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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아 등산을 하면, 산에서 만나는 사람은 악인이 아닌 선인쪽이 많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친절하게 안내하는 사람을 만나면, 대개의 경우 깊은 산사를 찾아가는 사람들이다. 깊고  깊은 산의 품에 자리하는 산문을 넘어 만나는 천왕문, 그 천왕문을 지키는 사천왕들은 절마다 약간 차이가 나지만, 매우 표정이 험악해서, 불교에 대해 아는 게 없는 경우는 대개 사천왕을 악신으로 오해하지 않을까.
 

 

그러나 안적사의 천왕문을 지키는 사천왕들의 표정은 매우 소박하다. 안적사는 천년 사찰,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기장군 기장읍 내리 692번지에 위치한다. 그래서 안적사는 여느 절과 달리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깊고 고적한 절이다. 신라 30대 문무당 원년(661)에 세워진 이 고찰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 14교구 본사 동래 범어사 말사이기도 하다. 
 
안적사는 규모가 큰 건축물의 사찰은 아니지만 부처님 진신사리탑과 대웅적 앞 석등, 그리고 대웅전 앞 호석, 종각, 반야문, 원통문, 삼성각, 설현당, 보림원, 안적사 사적비 등 볼거리가 많은 절이다.
 

 
대개 어느 절이나 있는 천왕문. 그러나  안적사 천왕문의 입구에는 특이한 모양의 나무가 이 천왕문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이곳의 사천왕의 표정은 소박하다. 그래서 평안함을 준다. 그 특별한 이유는, 신라시대에 이르러서 사천왕은 무섭지 않은 소박한 표정으로 안착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천왕은 천상계의 첫번째 하늘인 욕계 6천 가운데 제 1천인 사천왕천을 다스리는 왕들을 말한다. 동쪽의 지국천왕, 남쪽의 증장천왕, 서쪽의 광목천왕, 북쪽의 다문천왕을 이른다. 이는 불교에서 상징하는 하늘의 중앙의 수미산, 그 산 중턱에 동, 서, 남 북에 각각 천왕이 있어 그 지역을 관장하는 왕을 이른다. 곧 천왕문은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문이기에 이 문 밖은 하늘아래 천하가 되고 문안은 하늘 위, 즉 천상이 된다.
 
또 선(善)은 천왕문을 통과해도, 악은 절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의미도 있다. 각 사천왕들은 발밑에 악귀들을 밟고 있는데 이를 생령좌라고 부른다. 고대 인도에서는 초기에 귀족적인 상으로 표현되었다고 한다. 중앙 아시아로 거쳐오는 동안 갑옷을 입은 무장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얼굴 표정도 분노를 띠었는데, 그런 모습은 사천왕들의 무서운 힘은 악을 항복시키고 선을 보호한다는 의미. 
 

 
이러한 사천왕들은 각각 맡은 역할이 다르다. '지국천왕'은 동쪽을 수호하며 중생을 보살피고 국토를 지키는 왕. 몸은 동방을 표방하는 오행색인 청색을 띠고 있으며,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기만 맡는 음악의 신인 건발바와 부난다 신을 거느리며 항상 착한 중생을 보살펴 착한 이에게 복을 주고 약한 자에게 벌을 주며, 기쁨의 세계를 관장하면서, 계절은 봄을 상징하며 오행은 목에 해당된다.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있으며, 왼손은 주먹을 쥐고 허리에 대고 보석을 손바닥에 올려 놓았다.
 
'중장천왕'은 남쪽을 수호하며 자신의 덕망으로 만물을 소생시킨다는 왕이다. 몸은 붉은 색을 띠고 있으며, 노한(성이 난) 눈을 하고 있다. 구만다(사랑의 정기를 빨아먹는 귀신, 발머리에 사람의 몸을 취하고 있다)와 아귀를 거느린다. 사랑의 감정을 주관하면서 여름을 상징하고 오행은 화(火)에 해당되고, 오른 손에는 용을 움켜쥐고, 왼손은 위로 들어 용의 입에서 빼낸 여의주를 엄지와 중지로 쥐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서쪽의 수호신 광목천왕은, 악안(惡眼)이라 불리기도 한다. 수미산 중턱 서쪽에 있는 수호신. 갑옷을 입고 삼치창을 들고 있는데, 입을 벌린 채 눈을 부릅뜨고 위엄을 나타내어 나쁜 것들을 물리치므로, 광목 또는 악목이라 불리며, 여러가지 웅변으로써 나쁜 이야기를 굴복시키므로 잡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북쪽의 수호신, 다문천왕은, 다문천을 다스려 북쪽을 수호하며 야차와 나찰을 통솔한다. 분노의 표정으로 갑옷을 입고, 왼손에 보탑을 받쳐 들고 오른손에 몽둥이를 들고 있다. 비슷한 말로, 비사문천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안적사는 조선 선조 25년 임진왜란으로 전소된 적도 있다. 범어사 스님 묘전화상, 동치 12년 계유 11월 15일, 대웅전, 수선실 등을 경허, 해령 스님께서 중수를 하였다. 그외 많은 불자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대웅전, 삼성각, 수선실 2동, 사천왕, 범종조성, 후불목탱화, 지장목 탱화 등과 요사채 종무소 등 오늘의 대가람을 이루고 있다.
 
여래진신사리보탑은 재일불자 신수일씨가 소장하고 있던, 인도에서 천년전에 조성한 비로자나불상에서 수급한 부처님 몸에서 나온 사리를, 고향인 탐라 관음사 향운스님에게 증정한 것을 안적사 사리보탑 불사에 동참하여 불사리 3과를 기증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적사에는 재미난 창건유래가 있다.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수도의 길을 찾아 이곳을 지날 때, 숲속에서 난데 없는 꾀꼬리 떼들이 모여들었다. 두 스님의 앞을 가로막으며 어깨와 팔에 날아와 앉았다. 이것을 보고 두 스님은 이곳이 보통 상서로운 곳이 아니란 것을 알고, 안적사를 창건했다. 그런 어느날 두 스님은 누구든 먼저 오도(悟道)를 하게 되면,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의상대사가 먼저 천녀를 보게 되어, 이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원효대사를 만나 천공을 같이 올리는데, 그 천녀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후 의상대사는 천녀에게 왜 그날 나타나지 않았느냐고 야단을 하니, 화광이 가득해 들어올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에 의상대사는 자신의 교만한 마음을 깨닫게 되어, 원효대사를 사형으로 모시고 수선실을 넓혀 큰 가람을 신축했다고 한다.
 
이후 꾀꼬리떼들이 길을 막았다하여, 산이름이 앵림산이다. 이곳에서 정진수도하여 안심입명의 경지를 요달하여 적멸상을 통관하였다 하여, 절 이름을 안적사(安寂寺)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이름처럼 안적사에 오면 마음이 고요하고 평안해 진다. 한시도 마음의 평정을 지키고 살아가지 못하는 세상살이지만, 이곳에 오면 악이 통과하지 못한 선만 남은 내 마음이 거울처럼 맑고, 겨울 하늘도 푸르고 높게 맑다. 새해에는 내 마음에도 선은 통과해도, 악은 절대 통과하지 못하는 그런 문 하나 세워야 겠다.
 

덧붙이는 글 | 안적사는 부산 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내리 692번지에 소재하고 있으며, 장산 동쪽 앵림산 5부 능선으로 반송 2동, 3동과 기장군 기장읍의 경계지점, 사방으로 연결된 갈림길이 있으나, 내리 마을에서 하차하여, 안적사가는 진입로 표시를 따르면 비교적 찾기 쉽다. 


태그:#사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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