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0일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를 통해 10월 일제고사를 반대했던 전교조 교사 7명에 대해 파면과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의결했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그 의결은 현실이 되어 7명의 교사를 교문 밖으로 밀어냈다.

 

그런데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의결사안이 하나 더 남아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7명에 대한 중징계를 의결하면서 일제고사를 반대했던 사립 중학교 교사 1명에 대해서 해당 학교재단에 자체 징계를 의결토록 했다.

 

해당 사립 중학교는 지난 10월 집단 백지답안 사태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서울 세화여중이다. 당시 보수언론들은 "전교조 교사가 학생들이 백지답안을 내도록 유도했다"며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을 했다. 

 

물론 진실은 이들의 말과 달랐다. 처음 백지답안 사태를 알렸던 <오마이뉴스>가 지난 10월 17일 만난 학생들은 당당하게 "우리가 먼저 백지답안을 내자고 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선생님이 백지답안을 내자고 했냐고 질문하는 기자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아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전교조는 백지답안을 낸 학교가 어디인지도 몰라서 <오마이뉴스>에 가장 먼저 전화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어코 시교육청은 그에 대한 징계를 할 태세다. 학교도 그에 적극 부응하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인사위원회가 열렸고, 곧 재단 내 자체 징계를 위한 징계위원회도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 한 명의 사립중학교 교사. 김영승(39) 교사를 18일 저녁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만났다.

 

"백지답안 못낸 아이들도 일부러 오답... 가슴 먹먹해졌다"

 

- 아이들이 백지답안을 낸 이유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다시 정확히 설명해 줄 수 있나?

"일제고사를 치르기 전 아이들에게 곧 시험이 있을 거라고 공지했다. 중간고사 치르느라 일제고사에 대해선 생각도 못했던 아이들이 무슨 시험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설명해줬다. 예전에는 5% 표집으로 치러지던 시험이 이번에 전수조사를 하게 했고, 12월 에 4등급으로 성적이 나눠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애들한테서 바로 '그런 시험 왜 봐요?'라는 말이 나오더라. '안 보면 안 돼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선택권 문제다, 학부모님의 동의를 받았다면 너희들이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시험 당일 1교시 1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백지답안을 냈다."

 

-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선생님이 '장애인 복지예산으로 일제고사를 본다'는 괴담을 유포했다고 했다.

"아이들과 일제고사의 문제점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부 보수언론과 교육청이 밝힌 것처럼 일제고사 때문에 '장애인 교육 복지예산'이 깎인다고 말한 적 없다. 다만 일제고사에 드는 예산은 얼마인데 시교육청이 교육복지예산은 얼마만큼 깎았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나름대로 막아보려 했는데 잘 안 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 지난 10월 취재 당시 백지답안이나 무성의 답안을 작성한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정상대로 시험을 치른 학생들도 있었다.

"1교시 이후 '성실하게 시험을 봐라'는 교내 방송이 나오면서 2교시부터 백지답안 수가 줄었다. 그리고 백지답안을 낸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에 담임 선생님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

 

아이들도 무작정 계속 백지답안은 낼 수 없었을 거다. 그런데 아이들의 일제고사 시험지를 채점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백지답안을 내서 혼나게 되니깐, 아이들이 정답에다 1만 더해서 일부러 오답을 낸다거나, 답의 순서를 바꾸는 식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더라."

 

"다른 동료교사 2명도 징계될까 염려"

 

- 시험을 치른 이후에도 아이들에게 백지답안을 작성하게 된 사유서를 쓰라든가 하는 일들이 있었다는데.

"시험 당일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백지답안이 무더기로 나왔던 반 학생들을 혼내거나 의도를 묻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교장의 지시로 백지답안을 낸 학생들에게 방과 후 '훈계교육'이란 것을 받도록 했다."

 

- 학교 측이 학생이나 교사 양측 모두 징계하려는 태도를 보였단 말인가.

"학생들은 처벌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학교 측이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전교조 조합원들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었다. 우리가 일제고사 전부터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메신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껴서인지 시험 당일날 장학사가 왔다. 그리고 그가 그날 1교시 시험 시간 이후 무더기로 제출된 백지답안을 발견한 것이다. 학교 측 말로는 장학사도 학교도 그냥 덮으려고 했단다. 그런데 언론에 보도가 나가면서 덮을 수 없게 됐다는 거다.

