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동네를 두 동강 내면서 인천시에서 밀어붙이는 ‘너비 50미터 산업도로 공사 예정 터’를 내려다본 모습입니다. 인천시 공무원들은 공사 예정 터가 얼마나 끔찍하게 파헤쳐져서 동네를 갈라 놓고 있는가를 사진으로 못 찍게 하려고 높은 울타리를 세워 놓았습니다. 그러나 공사 예정 터 둘레 높은 건물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외려 더 끔찍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곤 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못 찍게 하다 보니, 오히려 조금 뒤로 물러서면서 더 ‘가까이 담는 듯한’ 사진을 얻게 됩니다.
▲ 산업도로 공사 예정 터 동네를 두 동강 내면서 인천시에서 밀어붙이는 ‘너비 50미터 산업도로 공사 예정 터’를 내려다본 모습입니다. 인천시 공무원들은 공사 예정 터가 얼마나 끔찍하게 파헤쳐져서 동네를 갈라 놓고 있는가를 사진으로 못 찍게 하려고 높은 울타리를 세워 놓았습니다. 그러나 공사 예정 터 둘레 높은 건물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외려 더 끔찍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곤 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못 찍게 하다 보니, 오히려 조금 뒤로 물러서면서 더 ‘가까이 담는 듯한’ 사진을 얻게 됩니다.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193] 사진을 찍을 때 2 : 사진을 찍을 때, 찍히는 사람보고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라 말하지 말고, 찍는 사람 스스로 많이 움직이고 살펴보고 자리를 잡아야 좋은 사진이 나오겠더라구요.

[194] 무거운 렌즈 1 : 잘못해서 디지털사진기를 높은 데에서 떨어뜨리는 바람에, 여기에 처음부터 달려 있던 번들렌즈가 고장난 적이 있습니다. 디지털사진기와 번들렌즈는 가벼웁기에, 자전거를 탈 때면 목에 걸고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이런 사진찍기는 더는 못하게 됩니다. 하는 수 없이 필름사진을 찍을 때에만 쓰던 무겁고 큰 렌즈를 붙여서 씁니다. 가볍고 작은 디지털사진기 몸통에 크고 무거운 L렌즈라니. 그러나 크고 무거운 L렌즈는 번들렌즈보다 훨씬 좋은 녀석인 만큼, 같은 자리에서 찍는 사진을 살피면, 질감이나 빛느낌이 무척 좋습니다. 진작 이렇게 해서 찍을걸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전거를 타고 움직일 때에도 무겁고 큰 렌즈를 달고 목에 대롱대롱 겁니다. 목이 아프지만 사진은 잘 나오고, 목이 아프도록 걸고 돌아다니는 보람이 넉넉히 있습니다. 번들렌즈는 번들렌즈일 뿐임이 새삼스레 느껴집니다.

골목길을 늘 거니는 골목집 사람으로 살면서 골목길을 담으니, 저 스스로도 늘 느긋하면서 기쁨 가득한 사진을 얻는다고 느낍니다. 누구나 자기 사진감에 따라서 자기 삶터를 옮기거나 바꾸어 본다면, 세상에 둘도 없이 아름답고 멋진 사진작품을 엮어낼 수 있지 않으랴 생각합니다. (인천 중구 용동 골목길)
▲ 골목길에서 골목길을 늘 거니는 골목집 사람으로 살면서 골목길을 담으니, 저 스스로도 늘 느긋하면서 기쁨 가득한 사진을 얻는다고 느낍니다. 누구나 자기 사진감에 따라서 자기 삶터를 옮기거나 바꾸어 본다면, 세상에 둘도 없이 아름답고 멋진 사진작품을 엮어낼 수 있지 않으랴 생각합니다. (인천 중구 용동 골목길)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195] 무거운 렌즈 2 : 무겁고 큰 L렌즈로 디지털사진을 찍으니 번들렌즈로 찍을 때하고 견주어, 훌륭한 ‘작품사진’이 된다고까지 느낍니다. 문득, 그렇다면 ‘좋은 렌즈로 갈아끼울 수만 있’으면 ‘내가 형편없거나 어설피 찍었을 사진’도 ‘마치 대단히 잘 찍어낸 작품으로 보이도록’ 꾸밀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잘 때면 꼭 만세를 부르는 아기는, 손을 이불에 넣어 주면 짜증을 내거나 싫어하면서 반드시 밖으로 내어놓습니다. 옆지기와 아기가 친정집에서 여러 날 묵을 때마다 초등학교 다니는 동생 방에서 지냅니다. 군말 없이 방을 내어주는 어린 처제가 늘 고맙습니다.
▲ 잠든 두 사람 잘 때면 꼭 만세를 부르는 아기는, 손을 이불에 넣어 주면 짜증을 내거나 싫어하면서 반드시 밖으로 내어놓습니다. 옆지기와 아기가 친정집에서 여러 날 묵을 때마다 초등학교 다니는 동생 방에서 지냅니다. 군말 없이 방을 내어주는 어린 처제가 늘 고맙습니다.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196] 무거운 렌즈 3 : 디지털 번들렌즈를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번들은 번들대로 쓸모와 쓰임새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자라고 어설픈 사진 솜씨를 가리거나 숨기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내 사진 눈길과 눈높이를 느껴야, 차근차근 내 사진눈과 사진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지 않느냐 싶습니다. 돈만 주면 누구나 장만할 수 있는 비싸고 좋은 렌즈를 끼워서 ‘작품처럼 보이는 사진을 쏟아내는’ 사진쟁이로 나아가도 나쁘지 않겠지만, 제 사진은 작품보다는 ‘제가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는 ‘이야기’로 가꾸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번들렌즈 고치는 값이 꽤 많이 들고, 인천에서는 고쳐 주는 곳이 없어서 고치지 않기로 마음을 바꿉니다. 지금 있는 렌즈 하나를 아끼면서 잘 쓰자고 다짐합니다.)

