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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지하철 운영기관은 지하철 두줄타기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호응은 그보다 못미치는 편이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지하철 운영기관은 지하철 두줄타기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호응은 그보다 못미치는 편이다.
ⓒ 박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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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천만명 이상을 실어 나르는 지하철. 지하철을 이용할 때 매번 만나는 것이 바로 지하철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다.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지하철역(코레일 포함)은 전국에 417개. 출구마다 여러 개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경우가 있는 만큼 개수는 더 늘어난다. 안타깝게도 이런 이동기구에는 불의의 사고가 따라다닌다.

실제로 2005년부터 2008년 8월까지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하 승관원)에 보고된 지하철역사 에스컬레이터 사고 횟수는 모두 116건. 2003년부터 설치대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지방 지하철역에서 핸드레일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승관원은 2007년 9월 도시철도공사와 양해각서 체결을 시작으로 전국 7개 지하철 운영기관과 함께 에스컬레이터 두줄타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이전까지 시민들에게 상식으로 받아들여졌던 한줄타기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지하철 운영기관과 승관원은 "한줄타기를 하는 경우 움직이는 사람이 많아 급정지시 사고 발생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두줄타기 운동을 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지하철역에선 아직도 '한줄타기'가 대세?

실제 현장은 어떨까. 서울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지나가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서울역. 잠깐 사이에도 수백 명의 시민들이 오고 간다. 환승 통로의 에스컬레이터를 지켜본 결과 예전처럼 비켜달라고 요구하는 등 이전의 한줄타기를 할 때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대체적으로 왼쪽 줄은 올라가는 줄, 오른쪽 줄은 서서 가는 줄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아직도 대부분이었다.

대학생 조은비(20)씨는 "두줄타기 운동을 알고 있지만 서서 갈 때는 오른쪽에 선다. 왼쪽에 서있다가는 급히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방해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혜미(26)씨는 "(두줄타기 운동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실제 생활에는 별로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지하철 이용객들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 두줄타기를 하자고 홍보하는 것은 알고 있으나 정작 이용할 때는 한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홍보해서 만들었던 한줄타기 문화를 아직 고치기 어려운 탓이다.

월드컵을 전후해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등 시민단체와 언론 등에서 홍보했던 한줄타기도 정착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한줄타기가 빨리 가려는 사람들에겐 편리한 습관으로 인식되면서 언뜻 답답해 보이는 두줄타기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두줄타기와 함께 핸드레일 잡기도 중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핸드레일에 관심이 없다. 또한 아직도 왼쪽은 움직이는 사람을 위해 비워두는 '한줄타기'에 익숙한 모습이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핸드레일에 관심이 없다. 또한 아직도 왼쪽은 움직이는 사람을 위해 비워두는 '한줄타기'에 익숙한 모습이다.
ⓒ 박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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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안전엔 중요한 것이 더 있다. 바로 핸드레일 잡기다.

승관원이 지난 국정감사 때 민주당 주승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핸드레일을 잡지 않고 이용 중 넘어짐, 다른 사람과 함께 넘어진 사고"가 51건으로 전체 64건 중 가장 많은 원인으로 꼽혔다.

반대로 한줄타기의 결과로 나온 이동 중 사고는 "걸어가던 사람이 서있는 사람과 부딪힘, 걸어가던 중 넘어짐, 디딤판 한쪽을 비워두기 위해 이동하던 중 넘어짐"을 포함에 13건에 불과했다. 이 자료로만 보면 한줄타기 때문에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사고가 많이 난다는 주장이 무색해진다.

에스컬레이터 양쪽에 설치된 핸드레일만 잘 잡고 있더라도 급정지나 기타 사고시 넘어짐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핸드레일을 잡고 타는 사람들은 수십 명 중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나마 젊은이보다 장년층이 핸드레일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한 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상자 1240명 중 50.8%가 에스컬레이터 이용시 핸드레일을 잡고 이용한다고 답변했다"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 문제 또한 지하철에서 홍보 계도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운영기관 측에서는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조금은 부담스러워한다. 문화차원의 캠페인인 만큼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을 왼쪽으로 몰고, 걸어 올라가는 사람을 붙잡고 서서 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고광용씨는 "두줄타기 운동 자체가 목적은 아니나 우선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일깨우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사람들이 편하다고 느끼는 한줄타기 운동도 정착에 4년이 걸렸다. 그렇기에 이제 1년 했다고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두줄타기 운동은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을 위한 초창기 계획으로서 장기전략 차원에는 안전수칙 전부를 준수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서울메트로 또한 "한줄타기를 할 경우엔 에스컬레이터 장비에 편마모가 발생해 고장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선 두줄타기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에스컬레이터 안전수칙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홍보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용객 안전은 시민 스스로 만들어야

짧은 구간이라면 그리고 자신의 몸이 건강하다면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계단은 움직이지 않지만 에스컬레이터는 느려도 '움직이는' 기계이기 때문에 언제나 조심할 필요가 있다.
 짧은 구간이라면 그리고 자신의 몸이 건강하다면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계단은 움직이지 않지만 에스컬레이터는 느려도 '움직이는' 기계이기 때문에 언제나 조심할 필요가 있다.
ⓒ 박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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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른 이동수단에 비해 에스컬레이터 안전수칙 준수가 미흡해 보이는 것일까? 앞서 지적한 대로 일단 빨리 움직이려는 사람 눈에는 에스컬레이터가 느리기 짝이 없다. 또한 계단에서 걷는 것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걷는 것이 조금 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과 계단을 이용하는 것은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앞서 관찰한 지하철 서울역의 환승 구간은 35개의 계단과 양쪽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우선 계단을 걸어 올라갈 때는 약 20초가 걸렸다. (20대 성인 남자 기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경우 서서 움직인다면 약 34초, 걸을 때는 15초가 걸렸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걷는다면 서서 가는 것보다 2배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그래도 20초를 빨리 가는 것뿐이다. 게다가 계단에서 걷는다면 5초밖에 빠르지 않다.

출퇴근길이나 바쁜 시민들에게 기존의 습관을 버리고 선 상태로 핸드레일을 꽉 잡고 있으라면 '바쁜 세상에 한가한 일이다. 출근길 1~2분이 얼마나 아까운지 아느냐'고 타박할 지 모른다. 하지만 좁고 높은 에스컬레이터의 구조상 한 사람이 넘어진다면 다른 사람까지 같이 넘어져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 급정지나 다른 사고를 목격하거나 주변에서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의 위험에 조금 더 둔감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지하철역사 에스컬레이터 사고건별 내역에서 나온 피해 정도를 보면 찰과상부터 시작해 골절과 뇌출혈, 심지어 사망사고까지 나왔다고 하니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태그:#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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