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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롯데월드 허가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제2 롯데월드는 지난 94년,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 구상으로 추진됐으나, 국방부 등의 반대로 무산됐던 사업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이를 사실상 허용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을 비롯한 일부 보수 인사들도 나서서 이 사업 추진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이 사업에 대한 각계 인사들의 의견과 취재기사를 내보낸다. [편집자말]
서울 신천동 제2롯데월드 사업부지(1월 9일 촬영)
 서울 신천동 제2롯데월드 사업부지(1월 9일 촬영)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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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공항(서울공항)에 제2 롯데월드를 승인할 수 없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참여정부 시절 윤광웅 국방장관을 보좌했던 국방전문가 A씨는 12일과 1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제2 롯데월드 문제는 윤광웅 장관 재임 때도 쟁점이어서 논의과정에 참여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제2 롯데월드를 승인할 수 없는 진짜 이유'에 대해서는 "그것만 공개하면 모든 사람들이 왜 제2 롯데월드 신축을 허가할 수 없는지 동의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진짜 이유는)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말문을 닫았다. 

"성남공항의 전략적 역할 상실되면 공군 전력도 무력화돼"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에서 공군본부가 의원들에게 배부한 제2롯데월드 관련 보고서 안에 있는 제2롯데월드 신축 부지와 활주로 위치.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에서 공군본부가 의원들에게 배부한 제2롯데월드 관련 보고서 안에 있는 제2롯데월드 신축 부지와 활주로 위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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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롯데월드 신축' 건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부터 논의가 시작돼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3기에 걸친 지난 정부들의 최종 결론은 '신축 불허'였다. 군이 강경하게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 A씨는 "왜 지난 정부들이 제2 롯데월드를 허가하지 않았겠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렇게 밝혔다.

"성남공항이 가진 군사전략상의 중요 요소가 있다. 북한과 직결된 문제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은 물론 국회의원들에게도 공개하지 못한다. 이걸 공개하면 왜 제2 롯데월드 신축을 허가할 수 없는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북한을 매우 이롭게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정부에서도 송파구가 지역구였던 이근식 의원과 박계동 의원이 이와 관련된 답변을 요구했지만 그런 문제 때문에 설명해 주지 못했다"고 전했다.

당시 공군측은 제2 롯데월드 신축에 적극적이었던 이 의원과 박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 차례 대면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회 속기록을 검색한 결과, 당시 윤광웅 국방장관과 김장수 국방장관(현 한나라당 의원)은 두 의원의 신축 허가 답변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지역구 김근식-박계동 의원 '적극'... 윤광웅-김장수 국방장관 '반대'
'제2 롯데월드' 지난 국회 속기록 찾아보니
제17대 국회 회의록을 검색해보면, 제2 롯데월드가 들어설 서울 송파구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경제 효과나 지역구 민원을 거론하며 서울공항 이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이를테면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현 국회 사무총장)은 국회 예결위회의(2004년 12월 3일)에서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이렇게 물었다.

박계동 위원 "롯데가 송파구에 계속해서 몇 년 동안 높은 세만 내고 112층 세계 최고 고층빌딩을 하나 지으려고 그러는데 서울공항 때문에 안 되고 있다. 그런데 신축 부지의 3분지 2가 지금 비행 2구역, 안전구역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러는데 이 문제를, 이번에 설계변경을 통해 가지고 3분지 2의 구역 안에 있는 것과 구역 밖에 있는 3분지 1에다 짓겠다는 것이다. 아마 법적인 문제는 그렇게 되면 해결될 것 같은데 그래도 공군의 협력은 필요할 것 같다. 거기에 대해서 협력을 부탁드리는데 혹시 다른 검토사항이 있으면 말씀해 달라."

윤광웅 국방부장관 "최초에 현재 전 부지에 고층건물을 짓는다는 그런 계획을 군 당국과 협조를 한 결과 역시 비행안전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그 사업에 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박 의원 말씀대로) 밖에 지을 경우에는 우리 군도 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적극 노력해야 된다는 기본 입장을 먼저 말씀드린다. 그래서 검토해 보겠다."