기념사진을 찍을 때면, 으레 빛깔있는 사진으로만 찍어야 하는 줄 압니다. 그러나 빛깔을 털어낸 흑백으로 찍어 보아도 느낌이 잘 살아납니다. 흑백으로 찍어 보기도 하면서 사진 느낌을 헤아려 본다면, 그때그때 한결 어울리거나 훨씬 걸맞는 사진을 다 다르게 즐길 수 있습니다. (시인 장석남 님 강연을 마친 뒤 사람들이 모여서 기념사진)
▲ 기념사진 찍기 기념사진을 찍을 때면, 으레 빛깔있는 사진으로만 찍어야 하는 줄 압니다. 그러나 빛깔을 털어낸 흑백으로 찍어 보아도 느낌이 잘 살아납니다. 흑백으로 찍어 보기도 하면서 사진 느낌을 헤아려 본다면, 그때그때 한결 어울리거나 훨씬 걸맞는 사진을 다 다르게 즐길 수 있습니다. (시인 장석남 님 강연을 마친 뒤 사람들이 모여서 기념사진)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197] 전쟁 사진 :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에서 전쟁 사진을 찍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나라 때문에 전쟁으로 짓밟히는 나라 사람도 전쟁 사신을 찍기도 하지만, 우리 손에 쥐어지는 사진책과 우리 눈에 보여지는 전쟁 사진은 거의 모두 ‘전쟁을 일으킨 나라 사진쟁이’가 찍고 있습니다.

둘이 나란히 앉아서 책을 읽는 어린이. 둘은 남매일까요. 찍혀 주어서 고맙습니다. (인천 배다리 헌책방 〈아벨서점〉에서)
▲ 책읽는 어린이 둘이 나란히 앉아서 책을 읽는 어린이. 둘은 남매일까요. 찍혀 주어서 고맙습니다. (인천 배다리 헌책방 〈아벨서점〉에서)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198] 나는 모른다 : 하나부터 열까지 빈틈없이 알아낸 뒤에 말해야 한다면, 어느 누구도 말할 수 없으리라. 다 알고 말해야 하나? 다 아는 사람만 말해야 하나? 아는 만큼 말하고, 모르는 만큼 들으며, 아는 만큼 곰삭이고, 모르는 만큼 받아들이며, 아는 만큼 펼치고, 모르는 만큼 배우며, 아는 만큼 나누고, 모르는 만큼 얻으며, 아는 만큼 찍고, 모르는 만큼 구경하며 사진을 즐길 수 있으면 되지 않나. 그런데 안다는 사람들은 참말 무얼 알고 있을까? 어떻게 알고 있을까? 알고 있는 지식쪼가리들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모든 사람이 ‘모든 갈래 모든 이야기를 다루는’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모든 사진을 똑같이 찍어야 하는가? 모든 사람이 똑같은 예식장에서 똑같은 차례에 따라 시집장가를 가서 똑같은 병원에서 똑같이 배를 가르거나 회음부를 자르며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 그러면 시집장가 못 가는 사람과, 아이를 못 낳는 사람은 뭔가?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고? 아이들은 반드시 예방주사를 맞고 꼭 학교를 마쳐야 하고 무슨무슨 교과서로 무슨무슨 지식들을 배워야 하고 영어를 못하면 안 된다고?

사진쟁이가 되려면 어김없이 이러저러한 기계를 써야 하고, 어떤 사진 기술이 있어야 하며, 어떤 구도를 잡을 수 있어야 사진이 된다고? 대학교를 나와야 사진쟁이라는 이름을 내걸 수 있고, 누구 밑에서 배웠다는 줄을 세워야 사진밭에 발을 들이밀 수 있으며, 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사진 이론이 서고, 미국이나 프랑스로 떠나 공부를 해야 사진을 가르칠 수 있다고? 젠장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로 살면서 사진을 찍을란다.

