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다지만, 엘렌 가족은 ‘사랑은 피보다 진하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8년 전 한국에 전해졌던 엘렌 가족 이야기는 8년이 지난 2008년에 ‘엘렌 가족 이야기, 그 후 8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찾아왔다.

조건 없는 사랑을 받으며 자랐을 그들은 킴, 마크, 엘렌, 새라이며 부모는 니콜스 부부이다. 12월 21일 방영된 <KBS스페셜> '엘렌 가족 이야기-그 후 8년'을 통해 조건 없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다시 읊어본다.[자료. '보이지 않는 사랑-엘렌 가족 이야기' 방송대본(<KBS일요스페셜>/KBS1/2001년 2월 18일 방영]

2008년 12월 21일 밤에 방영된 <KBS스페셜> '엘렌가족 이야기, 그 후 8년'. 조건 없는 사랑, 변함없는 사랑을 여전히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니콜스 가족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엘렌가족 이야기, 그 후 8년' 소개 화면 2008년 12월 21일 밤에 방영된 <KBS스페셜> '엘렌가족 이야기, 그 후 8년'. 조건 없는 사랑, 변함없는 사랑을 여전히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니콜스 가족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 민종원

관련사진보기


사랑으로 맺은 가족, '사랑은 피보다 진하다'를 보여주다

조건없는 사랑을 주며 한국계 아이들 4명을 키워낸 이들은 두 사람 다 시각장애를 지닌 니콜스 부부이다. 이제는 그들 자녀들도 다 장성하여 각자 자기 인생을 멋지게 살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피보다 진한 사랑으로 묶인 가족으로 멋있게 살아가고 있었다.

시각장애를 지닌 니콜스 부부(올로 니콜스/69세, 메리 니콜스/70세)가 입양한 네 명의 자녀는 킴(김병관, 1976년 12월 입양), 마크(강태우, 1978년 10월 입양), 엘렌(김광숙, 1983년 12월 입양), 새라(신강미, 1984년 3월 입양)이다.

아빠 올로 니콜스는 버스 안에서 이루어진 인터뷰 중 아이들 한국 이름을 모두 정확하게 발음하며 웃어보였다. 자녀들에 관한 것이라면 여전히 그들 부부에게는 소중한 듯했다. 연방공무원으로 재직하며 은퇴를 앞둔 아빠 니콜스. 그는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자녀들을 걱정하며 마음으로나마 여전히 뒷바라지하는데 여념 없었다. 부부는 지금도 볼티모어시에 살고 있다.

니콜스 부부는 본인들이 시각장애인이면서 같은 아픔을 지닌 아이들을 지금껏 잘 키워냈다. 엘렌은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특히 두 아들은 몇 번에 걸친 수술에서 일상생활을 할 만큼 시력을 회복했다(참고로, 2001년 방송분을 보면, 첫째 아들 '킴'은 한국을 잊지 말라는 뜻에서 지어준 이름이라는 것을 들을 수 있다) .

그리고 여전히 정신연령이 두 살배기에 머물러 있는 새라는 맹학교를 다니는 등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한인사회는 이 가정이 보여준 남다른 헌신과 사랑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으며 나 또한 방송을 보는 내내 가족, 사랑, 헌신, 삶 등등에 대해 새삼 많은 것을 느꼈다.

2008년 12월 21일 밤에 방영된 <KBS스페셜> '엘렌가족 이야기, 그 후 8년'. 2004년에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한 엘렌은 귀여운 아들을 낳았고 뉴욕에 살고 있다.
'엘렌가족 이야기, 그 후 8년' 중간 화면 2008년 12월 21일 밤에 방영된 <KBS스페셜> '엘렌가족 이야기, 그 후 8년'. 2004년에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한 엘렌은 귀여운 아들을 낳았고 뉴욕에 살고 있다.
ⓒ 민종원

관련사진보기


모든 것이 암흑이어도 사랑으로 묶인 가족이 있어

모든 것이 암흑으로 보여도 이들 가족은 세상을 절대 암흑처럼 여기지 않는다. 가족 사이에 오가는 조건 없는 애정은 세상을 향한 애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집안이 어두워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무서울 수도 있지만 이들 가족에게는 그다지 문제될 게 없어보였다.

삶이 가져다 준 조건을 넘어서는 조건 없는 사랑으로 그들은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또 더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사랑이란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라기보다 날마다 키워가는 것이었다. 그들 삶에서 사랑은 그래서 메마를 날이 없다.

니콜스 가족이 모두 취재진을 환영한 것은 아닌 듯했다. 첫째 아들 킴은 부모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산다는 거리 문제 때문인지 또 다른 이유인지 몰라도 한국에서 온 취재진을 만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엄마 메리 니콜스는 킴이 어린 시절 누군가 자신을 한국으로 다시 보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서 한국인이 집에 오면 뒤로 숨곤 했다고 그 시절을 회상했다).

이번에도 그랬다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자기 삶을 다시 또 내비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 마음을 얼마간 이해하면서, 니콜스 부부가 어떻게 가족애를 지금도 잘 키워가고 있는지는 그것대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가만, 우리 가족은 어떠한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것이 어둠이고 그래서 (나 같은 이들이 보기에는) 참 불편할 텐데도 이들 니콜스들은 세상에 밝은 웃음을 선물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어떤가. 나는 어떤 환경에서도 내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만큼 니콜스 가족은 모든 것에 익숙지기까지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보이지 않는 만큼 이들 가족은 서로 가족이 어디 있으며 무엇을 원하는가를 늘 주의깊이 살피고 있었다. 서로 늘 상대방을 확인하는 끝없는 관심은 그렇게 평범하고도 위대한 사랑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항상 가족의 삶을 서로 확인하는 모습은 무엇보다 내 마음에 깊이 남았다.

니콜스 가족의 사랑법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 가족 구성에 대해 점점 많이 알아가는 한국사회에 무엇이 가족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내는지를 새삼 잘 보여주었다. 조건 없는 사랑, 그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내고 또 키워가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다.

2004년에 결혼했고 세상 모든 것에 신기해하는 아들을  두고 행복하게 살고있는 엘렌에게서 니콜스식 사랑법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앞으로도 수많은 니콜스들이 태어날 테고 그렇게 조건 없는 사랑은 곳곳에 심어질 것이다.

같은 방송을 보고 또 보는 내내 모든 것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도 보았지만 그래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또 8년이 지나 다시 만나도 니콜스식 사랑법은 여전할 것을 말이다. 그리고 방송을 같이 보시던 내 어머니가 한 마디 거드셨다.

"저 부부, 심봉사처럼 확 눈 떠버렸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2001년 2월 18일 방송분에서 '보이지 않는 사랑-엘렌 가족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단, 회원가입한 상태여야 함.) KBS(www.kbs.co.kr) 첫 화면에서 'TV'-'시사교양'-'종영 프로그램'(화면 왼쪽아래에 있음)순으로 가보면 'KBS일요스페셜'을 찾을 수 있습니다.



태그:#엘렌 가족 이야기, 8년 후, #KBS스페셜, #니콜스 부부, #엘렌, #시각장애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