역시 송파가 지역구인 이근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더 적극적이었다. 그는 국회 국방위(2007년 4월 16일)에서 김장수 국방장관(현 한나라당 의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근식 위원 "비행안전영향평가와 관련된 용역보고서대로라면 처음부터 공군이 주장한 안전문제 등 서울공항의 일부 비행절차 운영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그 비행절차를 조정한다면 초고층 빌딩은 건설이 가능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보는 측이 많다. 공군이 계속 반대로 일관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이 되는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김장수 국방부장관 "군의 입장에서는 일관되게 군의 입장을 요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이유는 롯데 건물 자체도 아마 수만 명이 거기에서 주거하거나 상주하게 될 것이고 또 앞으로 갈수록 비행기는 고속화되고 여러 가지 장애요인이 있게 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가 있는 사항이 되기 때문에 아마 군의 입장에서는 계속 군의 입장을 요구할 것으로 생각한다."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도 '불가' 이유 알고있다"

이어 A씨는 "내가 (참여정부 시절) 국방부에 들어가 보니까 제2 롯데월드 신축문제가 큰 쟁점 중 하나였다"며 "당시 나는 적절하게 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공군이 난색을 표하기에 그 이유를 보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내가 이해해야 정치권을 설득할 수 있을 것 아니냐는 논리를 펴며 신축 불허의 핵심 내용을 브리핑 받았다. 그후에야 왜 제2 롯데월드를 추진하면 안되는지 알게 됐고, 신축 불허에 동의할 수 있게 됐다. (참여정부에서 국방부장관을 지낸)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도 그 내용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직접 공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는 당시 공군의 브리핑 내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거론되고 있는 안전문제는 아니다"라며 "(롯데의 안대로 제2 롯데월드가 생기면) 전시 전투기 운용문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성남공항을 이전해서도 안되고 (활주로 등을) 변경해서도 안된다"며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전시상황에서는 항법장치 보강 등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남공항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곳"이라며 "성남공항이 전시에 갖게 될 중요한 전략 역할이 상실되면 우리 공군의 전력도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희 국방장관이 대통령 설득해 포기시켜야"

이상희 국방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 등 현안보고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희 국방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 등 현안보고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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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제2 롯데월드 신축을 허가하면 안되는 '가장 중요한 안보상의 이유'가 있음에도 이상희 국방장관이 이를 애써 무시하고 신축을 허가하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신축을 허가해주려고 한다면 국방장관은 '이런 이유가 있어 추진하면 절대 안된다'고 (대통령을) 설득해서 포기하도록 해줘야 한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그런데 이상희 장관은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이 장관이 합참 작전본부장, 3군사령관 등을 할 때 쟁점이 됐던 사안이다. 적어도 5~6년 이상 직접적으로 제2 롯데월드와 관련된 보직에서 일하면서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장관에게 보고까지 했던 분이다. 하지만 장관이 된 이후 국가안보와 직결된 부분을 지키지 못했다."

그는 "이것은 국방장관이 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며 "(이 장관이 태도를 변경한 것은) 경제가 괜찮으니까 반대하고, 경제가 어려우니까 찬성한다는 논리밖에 안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A씨는 국방부가 '활주로 변경 등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롯데 측이 부담한다'는 점을 들어 신축 허가로 태도를 바꾼 것과 관련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어느 상황이든 비용은 수익자 부담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국방부의 무리수가 개각을 앞둔 이 장관의 자리 보전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한호 전 공군총장 "서울공항이 무너지면 평화도 무너진다"

이계훈 공군참모총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 등 현안보고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계훈 공군참모총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 등 현안보고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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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은 1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제2 롯데월드가 세워지면) 안전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국회에서 진행 중인 사안에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앞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두고보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전 총장은 "국방부 등이 방침을 바꾼 점을 느끼고 있지만 공청회 등을 한다니까 (상황이) 일방적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주간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이 전 총장은 "지금 평화로우니 미래에도 평화가 보장되리라고 누가 자신하겠는가"라며 "서울공항(성남공항)이 무너지면 평화도 무너진다"고 '제2 롯데월드 신축 반대' 소신을 피력한 바 있다.

이 전 총장은 당시 "제2 롯데월드는 내가 작전참모부장·참모차장·참모총장을 지낼 때도 다뤘던 문제인데, 그때의 결론도 '안 된다'였다"며 "그런데도 최고 지도자까지 나서서 '다시 검토하라'고 했다니 총장들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명하복하는 군 특성을 살려 '예'라고 대답하라는 것인데, 이 답을 내놓은 순간 공군 지휘부는 내부로부터 권위를 잃게 된다, 국방부 장관이 단독으로 동의한다 해도 역시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지금은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최고지도자를 향한 충성"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제2롯데월드, #서울공항, #이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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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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