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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선 종점 전철역인 오이도역에서 출발 오이도를 거쳐 바다위 인공둑길 시화방조제를 향해 달려 갔습니다.
 4호선 종점 전철역인 오이도역에서 출발 오이도를 거쳐 바다위 인공둑길 시화방조제를 향해 달려 갔습니다.
ⓒ N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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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방조제는 서해 오이도 앞에서 출발하여 저 멀리 대부도라는 섬까지 연결된 편도 12Km의 길고 긴 인공둑입니다. 넓은 바다를 막아서 메꾸어 땅으로 만드는 간척지 개발사업의 교두보인 이런 인공둑길은 서해안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파헤쳐지는 서해안을 지날 때면 저렇게 계속 파헤치기만 해도 되는 건지 맘이 찜찜할 때도 있지요.

시화방조제길은 그 규모와 6년간의 진행과정에서 벌어진 인간의 탐욕과 대립, 자연의 초연함이 대비된 상징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TV나 신문을 통해 홍보(?)가 되어 관광하러 가는 사람, 낚시하러 가는 사람, 저처럼 자전거 타러 가는 사람 등으로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구요.

시화방조제길과 가까운 4호선 전철의 종점인 오이도역까지 애마를 싣고 떠납니다. 전철의 종점역이 오이도(烏耳島, 까마귀 귀를 닮은 섬)라는 재미있는 이름인지라 저절로 여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종점행이다보니 이맘때 앉으면 따뜻한 열이 나와 좋은 전철 좌석에 앉아 마음 놓고 한숨 자다가 깨어 오이도역에 내립니다. 섬과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역 앞에서 좋은데 데려다 주겠다며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인상좋은 어느 기사님께 오이도와 시화방조제 찾아가는 길을 여쭤보고 애마 잔차 위에 올라탑니다.

신도시처럼 쭉쭉 펼쳐진 도로 덕분에 길도 헤매지 않고 빠른 속도로 달려 오이도에 들어섭니다. 이곳에 처음 왔을때 오이도란 섬이 어디에 있는 건지 헤맸던 기억이 나네요. 원래는 육지와 4Km나 떨어진 진짜 섬이었는데 일제 강점기때 바닷가의 갯벌을 염전으로 만들면서 오이도가 육지와 붙어 버렸다는군요.

서해바다를 향해 난 손바닥만한 작은 포구를 가진 소박했던 오이도는 이제 유명 관광지가 되어 수많은 식당들들과 사람들로 사시사철 북적이고 있습니다.

이름도 재미있게 지은 오이도는 한자로도 재미있네요..까마귀 오(烏), 귀 이(耳)
 이름도 재미있게 지은 오이도는 한자로도 재미있네요..까마귀 오(烏), 귀 이(耳)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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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의 바다와 함께하는 시화방조제길은 그 끝이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바로 옆의 바다와 함께하는 시화방조제길은 그 끝이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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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주변은 여기저기 개발중이고 공사중인 곳이라 갈매기라도 만나면 무척 반갑습니다.
 시화호 주변은 여기저기 개발중이고 공사중인 곳이라 갈매기라도 만나면 무척 반갑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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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향해 나있는 오이도 산책로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조금 가다보니 '시화방조제, 대부도'라고 써있는 표지판과 함께 저멀리 끝이 아득하게 보이는 둑길이 나타납니다. 이제 길고 긴 시화방조제로 들어선 것이지요. 편도 12km의 거리로 그리 먼 길은 아닌 데다가 언덕도 커브길도 없는 무조건 직진인 둑길이지만, 달리다보면 지금 내가 어디쯤을 달리고 있는 것인지 모를, 가도 가도 옆의 넓은 바다밖에 안보일 때는 매우 먼 길로 느껴지는 둑길입니다.

자전거 여행자가 심심하고 힘들게 달리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갓길에 차를 대고 물고기를 낚으러 온 낚시꾼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하긴 여기는 바다 한가운데라 물고기 잡기에는 좋겠네요. 물도 마시고 휴식도 할 겸 애마에서 내려 낚시하는 남자들과 극소수의 여자분들을 구경하자니 어떤 낚시꾼 아저씨가 뜨겁고 진한 다방 커피도 타주시고 잡은 물고기도 자랑하면서 오이도와 시화호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도 해주십니다.

