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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도 옆, 호도 염전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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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소우주다. 그 안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산다. 자연에 기대거나 자연과 더불어 생존하고 생활한다. 하지만 오늘날 마을도 위기고, 자연도 위기다.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 적당한 마을, 사람들이 기대 살 만한 자연이 줄어든다.

이럴 때 생태마을을 지구적 위기의 대안으로 삼자는 목소리는 날로 커진다. 사람들은 그냥 마을이 아니라, 굳이 생태 마을을 찾고 좇는 데 힘을 쏟는다. 생태마을이란 사람들이 정주하는 공간구조, 그를 둘러싼 주변 생태계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생산방식이나 생활양식까지도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생태마을을 만드는 일도, 그곳에 모여 사이좋게 같이 사는 일도 실로 지난한 작업이다.

생태마을은 흔히, 인간적 규모로서 생활요소가 완전히 갖춰져 인간 활동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건강한 인간성이 개발되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정의된다.

'인간적 규모'란 공동체 구성원이 서로 쉽게 알 수 있고 서로 긴밀히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규모를 말한다. '생활요소가 완전히 갖춰진 공동체 거주지'란 주거, 노동, 생활, 사업활동 등 일상 생활의 모든 부분이 균형 잡힌 비율로 통합되어 존재하는 상태이다.

'인간 활동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는 말은 진정으로 '생태적(eco)'인 공동체라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다른 생명 사이에는 우열이 있을 수 없으며 한결같이 동등하다는 것이다. 감히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인간이 할 일이라곤 제 분수에 맞는 자리를 찾아 자연과 조화를 꾀하는 노력이어야 한다는 준엄한 충고다.

결국 진정한 인간성, 건강한 인간성을 추구하지 않는 마을공동체는 진화할 수 없다. 진화는커녕 건강하게 존립할 수조차 없다. 어쨌든 마을같은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인간성을 지닌 사람들끼리 긴밀하게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

'무한한 미래로 지속가능한 공동체'는 마을 같은 공동운명체의 숙제다. 이게 되지 않으면 마을공동체는 외부 사회가 축적해놓은 반사회적인 자본, 반환경적인 활동에 오로지 의존하게 된다. 위험한 사회가 된다.

하지만 이런 생태마을을 찾아내거나, 만들어 살아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지속가능하게 모여살기에 적당한 자연환경은 자꾸 망가지거나 줄어든다. 그것도 날로 가속이 붙은 채 우리 눈앞에서 점점 사라져간다.

그럼에도 생태마을을 복원하거나, 아예 새로 만들어보려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는다. 이들은 생태마을을 설계하고 계획하려고 작은 규모 농촌마을을 우선 고려한다. 물론 도시에서도 적당한 공간과 추진조직이 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이제 현대 대한민국 자본주의사회에서 도시를 지속가능한 생태마을 수준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서해안의 생태기지, '그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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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선에서 돌아 본 녹도 원경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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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 오천면 녹도리 녹도. 이곳에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생태 섬마을을 조성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며, "그 섬에 가고 싶다"며 내내 '그 섬'을 그리워만 하다 말았지만, 부질없는 그리움일랑 이쯤에서 멈추고 '그 섬'을 생태섬으로 새로 만들려는 사람들이다.

한국교회봉사단 김종생 사무처장, 기독교환경연대 양재성 사무처장, 연세대청정기술연구단 박민용 교수(전기전자공학), 이병화 생태문화연구원, 류기석 생태마을연구원, 신정섭 생태문화연구소장, 주대관 도시문화연구소장, 푸른보령21 채춘병 사무국장, 보령시 구문회 환경보호과장, 그리고 생태마을기획자로 참여한 필자 등이 '문화가 흐르는 녹도 생태섬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말,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상에서 발생한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를 잊지 않았을 것이다. 생태계 회복에 자그마치 20년이 걸릴 것이라는 심각한 환경재앙으로 기록되고 있는 서해안의 큰 불행이다.

이때 전국 각지, 각계각층에서 16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어 서해안 살리기에 힘을 모았다. 한국교회봉사단을 중심으로 교회에서도 17만여 명이 힘을 보탰다.