헌책방 나들이를 제대로 해 보지 않은 분들은, 헌책방에 어떤 책이 어떻게 꽂히거나 쌓이거나 묶여 있는지를 거의 모릅니다. 그러면서 헌책방에 깃든 아름다움과 맛을 못 보고 못 느끼고 말아요. (서울 노량진 헌책방 〈책방 진호〉에서)
▲ 헌책방 책 헌책방 나들이를 제대로 해 보지 않은 분들은, 헌책방에 어떤 책이 어떻게 꽂히거나 쌓이거나 묶여 있는지를 거의 모릅니다. 그러면서 헌책방에 깃든 아름다움과 맛을 못 보고 못 느끼고 말아요. (서울 노량진 헌책방 〈책방 진호〉에서)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199] 사진과 돈 : 사진을 찍으면 돈이 많이 든다고 합니다. 주머니가 금세 텅 빈다고 합니다. 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진 찍으려면 돈 많이 듭니다. 다만, 자동차를 몰아도 돈이 많이 듭니다. 그저 밥술 뜰 만큼 먹고살려고 해도 돈이 제법 듭니다. 버스와 전철만 탄다고 하여 돈이 안 듭니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진찍기는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라고. 돈이야 어느 일을 하든 안 들 리 있겠습니까. 책을 읽어도 돈이 들고 영화를 보려 해도 돈이 듭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일터를 오가도 돈이 듭니다. 텔레비전 연속극을 보려고 해도 돈이 들기 마련입니다. 누가 거저로 텔레비전을 줍디까. 누가 거저로 전기삯을 내줍니까. 누가 느긋하게 텔레비전을 보도록 밥해 주고 빨래해 주고 일해 주고 합니까. ‘사진 =  돈 많이 드는 일이나 놀이’라는 말은 터무니없는 소리인데, 이런 말은 사진쟁이들 스스로 만들어 냈다고 느낍니다. ‘싱그럽고 훌륭하며 아름다운 매무새로 사진을 즐기고픈 수많은 사람들’한테 높은 울타리를 세워서, 사진쟁이로 일하는 자기들 ‘못나고 어수룩한 사진을 가리거나 밥그릇 지키기를 할 마음’으로 퍼뜨리는 뜬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헌책방 앞에 놓여 있는 자전거들은, 자동차들이 책방 앞에 함부로 서지 못하도록 막아 줍니다. 그리고, 빨래를 걸어 놓는 자리가 되기도 하지요. 그 앞에는 스티로폼에 흙 담아 고추를 키우는 꽃그릇이 놓여 있습니다. (인천 배다리 헌책방골목)
▲ 자전거와 빨래와 헌책방 앞에 놓여 있는 자전거들은, 자동차들이 책방 앞에 함부로 서지 못하도록 막아 줍니다. 그리고, 빨래를 걸어 놓는 자리가 되기도 하지요. 그 앞에는 스티로폼에 흙 담아 고추를 키우는 꽃그릇이 놓여 있습니다. (인천 배다리 헌책방골목)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200] 사진 눈길 : 헌책방 나들이를 하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보면, 책시렁이 새롭게 보이고, 곳곳에 숨어 있는 책이 새삼스레 드러납니다. 늘 키높이에서만 사진을 찍다가, 때때로 헌책방 한켠에 서 있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사진을 찍곤 합니다. 사다리에 올라선 채로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면, 또 둘레를 살펴보면, 사진 눈길이 많이 달라집니다. 서서 찍다가 쪼그려앉아서 찍어도, 무릎을 꿇은 채 찍어 보아도, 엎드려서 찍어 보아도, 드러누워 찍어 보아도 눈길이 확 달라집니다. 여느 사진은 저마다 자기 키높이에 따라서 찍을 노릇이지만, 틈틈이 자기 키높이를 바꾸면서 세상을 여러 갈래로 바라보면, 이제까지 미처 못 본 모습을 하나둘 새롭게 깨닫거나 느끼게 됩니다.

서울이든 어디이든 나들이를 하노라면, 사람들 거니는 길에까지 서 있는 자동차를 아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서 있는 자동차 가운데 어느 녀석한테도 딱지가 붙지 않습니다. 우리들 두 다리로 걷는 사람은 아슬아슬하게 자동차 옆으로 돌아서 거닐면서, 우리 옆을 싱싱 달리며 빵빵대는 다른 자동차에 치이지 않도록 마음을 졸여야 합니다. 괘씸한 자동차를 볼 때면 사진기를 들고 한 장쯤 찍어서 남겨 놓곤 합니다.
▲ 자동차와 길 서울이든 어디이든 나들이를 하노라면, 사람들 거니는 길에까지 서 있는 자동차를 아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서 있는 자동차 가운데 어느 녀석한테도 딱지가 붙지 않습니다. 우리들 두 다리로 걷는 사람은 아슬아슬하게 자동차 옆으로 돌아서 거닐면서, 우리 옆을 싱싱 달리며 빵빵대는 다른 자동차에 치이지 않도록 마음을 졸여야 합니다. 괘씸한 자동차를 볼 때면 사진기를 들고 한 장쯤 찍어서 남겨 놓곤 합니다.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 어느덧 "사진말 : 사진에 말을 걸다"라는 이름으로 서른두 꼭지, 모두 200가지 이야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이제 한 고비를 넘겼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사진 이야기는 여기에서 잠깐 숨을 돌리면서, 앞으로 또다른 200가지 이야기를 마련하고 나서 다시 "사진말 : 사진에 말을 걸다"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태그:#사진, #사진말, #사진찍기, #사진기, #사진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