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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10시 인수동에 위치한 생명평화연대 수련실에서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설명회가 열렸다.
▲ 아름다운마을 초등학교 설명회_걸개그림 11월 22일 10시 인수동에 위치한 생명평화연대 수련실에서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설명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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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동에 자리 잡은 대안학교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http://cafe.daum.net/maeulschool)가 11월 22일 청룡빌딩 3층 생명평화연대 수련실에서 입학설명회를 열었다. 대안학교와 참교육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 내 아이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을 안고 찾아온 학부모와 청년 40여 명으로 수련실이 붐볐다. 마을학교 교사와 학생, 주민들이 준비한 공연으로 분위기를 돋운 뒤, 마을학교 설명이 이어졌다.

마을놀이패 '신명나게'의 축하공연으로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입학셜명회를 열었다.
▲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입학설명회_축하공연 마을놀이패 '신명나게'의 축하공연으로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입학셜명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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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마을학교 김수연 교장은 입학설명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마을학교의 교육철학과 학교 성격을 소개했다. 김 교장은 생명․평화․공동체가 마을학교 교육의 세 기둥이라고 설명했다. 조금은 추상적이고 어려운 개념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교육이 무엇이 문제인지, 참교육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학교성격과 교육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학교성격과 교육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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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학교는 위험하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 걸까.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해주는 게 '좋은' 사람 만드는 걸까. 그런 학교는 '좋지' 않은 차원을 넘어 "위험하다" 김 교장 진단이 처음부터 심상치 않다. "그 이유는 생명이 생명다워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볼수록, 그렇다. 주위를 둘러보면 학생들과 그의 가족들이 입시에 목 매달고 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올해도 수능시험을 치렀다. 얼마나 많은 학생과 부모들이 스트레스를 받았나. 겨울이면 '수능 성적 비관 자살'이 무슨 연례행사 마냥 등장한다. 

사람은 생명 고유의 목적을 품고 태어난다. 생명다운,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북돋고 고양해야 할 텐데, 학교는 아이들의 생명력을 억누르고 심지어는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이것이 한국교육의 현주소다.

부모와 아이들은 어떤 교육을 원할까?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입학설명회 중간에 학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시간을 가졌다.
▲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입학설명회_학생들 공연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입학설명회 중간에 학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시간을 가졌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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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둔 부모라면, 아이 학년이 높아갈수록 입시 걱정도 커지고 덩달아 학원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그 잘난 아들을 둔 옆집 아줌마와 수다를 떨고 나면, 내 자식만 뒤쳐지는 것 같다. 그렇다보니 만만치 않은 사교육비 부담을 지고도 자식을 학원으로 떠민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자든 땡땡이를 치든 그건 다음 문제다. 일단 내 아들 딸이 학원에 있어야 마음이라도 안심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학원에 가야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부모님께 조른다. 가계 형편이 어려워도 이래저래 안 보낼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부모가 진짜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 우리 아이들이 자기 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면서, 입시에 매몰되지 않고,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고, 정의와 용기가 넘치는 아이로, 더불어 살 줄 아는 건강한 아이로, 자라나는 것이 부모의 진짜 마음이 아닐까.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삶의 길을 인도해줄 좋은 스승을 만나고, 자신을 발견하고, 우정을 쌓아갈 수 있는 친구를 만나고 싶은 것이 아이들의 진짜 바람이다.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입학설명회에서 학생들이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입학설명회_학생들 공연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입학설명회에서 학생들이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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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학교는 착한 이웃이 만들어간다

마을학교는 부모 마음을 담아, 아이들 음성에 귀 기울여 만든 곳이다. 김 교장은 "입시 성공이 인생 성공이라고, 입시 실패가 인생 실패라고 믿지 않는다"며 다음과 같이 아름다운 마을학교의 상을 그렸다.

"한 사람의 생명력을 고양하고 아름답게 피어나길 희망하며, 그런 꿈과 힘을 기르고 계승하는 학교(생명). 나와 너, 우리와 자연이 온전한 관계 형성하고, 희망찬 미래를 일구어갈 일꾼을 키우는 학교. 염치와 정절을 아는 사람을 키우는 학교(평화). 공동체를 바탕으로 일상과 관계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고 훈련하는 학교(공동체)."

아무리 좋은 뜻을 품었다 해도 한 사람이나 한 가정은 쉽게 시도할 수 없다. 새로운 교육을 시작했더라도 지속하기 힘들다. 김 교장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기 때문에 지금 마을학교를 새워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입학설명회에서 교사들을 한명 한명 소개하고 있다.
▲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_교사 소개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입학설명회에서 교사들을 한명 한명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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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 '함께 더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 무엇인지 공들여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왔습니다. 학교 선생님뿐 아니라 새로운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함께 새로운 교육 문화를 생성해왔습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의 위험과 감수해야 할 많은 것을 온 삶으로 겪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부모님들이 함께 걸어왔습니다. 그저 착한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이웃들이 마을학교를 만들어왔습니다."

빛나는 졸업장과 눈부신 성적표, 입시 성공을 쫓는 동안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았는지 모른다. 비겁함과 두려움, 인색함과 비굴함, 성급함과 거짓 겸손은 애석하게도 학교에서 배운다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입학설명회를 마친 후 참석한 교사 및 학부모, 학생들이 한데 모여 단체사진을 찍었다.
▲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입학설명회 이후_전체사진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입학설명회를 마친 후 참석한 교사 및 학부모, 학생들이 한데 모여 단체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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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동에서 참교육을 해나가는 '마을학교'가 우리 마음 깊이 원하는 학교를 일구어 가길 소망해 본다. 우리 아이들이 기본적인 생활력은 물론 진실과 지혜, 용기와 재치, 친절과 긍지를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을학교 입학설명회를 마치고 나왔다. 서울의 공기는 여전히 탁하지만, 마을학교가 자리 잡은 북한산 자락 인수동 마을은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름다운마을학교가 걸어온 길
아름다운마을학교는 1991년 한국 사회의 변화를 꿈꾸던 청년들의 모임에서 출발했습니다. 한 마을에 모여 살면서 마실다니면서 대안적인 생활과 교육을 이루며 살고 싶다는 그 꿈을 구체화하기 위해 2002년부터 인수동(수유5동)에 터전을 잡았습니다. 여기 저기 멀리 떨어져 살던 친구들이 한두 가정씩, 한두 명씩 모여들면서 아름다운마을공동체를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2001년 대안교육연구모임  ‘내안길’을 시작하였습니다. 2002년 마을 어린이와 함께 하는 첫 나들이로 구체적인 현장과 이후 모습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2003년 3월 인수동, 냉골 주변 숲속에서 주말계절학교를 시작했습니다. 마을에 이사온 선배 두 가정에서 먼저 품앗이 육아를 시작했습니다.

2004년 3월에는 '아름다운마을학교'로 이름 짓고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시작했습니다. 2004년 주말학교, 계절학교, 교육사랑방을 운영했습니다. 2004년 10월 “아름다운마을학교” 새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2005년 8월 공동육아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을 인가를 받았습니다. 2006년 3월 ‘춤추는방과후배움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를 시작했습니다. 4학년 어린이 두 명, 1학년 어린이 두 명이 방과후배움터의 친구들, 세 명의 선생님과 다양한 자원활동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수동 마을신문 <아름다운마을>에도 실렸습니다. www.welife.org



태그:#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입학설명회, #학교성격, #교육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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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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