한국교회봉사단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형식적인 봉사, 관의 힘을 빌린 시혜성 사업이 아닌 한국 교회와 사회를 위해 '생태적 회심'을 하기로 각오했다.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가치있는 작업을 하기로 했다. 서해안살리기 백서 제작, 생태사료관, 생태 섬 만들기를 벌이게 된 것이다. 특히 보령 앞바다의 작은 섬을 선정, 섬마을의 생태적인 원형을 문화, 예술을 비롯한 여러 해법으로 되살려보자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가 일시적인 사고의 기억으로 남아서는 안되겠다는 절실한 동기에서 비롯된 일이다. 소외되고 낙후된 섬과 육지를 소통시키고, 마침내 생태계의 소중함을 다음세대까지 알리는 소중한 전기를 마련해보겠다는 것이다. 마침내 한국사회가 생명과 환경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게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가고 싶은 '그 섬', 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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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도 주민들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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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생태섬으로 조성할 유력한 후보사업지는 녹도다. 당초 녹도와 더불어 인근 장고도, 호도 등도 생태섬 후보지로 고려했다. 하지만 현지 조사 결과, 장고도, 호도 등은 녹도에 비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콘크리트 방파제, 해수욕장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 또는 예정돼 있어 생태섬으로 복원하는 데 예상되는 장애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녹도는 섬 모양이 고개는 서쪽으로, 뿔은 동쪽으로 두고 드러누워 있는 사슴처럼 생겼다. 그래서 녹도로 불린다. 대천 항에서 25Km 떨어진 0.9㎢ 크기 작은 섬이다. 대청도, 외연도, 초망도, 오도 등과 함께 외연열도를 이룬다.

한창 때는 120여 가구에 300여명 주민이 산 전형적인 어촌마을이었다. 예전에는 육지로 나가자면 한 사람이 삿대질하고 한 사람이 키를 잡고는 교대로 다섯 시간을 꼬박 노를 저어 삽시도에서 하루를 머물고, 이튿날 대천에 가서 장을 봐 돌아왔다고 한다.

지금은 한 시간 남짓이면 쾌속선으로 섬에 다다르지만, 대한민국 여느 농어촌 사정과 다름없이 주민수도 줄고 빈 집도 많다. 이제 40호 정도에 80여명 어민이 마을을 지키고 산다. 그것도 아이들 교육을 위해 육지에 별도 주택을 둔 주민이 대부분이다. 본가를 비우는 시간이 적지 않아 사람 소리보다는 파도 소리가 섬을 채운다.

경관 좋은 언덕배기에 올라앉은 폐교도 을씨년스럽다. 매각될 날만 기다린다. 차도 몇 대 없는 섬마을에 수산물 운송을 원활히 하려고 놓았다는 콘트리트 순환도로는 눈에 거슬린다. 70억원 들인 접안시설, 100억원 들인 방파제도 섬 덩치나 분위기에 비해 난데 없다는 느낌이다. 사람사는 마을의 활력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건, 녹도는 인근에서는 비교적 협동과 단결이 잘 되는 섬으로 알려져있다. 섬 안에는 달리 따로 피해 살 데도 없이 바다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모두 한 식구처럼 옹기종기 모여 살아야 하니 그럴 것이다. 20년이 넘게 장기집권 중이라는 마을지도자(이장)의 지도력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녹도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술을 팔지 않기로 마을회의에서 결의했다. 예전에는 술집도 있었지만 술 때문에 일어나는 불상사가 잦자 그렇게 결정했다고 한다. 부득불 술을 마시려면 대천항까지 나가 술을 사와야 한다.

녹도에는 산란기인 봄, 여름에 제주 난류의 북상으로 까나리, 새우, 멸치잡이가 성행하고 굴과 김 양식이 풍부하다. 우럭, 놀래미, 전복은 특산물 취급을 받는다.

문화가 흐르는 생태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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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도 옆, 장고도 해수욕장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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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태섬 만들기 프로젝트의 화두이자 주제는 '문화'다. 일단 창의적인 문화예술 협력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고립된 섬마을의 현실적 어려움을, 우선 문화와 예술을 통해 도시민과 함께 나누려는 목적이다.

콘크리트를 앞세운 무분별한 난개발로부터 천혜의 바다와 섬의 자연환경을 지키는 것도 당면과제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어촌의 생활환경을 살려 주민의 삶의 질부터 개선해보겠다는 의욕이 크다

이렇게 생태섬이 만들어지면, 교회가 앞장 서서 육지로부터, 도시로부터, 각종 자원봉사 프로그램과 수련행사를 유치하게 될 것이다. 대안에너지 자립시설, 생태교육장도 설치해 도시민들에게 휴양과 치유 서비스도 베풀려고 한다. 생태관광을 비롯한 도시민과 교류 및 거래 프로그램도 연중 가동한다. 이같은 활동을 통해 녹도 마을에 사람의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녹도 섬이라는 지역공동체의 경제적 자립프로그램도 지원하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추진과제로는, 섬마을의 다양한 식생구조를 연구하고, 허브식물을 실험재배하고, 경관농업단지, 생태습지, 생태탐방로 등을 조성해 자연과 조화된 경관을 조성한다.

