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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지막 언저리. 한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자신이 일 년 동안 산 책을 쭈욱 헤아려 보았는지.

 

‘결산을 해보니 50권을 훨씬 넘네. 고마워. 다 니 덕이다.’

 

친구의 문자를 받고 보니 문득 나도 궁금해졌다. ‘난 지난 해에 몇 권의 책을 샀을까.’ 친구에게 축하한다는 답문을 보내며 당장 나도 헤아려서 보고하겠다고 하였다. 지난해는 책을 별로 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유 없이 설레면서 몇 권일까 궁금해졌다. 내 아무리 책을 안 샀더라도 친구 정도야 샀겠지. 암.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흐미, 그 권수가 너무도 적었다. 친구와 비슷해도 평소 책사보기를 강조한 내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인데 이건 비슷도 아닌 한참 모자랐다. 40권도 안 되는 36권. 시중에서 산 책 몇 권을 보태면 간신이 40권 턱걸이 할까.

 

나는 이 초라한 성적이 믿기지 않아 혹시 헤아림에 착오가 있은 건 아닌가 하며 다시 세어 보았지만 많지도 않은 권수가 틀릴 리가 있나. 좌우지간, 권수가 적건 말건 친구에게 당장 답문은 보내야 하는데 50권은 언감생심 40권도 '될똥 말똥'이라고 문자를 보내려니 내가 꼭 사기꾼이 된 것 같아 뒷골(?)이 당겼다.

 

인즉슨, 친구와 난 일 년에 두 번, 방학 때면 애들 데리고 2박 3일씩 서로의 집을 오가는데, 이런저런 수다 끝에 내가 친구에게 늘 하게 되는 말은 ‘책이나 사라’였다. 삶의 불확실성과 불가항력, 혹은 아이들 교육과 이런저런 당면 문제들이 주는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 또 그 해법을 찾기엔 책만큼 좋은 게 없다며 강조했다. 그래놓고서 내 성적이 이러하니...

 

‘나한테는 해마다 한 수레는 못 읽어도 반 수레는 읽어야 되는 것처럼 말해놓고 그게 뭐야.’

 

친구의 지청구가 눈에 선했다. ‘음메, 기죽어’ 때문에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찾던 중 옳거니, 그것은 다름 아닌 지지난해 즉, 2007년의 구매량을 세어 보는 것. 2007년엔 지난 해 보다는 더 산 것 같은 기억이 있기에 기대를 하며 계산 들어갔다. 1,2,3....30,40,50....80,90....96. 디브디도 좀 포함해서 총 96권이었다.

 

사실 친구가 ‘책 문자’를 보내오지 않았다면 그런 계산은 해보지 않았을 것인데 한번 헤아려보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돈 있으면 사고 없으면 말고, 기분 내키면 사고 안 내키면 안 사고가 아닌, 이제부터는 매월 정기적으로 일정 권수 만큼은 꼭 사보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한해 책 값으로 얼마를 쓸까

 

 

한 해 동안 산 책 권 수를 헤아리고 나니 문득, 남들은 일 년 동안 몇 권의 책을 사는지 궁금해졌다.

 

언젠가 누군가의 물음에 강준만 교수는 도서구입비로 ‘월 200만원’을 넘게 쓴다고 하였던가. 고정 독자를 가진 강교수는 그동안 쓴 책의 양으로 보자면 인세로는 학계에서 나름 재벌(?)이 아닐까 생각했더랬는데 책값만 월 200만원이라니. 강교수는 그렇고, 다른 교수님네들은 월 도서구입비로 얼마를 쓸까. 학자 아닌 일반인들은 또, 얼마를 쓸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은?

 

교수님네들의 평균은 얼마인지 나로선 모를 일이고 언젠가 교육방송에서 들으니 소위 책 벌레 소리를 듣는 일반인들의 경우 월 15~20만원을 쓴다고 하였던가. 사실 말이 쉬워 15만원, 20만원이지 다들 빠듯한 월급 받아서 책값으로 그렇게 지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 경우는 한번 주문할 때 보통 6~8만 원 선에서 사곤 하는데도 버거워서 매달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마음먹고 다른 부분을 줄이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 쉽지가 않다. 게다가 요즘은 물가가 비싸니 쓰고 남는 돈으로 책을 사려면 살 수가 없다. 때문에 책을 사려면 월급 들어오자마자 바로 사 버려야 한다. 그러지 않고 어영부영 하다보면 생활비의 바닥이 보이고 책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게 된다.

 

마치며....

 

위에 언급한 친구는 지난해 처음 본격적으로 책을 사기 시작했다. 그전엔 일 년에 글쎄 서너 권이나 샀을까. 난 남의 집에 가면 책꽂이부터 살피는데, 친구의 경우 몇 년째  봐도 책 수량에 별 변동이 없었다. 그랬던 친구가 드디어 발동을 걸었으니 올 해는 한번 달려 볼 만 하렸다.

 

‘그래, 올 한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해보자.’

 

과연 승자는 누가 될지.ㅎㅎ. 결론은, 책 사는 것도 습관인 것 같다. 자꾸 사다보면 더 사게 되지만 사지 않으면 일 년에 한권도 사기 힘든 게 책이기도 한 것 같다. 친구의 경우는 그 습관이 지난해 '딱' 붙어 버린 것이고. 아무튼, 책을 살 ‘배추잎’으로 볼 때는 내가 심히 불리하기에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이왕이면 상품도 걸고 해볼까.


태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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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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