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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시작 전 본관인 메인 올드 빌딩 앞
 연설 시작 전 본관인 메인 올드 빌딩 앞
ⓒ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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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미국 대선이 민주당 오바마의 승리로 끝났다. 생각보다 일방적으로 끝난 미국 대선은 오바마의 어깨에 다민족 다문화의 대단결이라는 커다란 과제와 위기 속의 경제문제, 이라크 전쟁문제 등 많은 산적한 문제를 남겨 두고 있다.

지난 3월 30일 나는 오바마를 멀리서나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내가 살던 조그만 시골 마을인 스테이트 컬리지의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과 대선후보 유세를 위하여 방문한다는 것이었다. 스테이트 컬리지는 학생이 5만명 정도 있고 마을 주민이 2만 정도 되는 조그만 도시인데 우리나라 강원도 산골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3월 중순 어느날 오바마가 대학을 방문할 것이라고 중국 친구가 이야기 해 주어서 알게 되었는데, 사실 그 전부터 신문과 라디오를 통하여 오바마의 방문 뉴스가 나와 나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알고 있었다.

주변의 젊은 학생들이 모두 오바마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다가 보면 창문 또는 집 잔디밭에 나는 오바마를 지지한다는 푯말이나 스티커가 붙여진 집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며 많은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열광적으로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인은 별로 인기가 없지만 이곳에서는 어떤 연예인보다 인기가 더 높은 것처럼 느껴졌다. 오바마가 오기 1주일 전부터 학생회관에는 오바마를 연단 주변에 볼 수 있는 티켓을 선착순으로 나누어 주었다. 기다리던 2주가 지나 드디어 오바마가 방문하는 날이 되었다.

몰려든 사람들, 그 속에 나도 있었다

오바마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오바마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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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운동을 간단히 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이라 생각하고  미리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하여 예정시간보다 2시간 본관 앞에 도착해 보니 벌써 경찰이 입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오바마가 도착하는 본관 뒤편은 접근 자체가 안 되었고 현관 앞 잔디밭으로 가는 길도 통제하고 있었다.

연설 장소에 가보니 벌써 1만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와 있었는데 단상 앞쪽은 대부분 비어 있었고 모두 펜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바마가 연설하는 본관 앞 부분을 펜스로 20m 정도로 둘러쳐 있었고 그 뒤로 50m 정도로 또 하나의 펜스로 둘러쳐 총 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제일 연단 앞은 특별하게 초대된 사람만 들어 갈 수 있었고 두 번째 펜스 안에는 사전에 티켓을 받은 사람만 들여 보내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펜스 밖에서 오바마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가족과 나온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나도 한 번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이리 저리 눈치를 보았지만 경찰이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티켓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었다.

또한 안으로 들어 가는 사람들은 소지품 검사 후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만 했던 탓에 상당히 오랫동안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었다. 혹시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아 출입구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예정시간 5분 전, 안쪽에 공간적인 여유가 생겨 티켓을 받지 못한 사람도 선착순으로 소지품 검사 후 들여보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리하여 나도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행운이었다.

소지품 검사 후 금속탐지기 통과, 보안 장난 아니네

연설을 시작하는 오바마
 연설을 시작하는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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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사진기를 들고 앞쪽으로 이동하여 오바마를 맞을 준비를 하였다. 오바마는 예정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 많은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대중 앞에 얼굴을 드러냈다. TV에서 본 것 보다는 좀 왜소해 보였다. 그러나 유창한 그의 연설은 청중을 사로잡았다.

단상에 올라선 오바마가 한 손을 크게 들어 올리며 "We are~"라고 큰 소리로 외치자 2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우렁차게 "Penn State"를 외쳤다("We are~"라고 외치면 한쪽에서 "Penn State"라고 화답하는 것은 이들의 습관적인 행동인데,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사람들은 스스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러길 3번. 모두가 동질감으로 뭉쳐진 것을 확인한 오바마의 연설이 시작했다.

오바마의 연설은 TV에서 항상 말하는 이라크 전쟁, 경제문제 그리고 환경문제에 대한 것이었지만, 한층 자신감을 가진 오바마는 힐러리에 대한 차별화 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메케인과 부시에 대하여 차별화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스스로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벌써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곳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재학 중에 미군에 자진 입대하여 이라크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도 수십 명에 이른다. 왜 이런 젊은이가 자진입대를 할까? 알고보니 군에 입대하고 의무복무연한을 채우고 제대해 대학에 들어가면 모든 등록금이 면제라고 했다.

여기 대학에서 군대에 입대한 사람도 일부 애국심으로 군에 입대한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 경제적인 문제 또는 시민권을 획득하려는 이유 때문에 군대에 입대한다고 한다. 하여튼 TV를 보고 있으면 가끔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사진을 가슴에 안고 그리워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전쟁에 길어질수록 희생자가 늘어가고 거기에 대한 국민의 정부에 대한 원망도 늘어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빨리 끝내지 못한 전쟁이 공화당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렇게 TV에서 시시때때로 전쟁유가족과 인터뷰 방송을 내보내니 아무리 명분이 있어도 정부를 좋게 생각할 수가 없다.

