬어 잡고 바위들을 넘는다.

아슬아슬 스릴구간이 군데군데 펼쳐지는가 하면 다시 흙길로 이어지다가 다시 암릉 구간이 나타나곤 해서 장복산 정상까지는 제법 긴 능선 길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없다. 이 능선구간을 걸으면서 남편은 즐거운 탄성을 가끔 내지르면서 상쾌하게 걷는다. 능선 길에서 바위 위에 앉아 잠시 휴식한다. 햇볕이 따사롭다. 강추위는 조금 누그러졌는지 바람이 차지만 살을 에는 칼바람은 아니다.

진해시와 창원시를 양 옆에 끼고 걷다

바위 능선길을 넘으며...
▲ 장복산 바위 능선길을 넘으며...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바위 위에 앉아 바라보는 진해시내와 은빛으로 눈부신 바다, 그 뒤로 점점이 박혀 있는 크고 작은 섬들, 저 멀리 거가대교 공사 장면도 보인다.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멋진 풍경이다. 산길을 걸으며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그 기쁨은 배가 된다. 창원시내 쪽은 크고 작은 산들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아 조금 답답해 보인다.

자꾸만 내 눈길은 쪽빛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진해 쪽으로 눈길이 가 닿는다. 바람능선을 따라 계속 걷는다. 걸어 온 길을 돌아보아도, 앞을 내다보아도 긴 능선 길은 멋지게 펼쳐져 있다. 덕주봉(11:45, 502미터) 도착, 덕주봉은 높은 바위로 되어 있는 데다 위태로워서인지 바위 끝을 따라 철제난간을 만들어 놓았다. 바위구간을 지나 11시 55분, 정자 쉼터에 도착, 다시 흙길이다.

능선길...
▲ 장복산 능선길...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능선길에서 진해 바다를 보며...
▲ 장복산 능선길에서 진해 바다를 보며...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햇살이 마른 풀잎들 위에 바람과 함께 놀고 있다. 바윗길과는 또 다른 나른 나른해지는 따사로운 햇살 능선길이다. 12시 10분, 헬기장,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능선, 제법 긴 능선 길이다. 정상이 어디지?! 몇 개의 구불구불 능선 길을 올랐다가 내려갔다가 또 올랐건만 정상은 멀리서 손짓하고 있다. 그래도 이 능선 길엔 지루함이 없다.

진해시와 창원시 경계에 있는 장복산, 그 바윗길은 스릴 있는 데다 길은 비좁고 양쪽엔 거의 벼랑이다. 어느 정도 긴장감을 갖고 걸어야 하는 길이다. 바위구간을 지나자 다시 흙길이다. 비좁은 오솔길이지만 억새와 벚나무가 어우러진 길이 다시 이어진다. 장복산 정상이 저만치 보인다. 두 번째 정자쉼터를 지나 계속되는 능선 길을 걷는다. 이젠 제법 오르막이다.

먼지 풀썩 풀썩한 오르막을 한참 걷다보니 등에 땀이 축축하다. 오르막길을 지나 바위 아래 잠시 휴식, 땀을 조금 식히고 다시 출발, 얼마쯤 가다보니 정상이 보인다. 다시 바위구간이다. 낮 1시 정각, 장복산 저상 도착, 위험스러운 정상 구간을 나무계단 설치 공사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장복산 정상엔 정상표시석이 있고, 태극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장복산(높이 582미터)은 경상남도 진해시와 창원시 경계에 있는 산으로, 산 이름은 삼한시대에 장복이라는 장군이 말 타기와 무예를 익힌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 진해시를 병풍처럼 둘러싼 산 일대 88만 여 평의 넓은 녹지대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산정에서 진해시내와 앞바다, 크고 작은 섬들, 창원시내와 마산, 마창 대교 등이 정상에서 조망된다.

능선길에서...
▲ 장복산 가는 길 능선길에서...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정상...
▲ 장복산 정상...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장복산 정상 근처 바람이 들지 않는 바위틈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도시락을 먹는다. 산행의 즐거움 가운데 먹는 즐거움을 어찌 빼놓을손가. 힘든 산행 길에서 정상에 도착한 기쁨, 거기에 점심 도시락을 먹는 즐거움이 있어 더욱 좋다. 진해시내와 은빛으로 빛 부신 바다를 바라보며 도시락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난 뒤 바다를 내려다보며 쉰다.

