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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의 S라인은 모든 사진작가들이 한번쯤은 찾아가 작품으로 남기고 싶은 곳 중에 하나이다. 서울에서 순천까지 가는 거리가 워낙 멀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열정적인 사진작가들이 담아온 멋진 작품사진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나는 2008년 한해를 정리하면서 가보고 싶었던 곳을 다녀오리라 맘먹고 남도 여행을 계획 하였다.

 

다섯 시간여를 달려 그곳에 도착했을 때도 많은 사진가들이 노을빛이 비치는 황금색 물길을 담기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와온해변의 황금빛 노을을 감상하려면 겨울에 찾아가는 것이 좋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그곳을 향해 출발했었다. 현지에 살고 있는 지인의 도움으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나름대로 한해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여행이 더더욱 필요했다. 마무리가 좋아야 시작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무자년 한해를 잘 마무리 짓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것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그동안 가족과 이웃들에게 소홀했던 나를 반성해보며 쌓였던 번민과 욕심도 훌훌 벗어 던진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싶은 희망과 꿈을 안고서... 

 

 

 

갈대숲 사이로 지는 노을이 환상적이다. 바람이 몹시 불어 서있기조차 힘든 겨울 순천만 근교에 살고 있는 동호회 회원의 도움으로 함께 그곳을 찾았다. 와온해변의 s라인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노을 사이로 섹시하게 드러난다.

 

갈대숲 사이로 많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보자, 추운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낚시를 하고 있다. 뭐든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미치지 않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추위에 몸을 움츠리면서 작품 사진을 담는 사람이나, 추운날씨에 쭈그리고 앉아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나 매 한가지인 것 같다.

 

무자년 쥐띠의 해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일로 광우병 미국산 수입 소고기 반대 촛불 문화제가 있다. 그렇다고 특별히 변한 것은 없지만 우리 국민들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던 잊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본다. 국민의 소리를 들을 열린 귀가 아직도 부족하지만 이 해가 가기 전에 반성하고 새해에는 언제나 국민의 소리를 경청할 수 있기를 자연의 순리 앞에 간절하게 빌어본다.

 

 

꿈에도 그리던 순천만 갈대숲과 썰물로 인해 드넓은 개펄이 드러난다. 전지현도 울고 갔을법한 일명 환상의'S'자 라인이라 불리는 좁고 구불구불한 물길이 지는 노을과 함께 황금빛깔을 띠며 반짝거린다. 개펄과 어우러진 갈대밭 사이로 빛 오름이 눈이 부시도록 붉게 타고 있다. 갈대 사이로 퍼지는 빛이 그동안 버리지 못했던 수많은 잡념들을 깔끔하게 잊게 해준다.

 

와온해변은 무엇보다 낙조풍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라는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구름사이로 비치는 노을빛이 장관이다. 솔섬 너머로 해가 넘어가고 드넓은 개펄과 주변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데 이 풍경을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인내와 끝없는 기다림으로 오랜 시간 끝에 좋은 작품을 얻을 수 있다는 선배들의 말이 생각난다.

 

탁 트인 드넓은 순천만의 개펄을 보자 상상으로만 했던 것보다 훨씬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찰칵찰칵 카메라셔터를 누른다. 순천만은 남북길이 약 30 km, 동서길이 약 22 km, 면적은 1.05㎢로 알려져 있으며 2008년 6월 16일 명승 제41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전라남도 남해안에 돌출된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있는 천해 자연의 아름다운 만으로 사진작가들에게는 꿈의 장소로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와온해변의 모델이 되어 주었던 칠면초는 근교 주민들과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식용으로 모두 채취해갔다는 회원의 이야기를 듣고 자연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어둠속에서 비치는 빛의 여명을 따라 걷고 있노라니 자연의 속삭임이 귓가를 스친다. 누구라도 자연과 동행하면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되며 사색하고 명상에 잠길 수도 있게 되나보다.

 

해가 지고 난 한참 뒤에도 몇몇 사람들이 일몰 후 s라인에 흐르는 노을빛을 담기위해 카메라 장비를 들고 나타난다. 아무리 차가운 겨울 바닷 바람도 이들의 작품을 담고자 하는 열정 앞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묵묵히 칼바람이 부는 추위와 맞서 싸우는 모습이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무던히도 힘든 한해를 정리하기 위해 마지막 정열을 쏟아 놓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2008년 유난히도 미움을 받았던 쥐야 아듀~ 12년 후에 다시 보자.


태그:#순천만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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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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