폐교, 폐가를 개조해 주민과 자원봉사자의 휴식공간, 관광내방객들의 교육장, 마을의 자료실 등으로 활용할 친환경적 교육문화공간을 조성한다.

또 생태화장실, 빗물재활용, 쓰레기 정화시스템, 태양광발전, 풍력 발전 등을 통해 에너지자립형 생태마을의 모델을 시범 가동해보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6개월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한국교회봉사단을 중심으로 보령시 등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 그리고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역개발 지원프로그램들을 연계해 단계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계획이다. 이때, 초기 활동 및 운영자금은 교회를 통한 기부금 조성을 통해 충당할 작정이다.

무엇보다 조성된 시설과 프로그램의 운영과 관리는 녹도 섬의 주인이자 주체인 마을주민에게 맡긴다는 원칙이다. 마을 주민의 주체적인 참여와 활동이 없는, 외부인에 의한 녹도 생태섬 만들기란 한낱 공허한 이벤트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추후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일정한 소득이 생기면 마을자치기금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녹도 생태섬 만들기 프로젝트의 추진간사를 맡고 있는 연세대 청정기술(CT)연구단의 류기석씨는 지역에서 생산되고 지역에서 소비되는 생태적인 순환모델을 만들고, 섬과 같은 소외되고 격절된 지역과 소통하는 하나의 장을 마련하는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해안의 고도 녹도에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풍기는 생태마을 소우주'를 건설해보겠다는 것이다.

'녹도 생태 섬마을'을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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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도 마을 전경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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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마을을 만들자면 자연환경, 주민, 생활공간, 생산공간, 휴양공간, 마을운영조직, 마을공동체 등의 구성요소를 종합해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태마을을 조성한다는 것은 자연이라는 공간 위에 마을이라는 인공구조물을 디자인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녹도를 생태적인 섬마을로 디자인하려면 우선 녹도라는 섬 고유의 자연자원부터 찾아내 보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어쩌면 한번 변형되거나 훼손된 자연환경은 재생하거나 복구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최소한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최선의 디자인기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마을을 디자인할 때 우선 고려할 구성요소는 '집'이다. 집은 '제2의 피부'로까지 불린다. 생태건축이야말로 생태마을을 이루는 필수조건이고 핵심기술이다. 우선 녹도 생태섬 폐교 건축. 폐가를 개조하거나 신축할 경우에 섬 경관·환경과 자연스럽게 조화될 수 있는 흙, 돌, 나무 등 친환경 재료를 활용할 것이다. 건축물 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재활용 순환에너지 시스템을 채택할 것이다. 아울러 주민들은 물론 찾아오는 도시민의 건강한 인간성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교류를 위한 공동 공간, 휴식을 위한 개인공간을 균형있게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태적으로 마을을 설계하는 것은 천혜의 자연과 인간의 생활이 조화를 이루고 환경 훼손 또한 최소화시키는 작업이다. 즉 생물학적 다양성과 환경 통합성이 유지되는 지속가능한 설계(Sustainable Design)를 적용해야 한다. 녹도 섬의 경우에도 섬 특유의 지역 토착적이고 육지와 격리된 절해고도 섬이라는 공간 특징, 그리고 재료 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녹도 생태 섬이라는 지형을 녹도 생태섬마을이라는 사회로서의 개념과 모양으로 디자인하기 위해서 마을 공간배치, 생태계시스템 도입, 조경, 생산활동, 생활양식, 물질순환구조, 쓰레기처리 및 오수정화, 에너지공급, 건물 등 다양한 변수와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육지와 격리된 섬 마을의 입지 특성상 자연에너지를 잘 이용할 수 있는 생태 공간배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오염없는 자연에너지로서 자연에너지 중 가장 활용가능성이 높은 태양열과 바람을 우선 고려한다. 우리 전통풍수에서도 물과 바람 등 자연에너지의 활용 정도를 명당을 가르는 잣대로 삼았다.