 

하지만 시교육청에 언급된 1명, 나만 징계하면 될 텐데 다른 전교조 조합원 2명도 같이 징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덮으려고 했다는 말을 온전히 믿을 수가 없다. 오히려 이 참에 계속 문제제기를 했던 이들을 솎아내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 지금 파면·해임당한 교사들과 달리 가정통신문을 보내거나 체험학습을 나간 것도 아닌데, 징계 사유로 무엇을 제시했나?

"아직 정확히 징계 사유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여러 군데서 확인해보니 대개 성실과 복종의 의무 위반이 징계 사유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백지답안을 제출한 뒤, 전교조 조합원을 제외한 나머지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불러 훈계를 했다. 그런데 전교조 조합원 선생님들은 이른바 '아이들이 시험을 성실히 임하도록 지도하지 못했다'며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한 선생님은 자신의 반 아이들이 생활지도부 선생님한테 혼이 나고 있는 것을 '내 반 아이들이니 혼을 내도 내가 혼내겠다'며 데려갔는데 그 일이 (생활지도부 선생에게) 폭언을 했다며 그것도 문제로 삼는 듯 하다. 또 백지답안을 쓴 아이들을 진로상담부장에게 방과 후 '훈계 교육'을 받게 하라는 교장의 지시에 '아이들에게 그런 것을 강제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게 복종의 의무 위반으로 돼 버렸다고 한다."

 

"선생님이 교단 서지 못하더라도 혼란스러워 말라고 했다"

 

- 지난 10월 이후 상당히 시간이 흘렀다. 원래 시교육청의 의결 없이 사학 재단 내에서 징계위원회가 꾸려질 수 있는데 학교 내 반응이 어땠나.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를 열어 해당 선생들을 징계해야 한다고 성토하기도 했단다. 그러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는 징계론에 동조했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그리 대단한 문제가 아니다, 애들 스스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징계론에 반대했다. 징계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돌려지기도 했는데 결국 진행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방학하고 나면 징계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교장이 이미 이사장에게 징계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앞으로 대응은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

"시교육청이 사립학교에 교사 1명을 자체 징계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사립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인데, 학교가 그에 부응해서 10여 년 이상을 근무해온 3명의 교사를 징계에 회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처사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징계의 부당성을 알릴 것이다. 리본을 달 수도 있고, 1인 시위도 나설 계획이다. 졸업생들 중에서 이사장과 재단에 '징계하지 말아달라'는 탄원서를 만들겠다고 연락이 오는 이들도 있다."

 

- 아이들은 선생님이 징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

"아이들에게 지난 16일 선생님이 징계를 받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아이들은 뉴스를 통해 선생님이 징계를 받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선생님들이 교단에도 못 서고, 리본을 달거나 집회에 나가더라도 혼란스러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아이들한테 말하려니 가슴이 답답해서 일부러 명랑하게 말했다. '우리가 시위할게요' 그러는 아이들더러 '너희들이 그러면 또 선생님이 선동했다는 소리 듣는다'며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그러니 이 녀석들 '선생님 잘리기 전에 밖으로 놀러가요'라고 하더라. (웃음)"

 

- 이번 일제고사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얽혀 전교조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는 것 같다. 전교조의 조합원으로서 드는 생각이 있다면?

"전교조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20년 전보다 더 철저하게 탄압이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기(18일 시교육청앞 집회)를 봐라. 전교조 서울지부 역사상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인 적은 없었다. 정부가 탄압하고 더 엇나갈수록 교사들은 위기의식을 갖고 뭉칠 것이다. 충분히 이겨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주요기사]
☞ [취재기] 국회에서 소화분말 마실 줄은 몰랐습니다
☞ [일제고사 파면·해임 파문] 졸업 앨범에서 사진도 빼겠답니다
☞ ['널 기다릴께 무한도전×2'] '고양이' 512명 모이기, 성공!
☞ [인터뷰] "대운하, 경제 살린다는데 국민이 반대하겠나"
☞ [엄지뉴스] 비싼 승용차는 이렇게 대도 됩니까?
☞ [E노트] '부시에게 신발 던지기' 패러디 게임 총정리


태그:#일제고사, #백지답안, #세화여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