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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출 실적이 좋아서 세일을 하지 않고 '배짱'을 부리던 백화점들도 가격을 내리다 못해 땡처리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출 실적이 좋아서 세일을 하지 않고 '배짱'을 부리던 백화점들도 가격을 내리다 못해 땡처리에 나섰다.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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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 세트상품인 건강식품은 추가 구성 등을 통해 가격적 혜택을 주면서 6개월에서 1년 분량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대용량 세트상품이 6개월, 3개월, 심지어 1개월 분량으로 쪼개고 나눠져서 소용량, 소포장 상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가족들의 건강은 챙기고 싶지만 불황기일수록 병원비를 줄이기 위해 큰 돈 쓰기를 꺼리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궁여지책인 셈이다.

반면, 단품 위주로 판매하던 중저가 의류는 묶어 파는 마케팅이 대세다. 기존 가격을 유지하면서 구성을 최저 2종에서 최다 7종까지 늘리고 있는 것.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치킨 1만마리, 호빵 2만개를 내세운 '공짜이벤트'가 등장해 넷심을 홀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출 실적이 좋아서 세일을 하지 않고 '배짱'을 부리던 백화점들도 가격을 내리다 못해 22만원짜리 옷을 5만원에 '땡처리'할 계획이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백화점의 연중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겨울옷 판매가 부진하자, 백화점들이 겨울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일제히 세일 행사에 나선 것이다.

불황 여파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통 업계의 처절한 몸부림이 혁신적인 마케팅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건강식품은 쪼개고 나누고, 의류는 묶고 합치고"

비교적 고가인 대용량 세트상품은 구성을 줄여 소용량, 소포장으로 쪼개 팔고, 단품으로 판매하던 중저가 상품은 오히려 상품 구성을 늘려 세트로 묶어 판다. 불황이 가져온 TV홈쇼핑의 변화된 풍경이다.

GS홈쇼핑에 따르면, 지난 9월 이후 건강식품의 매출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기존 건강식품을 소용량으로 나눈 소포장 상품이 전체 판매 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S홈쇼핑은 대표적인 건강식품인 '정관장 홍삼천국'을 30포 들이 6박스(6개월 분) 단위로 판매해 왔으나 지난 달부터 4박스 2개월 분을 출시했고, 12월부터는 2박스 1개월 분을 선보일 예정이다. 판매 단위의 변화는 일단 성공적이다. '정관장 홍삼천국' 4박스는 11월 들어 전체 판매 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나 늘었다.

이렇게 소용량 소포장 상품이 주목 받자 GS홈쇼핑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품목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없던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혜택이나 추가 구성 증정 등 소용량 소포장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을 위한 혜택도 크게 늘렸다.

차태웅 GS홈쇼핑 건강식품 담당 MD는 "경기 호황기에는 추가 구성을 더 많이 주는 대용량 상품의 매출이 90% 이상일 정도로 소포장 상품은 구색에 불과했으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이들 상품의 판매가 20% 이상 급증하고 있다"면서 "건강식품은 경기에 가장 민감한 상품군 중 하나지만 쪼개 파는 마케팅으로 소용량 소포장 건강식품이 불황무풍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밝혔다.

쪼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묶어서 파는 것이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GS홈쇼핑의 간판 의류 브랜드인 '론 정욱준'의 경우 지난 봄까지 남성 정장 2벌을 19만8000원에 판매했으나 올 가을 상품부터 기존 가격에 정장 2벌에 코트까지 무려 3벌을 세트로 묶어 판매하고 있다.

거기에 11월 중순 이후 5만원을 인하해 14만8000원에 판매 중이다. 정장 한 벌 당 5만원도 안 되는 가격이다. 이 상품은 1회 방송에 2500~3000세트가 판매되는 등 지난 봄보다 판매 수량이 50% 이상 늘었다. 두툼한 점퍼 2벌을 묶어 10만원 이하에 판매하기도 한다.

5종, 심지어 7종까지 구성한 상품도 등장했다. '황인영 보엣 센티멘탈 블라우스'는 5만9900원에 블라우스 5종을 구성했으며 '에바주니 러브 니트'는 5만9900원에 니트 7종을 준다. 그야말로 블라우스나 니트 한 벌 당 1만원도 안 되는 초특가다.

지난 21일 오전에 방송된 '에바주니 러브 니트'는 1시간 만에 9600세트를 판매했다. 단품으로 계산하면 무려 6만7200벌로 1분 당 1120개, 1초 당 18.6개를 판매한 셈이다. GS홈쇼핑 사상 최단 시간에 가장 많은 수량을 팔아 치운 의류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강성준 GS홈쇼핑 패션팀 과장은 "작년까지 홈쇼핑의 의류 구성은 3종을 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으나 불황의 여파가 홈쇼핑 13년 간의 불문율마저 깨고 있다"고 설명했다.