벌써 굴의 계절이 왔는지 방조제길 아래 바닷가에서 수북하게 쌓인 굴껍질을 까고 있는 '어모님'(어부의 부인을 칭함)들도 만날 수 있는데 짭조름한 서해 바다 바람과 버무려진 굴의 향기가 참 깊고 진합니다. 아마도 굴 껍질처럼 거칠고 울퉁불퉁한 어모님들의 손등에서 느껴지는 삶의 느낌인 것 같네요.

얼마쯤 더 달리다가 갑자기 쌩뚱맞게 줄지어서 바다를 가린 담벼락들이 보이더니 높고 커다란 기중기들과 출입이 통제된 공사장들이 보입니다. 방조제길 위에 이게 뭔가 했더니 담벼락에 세워진 홍보용 큰 간판이 그 정체를 말해줍니다.

'동양 최초,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 건설-수자원 공사.'

아직도 저런 쌍팔년도식의 과시적이고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촌스러운 구호를 쓰다니.. 조력 발전소라는 생소한 이름에 대한 호기심에 앞서 먼저 피식 웃음이 납니다.

조력발전소는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곳이라니, 우리의 서해바다에 맞는 발전소이기는 하겠습니다. 자연의 선물인 바다의 갯벌을 없애고 바닷가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사는 많은 사람들을 쫓아내고 만든 곳이니만큼 제대로 만들어 잘 운영되길 바래봅니다.

시화방조제길은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이 풍광도 다르고 감흥도 다릅니다. 대부도를 향해 가는 방조제길은 오른쪽의 드넓은 바다를 보며 달리는 길이지만, 다시 오이도를 향해 돌아오는 방조제길은 수많은 바다생명들이 떠나간 회색빛 시화호가 배경입니다. 멀쩡한 바다를 억지로 막아서 생긴 시화호는 피가 잘 안통하는 동맥경화 환자처럼 당연히 건강할 리가 없겠지요.

바다색도 아니고 그렇다고 호수의 빛깔도 안나는 시화호는 바다처럼 넓지만 갈매기 한 마리 보이지 않는 허허로운 저수지 같은 곳입니다. 그나마도 많은 덤프트럭들이 오며 가며 시화호를 자갈로 흙으로 메꾸고 있네요. 바다였던 시화호를 땅으로 다 메꾸면 여의도의 60배나 되는 넓이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 곳에 무엇을 지을까 궁금했는데 여기에도 수자원공사의 커다란 홍보용 간판이 그런 궁금증을 해소시켜 줍니다.

'시화멀티테크노밸리 건설'

아까의 동양최초, 세계최대...보다는 좀 더 진일보한(?) 이름이네요.

여러 시간을 그렇게 직진 또 직진하며 달리다보니  늦가을 11월 하순의 쌀쌀한 바닷바람에도 몸에 흐르는 땀과 열기에 그만 장갑도 벗고, 목까지 올렸던 점퍼 지퍼도 내렸더니 시원하고 상쾌합니다. 시화방조제길은 차길 옆의 갓길 외에도 인도 겸 자전거길이 넓으니 안전하게 달릴 수 있어 마음이 편하기도 합니다. 

땅덩이를 넓혀야겠다는 욕심꾸러기 인간들이 바다에 인공둑을 만들고 흙과 모래를 뿌려대며 메꾸어도 그저 어머니같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서해바다가 고맙기도 하고 애틋하기도한 시화방조제길입니다.

시화방조제길 곳곳에는 낚시꾼들이 여유로이 세월을 낚고 있습니다.
 시화방조제길 곳곳에는 낚시꾼들이 여유로이 세월을 낚고 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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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굴 껍질을 까느라 거칠어졌을 어모님들의 굴 껍질같은 손등이 눈에 선합니다.
 딱딱한 굴 껍질을 까느라 거칠어졌을 어모님들의 굴 껍질같은 손등이 눈에 선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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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를 실은 덤프트럭들이 부지런히 오가며 시화호를 땅으로 메꾸고 있습니다.
 토사를 실은 덤프트럭들이 부지런히 오가며 시화호를 땅으로 메꾸고 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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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시화방조제, #오이도 , #시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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