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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사이트의 도서 커뮤니티에서 재밌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언제나 등장하는 것이 아멜리 노통브의 <적의 화장법>이었다.

 

이어서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속속들이 명단에 추가되기 시작했다. 아멜리 노통브는 독자들의 입소문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근래에는 인기 작가로 발돋움하게 됐다.

 

그러한 아멜리 노통브의 이력에는 상당히 독특한 것이 있다.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인데 이는 그녀의 소설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동양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소개된 <아담도 이브도 없는>도 마찬가지다. 아니 이제까지 언급됐던 동양적인 요소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농도가 짙다. 일본에서 겪은 첫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일종의 자전적 소설이기 때문이다.

 

1989년, '그녀'는 일본에서 일본어를 더 빨리 배우기 위해 슈퍼마켓 게시판에 ‘프랑스어 과외, 흥미로운 가격’이라는 쪽지를 남긴다. 누군가가 곧바로 연락을 해온다. 스무 살 청년 린리였다. 그는 불어를 배우는 학생이지만 불어에 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와 같다. 하지만 그녀 또한 일본어 수준은 5살 아이의 그것이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면서 인연이 시작된다.

 

그녀는 린리를 만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막연히 느꼈던 일본 사회의 문화다. 린리는 철저하게 일본적인 남자다. 연애를 하게 될 때, 그것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규범적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 만나면 무엇을 해야 하며, 친해졌다고 생각될 때는 어디를 가고 그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마치 누군가가 알려준 것처럼 따른다.

 

한편으로는 대학생이면서도 아무것도 안하는 모습도 있다. 그녀는 그 사실이 흥미롭다. 외국과 달리 일본의 대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쓰러질 정도로 공부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다시 쓰러질 정도로 취업준비를 하고 돈을 버는데 유독 대학생 시절에는 방만한 삶을 보낸다. 스스로에게 휴가를 주는 걸까? 외국인의 눈에 그것은 상당히 '이상'해보이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그녀와 린리의 사랑은 계속된다. 이국적인 것들은 방해물이 되지 않는다. 하코네 호수에서 뱃놀이를 하기도 하고 후지산에 오르기도 하고 사도섬에서 약혼 여행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린리의 청혼을 받기에 이르고 또한 대기업에 입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대기업의 생활이 곧 '지옥'이라는 걸 깨닫고 또한 린리와 결혼할 마음이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일본인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순응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떠난다. 과감하게 유럽으로 돌아와 버린다.

 

<아담도 이브도 없는>는 아멜리 노통브의 발랄한 첫사랑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그보다는 그녀의 눈에 그려지는 일본 사회를 보는 것이 더 흥미롭다. 일본 남자의 연애관, 일본 집안의 문화, 일본 젊은이들의 생활상 등이 고스란히 그려지는데 일본과 가깝다고 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제2의 일본인이 되려고 노력했던 유럽인이 있었기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담겨진 셈이다.

 

문화가 충돌하면서 겪은 일을 보는 것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다. 이국적인 것들이 만나서 벌어지는 오해 또한 <아담도 이브도 없는>의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아멜리 노통브의 것인 만큼 소설로서의 즐거움도 충분한데 한편의 해외체험기 같은 독특한 맛도 느낄 수 있다.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지금 당장 베스트셀러가 될 작품은 아니겠지만, 아멜리 노통브의 많은 소설이 그랬듯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날 추천작으로 손색이 없다.


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문학세계사(2008)


태그:#아멜리 노통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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