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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동안 우리 사회는 '언론관련7대 법안'으로 상당한 파열음을 경험했다. '언론관련 7대 법안'을 '언론 7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언론노조는 파업, 민주당은 국회본회의장을 점거했을까?

 

이명박 정권이 재벌방송과 특정 신문 방송을 출연시키면서 언론자유 침해와 여론 독과점과 이념 독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터넷' 등장 이후 여론 공간의 영향력이 크게 확장되었지만 '텔레비전'은 아직까지 대중매체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텔레비전이 대중매체로서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정치권력이 방송장악 시도를 막아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텔레비전을 비평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뉴스와 드라마, 시사교양 모든 프로그램에서 비평하는 능력을 가질 때만 권력집단이 여론을 왜곡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준영이 쓴 <텔레비전 보기-시청에서 비평으로>는 이런 점에서 텔레비전을 단순히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비평'하는 능력을 갖추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된다. '시청에서 비평으로'라는 부제에서 보여주듯이 정준영은 텔레비전을 '필요 없으니 집에 치워라' 같은 텔레비전 무용론 같은 주장이 아니라 텔레비전을 '작품'으로 본다.

 

텔레비전이 작품인 이유는 장르와 관계없이 브라운관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프로그램드은 모두 제작진의 일정한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형식적인 질, 즉 표현의 방법에 대한 제작진들의 관심은 다른 예술가들의 활동과 다르지 않다. 텔레비전이 비평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이처럼 텔레비전이 작품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12쪽)

 

정준영은 '비평'을 좁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우리는 텔레비전을 시청만 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따위를 보면서 주인공과 내용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촌평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비평이라 한다.

 

인터넷이 새로운 여론 매체로 자리잡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가족과 동무들 사이에 나누었던 주인공과 내용에 대한 촌평과 이야기를 벗어나 지금은 적극적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전문가와 비슷한 식견으로 비평하는 능력을 갖춘 이들도 많아진 것은 매우 좋은 모습이다.

 

텔레비전은 '작품'... 적극적인 비평이 이어져야

 

정준영은 우리가 텔레비전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텔레비전은 하찮다 텔레비전은 현실을 반영하거나 반영해야 한다' 따위라고 말한다. 하찮은 텔레비전이므로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은 분명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텔레비전 영향력을 설명하기 위해 프랑스 사회철학자 부르디외(Pierre Bourdieu) 말을 인용한다.

 

"아직도 텔레비전을 의식하지 않고 시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실패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점점 더 텔레비전을 위한 시위, 즉 텔레비전 방송국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성격의 시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들의 지각 범주에 맞을 때, 그들에 의하여 시위는 중계되고 증폭되어 최대의 효과를 보게 될 것입니다."(31쪽)

 

텔레비전이 이렇다면 청소년과 어린아이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전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텔레비전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연히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효과를 논할 때 단지 프로그램 속에 담겨 있는 내용 뿐만 아니라 그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환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정준영은 말한다.

 

정준영은 대중매체가 거대 기업이므로 텔레비전이 미칠 정치적 우려를 제시한다. <텔레비전 보기>가 2002년에 나왔는데 2009년 대한민국 현실을 정확하게 예언한 느낌이 든다.

 

"일반적으로 거대 기업은 세금이나, 이자율, 노동 정책, 독점 규제 정책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국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또는 국가는 이들 기업의 가장 중요한 구매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 기업이 언론 기업을 통제하고 있을 경우 모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와 특수한 관계를 맺게 될 가능성이 당연히 높아진다."(61쪽)

 

텔레비전은 하나의 문화로서 우리 사회를 곳곳을 파고들면서 우리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각 프로그램과 방송사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하여 우리 자신들이 비평하는 일은 당연하다. 이 비평까지 막으려는 시도가 지금 자행되고 있으니 과연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는지 궁금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텔레비전 보기>-시청에서 비평으로 ㅣ 정준영 지음 ㅣ 책세상 펴냄 ㅣ 4,900원


텔레비전 보기 - 시청에서 비평으로

정준영 지음, 책세상(2002)


태그:#텔레비전,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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