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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을 임대농으로 살다 먹고살기위해 쓰레기차 운전했지만 결국 해고된 이성옥씨
▲ 15년을 임대농으로 살다 먹고살기위해 쓰레기차 운전했지만 결국 해고된 이성옥씨 15년을 임대농으로 살다 먹고살기위해 쓰레기차 운전했지만 결국 해고된 이성옥씨
ⓒ 김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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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청의 쓰레기 청소대행사인 동남용역에서 해고된 쓰레기차 기사가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경기지역지부 조합원인 이성옥(52)씨. 그는 90일째 수원시청 앞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노조탄압 중지와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수원시(시장 김용서)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해 고색동 위생처리장과 영통소각장으로 날으는 동남용역업체에 이씨가 들어간 것은 지난해 12월 14일. 그는 그때부터 3.5톤 쓰레기차를 운전하며 장안구 연무동 지역을 열심히 돌았다. 

시민들이 잠든 시간에 아파트나 주택가 등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서다. 그는 새벽 1시부터 출근을 준비해 2시부터 일을 시작해 점심쯤에 일이 끝나면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엔 한달에 150만원을 받았다.

이씨는 원래 권선구 곡반정동에서 임대농으로 15년간 일했다. 하지만 자식들이 커나가자 도저히 임대농으로 일하면서는 도저히 학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그래서 쓰레기차 운전을 시작한 것. 그는 농사짓는 심정으로 열심히 일을 했다

어느덧 해가 바뀌었다. 지난 9월 12일 여느 때 처럼 새벽에 일을 나갔다. 연무동 62번지 비탈길이었다. 쓰레기를 싣고 후진하다가 골목에 세워진 차와 접촉사고가 났다. 경미한 사고였다. 피해자가 다리에 타박상을 입었다.

사흘 뒤인 15일, 이 날도 차가운 새벽공기를 뒤로 하며 회사에 출근했다. 그러나 회사 (동남용역) 간부가 "오늘 일 없으니 당장 들어가라, 다친 사람은 어찌 될지 모른다. 있다가 회사에서 전화 걸 때까지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뒤 동남용역은 지금까지 이씨에게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9월 12일간 일한 것만 수당으로 받았을 뿐이다. 15일자로 해고된 것.

"9월 15일 출근하자마자 할일 없다고 나가라고 하면서 90만원 정도 받았어요. 소명기회도 주지 않았습니다. 백주대낮에 무슨 날벼락입니까?" 

이씨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라며 제소했다. 지난 11월 17일 부당해고라는 결정이 내려져 승소했다. 그러나 이씨는 동남용역이 원직복직을 허용하지 않아 여전히 거리에서 농성을 하며 노동조합 탄압과 추운 날씨에 온 몸으로 맞서고 있다.

이씨 "수원시와 동남용역간의 명백한 계약위반"

이성옥(52)씨. 그는 90일째 수원시청 앞,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원직복직 농성을 하고 있다.
 이성옥(52)씨. 그는 90일째 수원시청 앞,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원직복직 농성을 하고 있다.
ⓒ 김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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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원청업체 수원시의 대행사인 동남용역의 쓰레기 수거에 문제를 제기했다.

"동남용역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회사일이 갑자기 줄었다고 두가지 일을 시켰습니다. 동남용역이 운행경비 절감을 이유로 음식물 차를 운행하지 않고, 소각차에 한 번은 음식물을, 한번은 생활쓰레기를 실어 위생처리장과 영통소각장을 오고 간 것입니다. 이는 수원시와 동남용역간의 명백한 계약위반입니다."

이씨는 소각차엔 아파트 음식물을 싣지 못하도록 수원시와 동남용역이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 시기에 호매실 지역차와 연무동 지역차가 주로 이 '법규위반' 일을 했다고 여러 조합원들이 근무하면서 말했다고 증언했다. 시청 인근에 사무실이 있는 동남용역은 몇 달 간 음식물차를 운행하지 않은 대신 인건비와 기름값을 줄였다는 것이다. 

해고 된 사람은 이씨 뿐만이 아니다. 전체 직원은 20여명. 그중 조합원 9명 중에 6명이 회사쪽의 회유로 조합에서 나가야 했다. 결국 이들도 계약해지되었다. 해고자는 이씨 1명이다. 이씨는 노동조합을 탄압한 동남용역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약위반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는 수원시 환경국 청소행정과의 직무유기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환경국 청소행정과 윤환 청소행정팀장은 "요즘에는 혼용차가 나온다"며 "음식물을 일반 쓰레기차에 처리해 소각장으로 들어간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답변했다.

이어 동남용역이 당시 음식물 차를 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처음에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가 그뒤 "점검한 바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다시 말을 바꾸었다. 또 동남용역의 노조탄압에 대해서는 "노사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며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된다"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시민신문(www.urisuwon.com)에도 싣습니다.



태그:#민주노총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경기지역지부, #이성옥, #수원시, #동남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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