오바마 당선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오바마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사실 부시 정부는 환경문제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내가 살았던 아파트는 모든 쓰레기가 분리 수거가 되지 않고 있었고 그냥 한 번에 모아 땅에 파묻는 것 같았다. 땅이 너무 넓어 매립지 구하기가 쉬우니 환경문제만 제외하고는 매립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월마트에 가면 일회용 비닐 봉투를 무한정 얻을 수 있고, 사람들은 대부분 큰 차를 선호하여 보통 3000cc 이상의 대형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있었다. 환경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 사람은 일부 지식인 층을 포함하여 극소수인 것 같았다. 그러나 오바마는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차기 정부는 아마 환경 관련 정책을 많이 쏟아낼 것 같다.

문제는 농업이었다. 연설 당시는 농업 부문에 대해서는 쟁점분야가 아니어서 그 분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자국 경제 이익의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오바마는 보호무역주의를 확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한미FTA를 전면 개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자동차 부분에서 불평등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봐서는 한미 통상관계는 악화될 것이란 추측이 많다. 농업분야에서도 당연히 유리한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농산물 개방 압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므로 새로운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제 농업은 농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산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면 미국 주유소에 가면 대부분의 휘발유에 알콜이 섞여 있다. 옥수수나 식물에서 추출된 알콜이다. 바이오 에너지라고 하여 최근 옥수수에서 많이 추출하여 자동차 에너지원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결국 옥수수 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옥수수도 이젠 자동차와 나누어 먹어야 되는 것이다.

미국도 요즘 농촌은 노인들이 많다. 농사를 지을 여력이 없는 노인들은 보통 땅을 빌려 주는데 젊은 농부들은 땅이 없기 때문에 보통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런데 옥수수 값이 올라가자 땅값이 상승했다.  결국 임대료도 상승시켜 임차하여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과의 농산물 경쟁, 게임이 안 되지만...

캘리포니아 사막지대 전경.
 캘리포니아 사막지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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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곡물가격 폭등의 영향을 우리가 고스란히 받고 있다. 밀가루 옥수수 등을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이러한 곡류가격 상승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 흉작이라도 들면 우리가 필요한 밀가루조차 확보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사막이 많다. 토질은 비옥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환경 때문에 캘리포니아의 넓은 지역이 사막이다. 그러나 거기에 물만 있으면 사막이 옥토가 된다. 얼마나 행복한 나라인가. 비록 지금은 밭이 아니지만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물만 주면 옥토로 바꿀 수 있는 땅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또한 옥수수 밭 한가운데는 석유를 퍼올리는 펌프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 사막에는 이런 유전뿐만 아니라 많은 자원이 묻혀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사막을 활용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는 연구가 많이 되고 있다. 지금은 경제적 가치가 없어 개발하지 않지만 유사시에는 큰 자원으로 변할 수 있는 곳이 캘리포니아 사막지역인 것이다.

만약에 식량의 자급자족에 문제가 된다면 농업용수만 공급하면 대부분의 사막에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농업에서 우리와 미국을 비교하면 사실 경쟁이 되지 않는다. 재배 면적이나 1년 내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온화한 기후 그리고 멕시코인의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한 생산비 절감 모두 우리가 따라 가기는 힘들다.

세계의 자유 경쟁 속에서 우리 농업이 살아 남을려면 무엇보다도 우리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고 안전성을 확보하여 소비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안전하고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개발하면 가격면에서는 불리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품질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는 방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왜소한 그의 어깨에 놓인 무거운 짐

연설 후 대중과 인사하며 즐거워하는 오바마
 연설 후 대중과 인사하며 즐거워하는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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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후 대중과 악수를 나누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는 오바마.
 연설 후 대중과 악수를 나누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는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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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연설 특징은 간결하고 쉬우면서도 경쾌한 리듬을 타고 대중의 감정에 호소하는 느낌이었다. 오바마는 연설을 마치고 앞에 있던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 주기도 하고 손을 잡고 악수를 하기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오바마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경호원들은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보며 누가 손을 오래 잡으려고 하면 거의 단호하게 제압하였다. 대통령에 준하는 철저한 경호를 받고 있었으며 아마 혹시 일어날 수 있는 테러를 대비하여 이 시골에 있는 보안관과 경찰을 전부 동원한 것 같았다.

이층에서 저격수 2명이 총을 든 채 엄호하고 있었고 4-5명의 경호원은 근거리에서 그를 경호하고 있었다. 그의 근처에 가려면 여러 겹의 경호 벽을 뚫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게 20여분을 대중과 함께 악수를 나눈 오바마는 많은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농업이 주산업인 주이다. 축산업과 원예산업이 다른 곳 보다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오바마는 유세를 끝내고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인근 학교 목장에 가서 목장 시설을 돌아보고 송아지에게 직접 우유를 먹이기도 하면서 각별히 농업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오바마를 알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연설과 화술 그리고 대중적 인기는 실감할 수 있었다.

그가 이제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 되었다. 이라크 전쟁과 경제회복, 세계 환경문제 등 넘어야 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세계 지구촌 사람들은 그를 단순히 미국의 대통령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죽어 가는 세계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람으로, 전쟁으로부터 평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세계 평화의 해결사로, 지구 환경 보호자로 많은 역할을 해 주길 바라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그의 어깨가 무척 무거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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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바마,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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