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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직이 일어나 창문을 열어봤더니 집 앞 도로변에 새하얀 눈이 보였습니다. 카메라를 챙겨 옥상에 올라가서는 가냘픈 눈송이들을 사진에 담아내고 내려와 노트북을 켜고 기분좋은 포스팅을 하려다 그만 황당한 기사를 포털사이트 엠파스 뉴스에서 접했습니다. 중앙일보(조인스)에서 내놓은 것이었는데 제목 또한 가관이었습니다.

 

"축구 하고 군대 가는 여대생 만들겠다"

 

대체 무슨 소리길래, 이런 괴상한 제목의 기사를 토해냈는지 직접 중앙일보 인터넷판을 확인해 봤는데, 서울의 숙명여대 한영실 총장이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아 중앙SUNDAY와 인터뷰를 한 거였는데, 대학운영과 그 실행 플랜을 늘어놓은 신임총장의 말은 실로 충격적이었습니다.

 

모방송국의 건강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며 '스타교수'로 이미지를 굳히고 여대 총장에까지 오른 그는, 여학생들이 여대 진학을 기피하는 등 '여대 위기론'이 일고 있는 요즘에 맞는 '융합시대에 맞는 인문적 소양을 키우겠다' '여자라고 해서 남자보다 못할 게 없다'면서 여성총장은 여성의 핸디캡과 문제를 지적하고 몇가지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우선 여(대)생의 핸디캡(취업·직장생활상의 문제)을 기업 최고경영자(대부분 남성이겠죠?)의 말을 빌어, '책임감이 좀 떨어지고 이기적' '조직을 위해 몸을 던지지 않는다' '남자들은 부하를 위해 내가 죽겠다고 달려드는데, 밑에서 보스하고 따라가는데 여자들은 난 몰라요 해서 부하들이 여상사 모시기 싫어하고 힘들어한다' '팀워크 부족' '권리는 똑같이 요구하면서 난 여자니까 하면서 책임을 회피한다'라더군요.

 

 

여성 총장이 여대생을 '팔기위해'?

 

아니 이 땅의 여(대)생 여러분 정말 그런가요? 책임감이 떨어지고 이기적이라서 여대생들이 남성들보다 취업하기 어렵고 직장생활하기 어려운 건가요? 총장님! 직장 생활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도 물어보고 답하신 건가요? 묻고 싶어지더군요.

 

더 충격적인 것은 취업 시즌인 요즘 여성과 여대생의 권리와 입장(사회적지위)을 대변해도 모자란 판에 여성총장은,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여(대)생들을 '팔기 위해(취업시키기 위해란 표현을 써도 되는지 판다니요?) 특수부대 요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남자가 여자가 더 훈련을 받는 것은 축구와 군대가는 것뿐이니, 축구하고 군대 가는 여대생 만들겠다'고 교수들에게 선언했다고 합니다.

 

이를 교수들은 농담인 줄 알고 웃어버렸지만, 이 총장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진담임을 재확인 시켜주었습니다.

 

 

이미 축구(풋살)는 시작을 했다고 하고 현역이 아니라도 여대생들을 '예비군(여성예비군이 작년 3월 창설되었으니)'이라도 시킬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습니다.

 

만약 산전·산후 휴가 하루도 안 쓰고 악바리 근성을 보인 것을 자랑하는 '워킹맘' S여대 여성총장이, 남성지배·중심적인 사회에서 그동안 차별받고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한 것을 이 대학 여대생들에게 '능력' '리더십'이란 이름을 붙여 되물림하려 하고 이후 S여대의 교육방향과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여대가 아니라 군사학교처럼 변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예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하시지.

 

대학이 상아탑을 쌓고 인격의 발전과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존중을 강화·심화하는 곳이 아니라, 취직을 위한, 기업(자본, 사용자)을 위한 '기계적·군인형 인간'을 양성하는 훈련소로 전락한다는 말입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아참 총장님은 예비군 훈련 받아봤습니까? 안 받아 봤으면 한 번 받아보고 말씀하시지요!!

 

"교육은 인격의 완전한 발전과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의 강화를 목표로 하여야 한다.(세계인권선언 제26조,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 제13조)"

 

어쨌든 '특성화'를 강조한 여대에서 축구나 군대를 조건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면 몇 명의 학생들이 그리고 재학생들이 환영할지 의문이네요. 취업만 된다면 군대도 축구도 감수할지도 모르겠지만, 남학생들은 군대도 다녀오고 총도 쏘고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해도 족구도 하지만 현실에선 취업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능력차나 신체적 차이, 책임감 부족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 '리얼정글고'가 떠오릅니다. 이젠 '리얼정글대'라고 불러야 하나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 이명박식 교육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다는...이러다간 대학에서 예전처럼 나무총들고 교련수업을 다시 시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려...


태그:#여대생, #책임감, #축구, #군대,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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