아침에 등산길에 접어들 땐 저쪽 시루봉 쪽 동편 바다에 빛무리를 일으키던 햇살이 이젠 점점 자리를 옮겨와 이쪽 바다 끝에서 은빛으로 눈부시다. 저녁이 될수록 서쪽 하늘가를 물들이며 꼴깍 넘어갈 것이다. 제법 오래 앉아 있었나보다. 이제 온 길로 해서 하산해야 한다. 제법 긴 능선 길이었으니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서두른다.

어느새 오후 1시 45분이다. 헬기장을 지나고 정자 쉼터를 지난다. 이젠 암릉구간을 지날 땐 높고 위험한 바위 등을 타지 않고 비탈길이지만 옆으로 비껴 나 있는 오솔길로 걷는다. 조금 쉽다. 장복산 정상에서 멀리 보이던 시루봉이 점점 가까워보인다. 저 멀리 동쪽 끝에서부터 천주봉, 시루봉, 웅산, 안민고개, 덕주봉, 장복산 능선이 길게 이어져 있다. 길을 걷다 땀이 나면 잠시 휴식하고 다시 걷는다.

청춘남녀 데이트코스 1번지, 드라마 촬영지 안민도로

출발지인 안민고개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3시 35분이다. 하산 시간은 등산시간보다 좀 빨리 도착한 것 같다. 안민생태교를 지나 진해시가 내려다보이는 안민도로를 간다. 안민도로는 진해 대야동에서 산 정상까지(해발 331미터) 약 5.6킬로미터에 이르는 도로이다. 도로 양쪽으로 긴 세월을 가늠케 하는 벚꽃나무들이 도열해 있는데다 편백 등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안민고갯길엔 오래된 벚나무들이 도열해 있고 차도 옆 인도는 나무 바닥 길로 시민들이 산책하고 운동하며 걷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미끈미끈하게 잘 자란 벚나무들은 푸른 하늘 아래 앙상한 나뭇가지를 뻗고 있다. 잎도 없이 꽃도 없이 앙상하게 서 있지만 이 나무들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벌렁 벌렁거리고 설렌다. 마치 봄이 당도하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겨울 한 가운데서 봄을 예감한다. 봄을 느낀다.

장복산 능선에서 내려다본 진해시가지...
▲ 장복산 장복산 능선에서 내려다본 진해시가지...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안민도로...산책길에 보이는 안민마루...
▲ 장복산 안민도로...산책길에 보이는 안민마루...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벚꽃 만발한 봄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까. 데이트코스인 데다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한 안민도로 중턱쯤에 차를 대놓고 잠시 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나무 바닥재로 된 길, 오랜 세월 동안 관광객들과 진해시민들의 사랑과 시선을 받아온 벚나무들, 은빛으로 반짝이는 진해 앞바다와 진해시가 한눈에 내려다뵈는 산책로는 오후 시간에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야경 또한 멋질 것 같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안민마루(매점) 조망대 위에서 진해시가지를 바라보고 산책로를 걸어보다 다시 차에 오른다. 오후 4시 10분, 이제 출발한다. 진해시내 한가운데로 들어가 바닷가에 가 본다. 진해바다는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산 위에서 바라볼 때가 더 멋진 것 같다. 왔던 길을 따라 시내를 통과해 안민터널을 지나 집으로 가는 길이다. 양산에 접어들자 어둠이 물컹거린다. 해의 길이는 어느새 한 뼘 쯤 길어진 듯하다.

진해 장복산

( 1 / 20 )

ⓒ 이명화
산행수첩
1.일시: 2009년 1월 13일(화). 맑음
2.산행기점: 안민고개 주차장
3.산행시간: 5시간 10분
4.진행: 안민고개 주차장(10:25)-덕주봉(502미터, 11:45)-정자쉼터(11:55)-헬기장(12:10)-정자쉼터(12:30)-장복산 정상(1:00)-점심식사 후 하산(1:45)-정자(2:05)-헬기장(2:20)-정자(2:35)-덕주봉(2:40)-안민고개 주차장(3:35)

덧붙이는 글 | 2009.1.13(화), 진해 장복산에 다녀왔습니다.



태그:#장복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이 기자의 최신기사벗은 발은 자유롭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