태양열 이용은 태양열 흡수력이 높은 약간 경사진 입지의 건물 남향배치로 설계한다. 현재 앞이 탁 트인 바닷가 경사진 언덕배기에 집적화되어 있어 태양광을 활용하기에 바람직한 입지로 판단된다. 또 바람을 에너지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름철에는 바람의 이동통로를 막지 않으면서 겨울철에는 바람이 차단되도록 건물과 수목이 배치되어야 한다. 가령 사방이 탁 트인 녹도 섬의 고지를 풍력발전의 적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주민이 정주해 생활하는 마을은 섬 지역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건물의 형태와 규모, 재료 등을 자연경관과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정한다. 녹도의 경우 기존 전통마을이 계획적으로 설계되거나 조성된 상태가 아니라 전반적인 적용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이후 폐가를 개조할 때 단계적으로 이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 생활오수나 쓰레기는 마을 배치단계에서부터 생활오수의 자연정화 시스템과 중수시스템을 설치하는 게 원칙이다. '중수'는 사용한 물을 음용수 이외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 등으로 재활용하는 것으로, 수세식 화장실, 냉각용수, 청소 등을 위한 허드렛물로 다시 사용할 수 있어 절수효과가 크다. 역시 녹도 섬의 폐교 및 폐가를 개조할 때 적용해야 한다.

'녹도 생태 섬마을'의 성공조건

이렇게 생태적인 시설과 시스템을 새로 건설하고 장치한다고 해서 생태적인 섬마을이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생태마을을 이루는 데 하드웨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이다. 돈 보다 마음이고, 물질보다 인간성이 앞서야 한다.

생태공동체를 성공으로 이끄는 인간적인 규율과 원칙이 녹도 생태 섬마을의 경우에도 예외일 수 없다. 일단 녹도 생태섬마을이 성공적 생태공동체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그곳 주인인 마을 주민들 스스로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깨달아야 한다. 외부에서 지원하는 대로 그저 구경꾼으로서 수혜자의 입장을 즐기면 안 된다. 내부 주민 전체 합의를 기반으로 먼저 달려나가 공동작업에 앞서 참가해야 한다. 외부지원그룹과 마을 원주민이라는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이자 동지라는 수평적, 쌍방향적, 상호호혜적 협업관계를 분명히 정립해놓아야 한다. 이게 먼저 되지 않으면 녹도 생태섬 만들기는 아예 시작하지도 말아야 한다.

계획수립에 착수하기 전에는, 조사단계에서 녹도 마을의 토지, 건물 등 부동산 문제에 대한 법적 소유권, 활용권을 철저히 확인해두어야 한다. 마을 공동소유 토지 또는 건물이 있다면 우선 계획대상으로 선정하면 좋다. 하지만 개인 소유 토지, 건물을 활용하여야 할 경우 그 활용권에 대한 사전 확인 및 합의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벌일 때 땅 문제야말로 갈등과 분쟁의 불씨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조성된 시설 및 프로그램 운영권 등에 대한 권한과 책임, 재정에 대한 협약은 분명히 정해지고 성문화되어야 한다. 반드시 주민 전체, 또는 정통성을 가진 주민대표와 충분히 협의를 통해 발생소득의 사용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약정서를 써 둔다.

주민과 외부인이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의식은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상징적 행위가 된다. 특히 상호 이질적인 구성원끼리 공동 사업을 모색할 경우에는 집단 활동, 회의, 축제, 지역운동 등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공동체 의식이 요긴하다.

마을 주민은 물론 외부 지원그룹도 참여하는 가운데 녹도 생태섬 마을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마을 경영 또는 공동체운동을 위한 역량 강화 교육 및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특히 공동체 운동에 있어서 가장 시급한 프로그램은 갈등해결과 영성개발에 관한 것이다. 공동체가 깨지는 가장 큰 원인은 구성원, 또는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했거나 영성 개발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든 사람이 문제고, 사람만이 희망이다.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녹도의 경우 어업을 기본으로 하여 이와 연계한 생태관광, 생태체험교육 등 다양하고 안정된 소득원을 창출할 수 있다. 생태섬에 걸맞게 소모적이거나 상업적이 아닌, 창의적이고 가치지향적인 소규모 그린비즈니스(Green Business)를 개척하고 영위할 필요가 있다.

녹도 생태 섬마을에 조성 이후에도 교회를 중심으로 마을공동체 지원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주위와 외부의 끊임없이 후원과 지원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생태공동체의 조건이다.

아울러 지역성과 네트워크의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 비로소 녹도가 생태섬 마을이 모델이자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이자 명분이야말로 사고와 아픔의 기억을 갖고 있는 서해안이라는 지역성과 역사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과 소비를 순환하는 유통구조를 만들자면 연대와 네트워크를 사업기반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지금 서해에는 또 하나의 소우주, '녹도 생태 섬마을'이 그려지고 있다. 그 생태섬에 어서 가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마을연구소 '마을과사람http://cafe.daum.net/Econet' 생태마을기획 일꾼 정기석이 쓴 이 이야기는, 월간 인물과사상 12월호 '마을로 가는 길'에 실렸습니다.



태그:#마을, #생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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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詩人(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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