22만원짜리 옷을 5만원에... '땡처리'나선 백화점

당초 백화점 업계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출 실적이 좋아서 올해 송년 세일 행사를 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하반기 경기침체의 광풍에 결국 두손을 든 백화점 업계는 올해 마지막 세일 행사 기간을 작년보다 5일이나 늘어난 10일간으로 확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들은 28일부터 12월7일까지 각각 '프리미엄 겨울 정기세일', '송년 파워세일', '겨울 해피세일'이란 이름으로 일제히 할인 행사를 벌인다. 최근 경영 악화를 겪고 있는 의류업체들의 세일 참여율도 지난해에 비해 10% 가량 높아졌다고 한다.

이번 세일 기간 동안 백화점들의 공동 목표는 그간 팔지 못한 겨울 의류 재고 물량을 털어내는 것. 따라서 백화점들은 특가를 내세운 기획상품과 이월상품 물량을 대폭 늘리고, 한정된 분량에 대해서는 점포별로 추가 할인 판매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본점 등에서 점포별 50~100장 한정수량으로 판매하는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 'SOUP(숲)'의 하프코트를 정상가인 22만9000원에서 행사가격으로 16만9000원에 판매했지만, 이를 다시 67% 할인해 5만5000원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이번 세일에서 재고 소진을 위해 '100대 현대 기획 상품 컬렉션'과 '겨울 필수 아이템 특가 상품전'을 열어 기획·특가 상품을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린 150억여원어치나 준비했다.

신세계백화점도 행사 기간에 남성·여성 의류, 스포츠 및 잡화품목을 최고 30%까지 세일 판매하고, 각 장르별 바이어들이 인기 상품을 선정해 한정 판매하는 바겐스타 상품을 작년보다 60% 확대한 40억원 어치 준비했다.

이원준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은 "11월초까지 예년보다 3~4도 이상 높게 이어진 고온현상과 불경기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겨울의류 판매가 너무 부진했다"며 "이번 세일에는 재고부담으로 힘들어하는 협력업체와 백화점이 상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특가 및 기획행사를 선보여 겨울상품을 소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원샵'보다 싼 '오백원샵' 등장... 온라인몰에선 '공짜' 파티

'천원김밥'보다 300원이 저렴한 '삼각김밥'
 '천원김밥'보다 300원이 저렴한 '삼각김밥'
유통업계들이 앞다퉈 다양한 마케팅 방식으로 가격 인하 전쟁에 나선 데에는 불황기에 나타나는 소비 심리를 이용한 측면이 크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돈이 없고, 앞으로 없어질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절약형 소비 행태가 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냥김밥(1000원)보다 300원이 저렴한 삼각김밥(700원)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GS25가 1월 1일부터 11월 22일까지 전국 3300여 매장에서 판매된 즉석 먹을거리(삼각김밥, 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햄버거) 판매 수량을 조사해 본 결과 삼각김밥인 '뉴전주비빔밥'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GS25 상품부문장 허연수 전무는 "최근 몇 백 원이라도 아끼려는 고객들이 늘면서 편의점에서도 저렴한 가격의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특히 저렴한 가격에 간단하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삼각김밥 같은 즉석 먹을거리 매출이 40% 이상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캔커피도 같은 기간 전국 GS25 매장에서 판매된 수량을 살펴보면 1위 '레쓰비 마일드(185ML, 600원)'와 2위 '카페라떼 마일드(175ML, 800원)'의 판매량 격차가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상품보다 저렴한 미니 상품도 인기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9월 '롯데샌드깜뜨(미니)', '롯데샌드(미니)' 등 총 9종의 500원~700원짜리 미니 과자 상품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길거리 균일가 상점 중 '천원샵'보다 싼 '오백원샵'까지 등장했다. 종로에 위치한 '오백원샵'에서는 빨래집게, 유리컵, 바구니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 온라인몰에서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공짜 이벤트' 열기가 뜨겁다. 국내 대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은 지난 3일부터 12월 13일까지 '무한 공짜의 혜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벤트에서 간단한 게임을 하면 추첨을 통해 치킨, 호빵, 컵라면 등 겨울 먹거리를 비롯해 화장품, 영화예매권 등 12가지의 경품을 3차에 걸쳐 제공한다. 자판기 커피 값인 100원~500원 사이에 속옷, 머플러, 슬리퍼, 장갑, 모자 등 한정수량의 겨울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깜짝 세일도 마련했다.

최문석 옥션 마케팅실 상무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공짜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마케팅에 더 많은 고객이 몰리고 있다"며 "공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기업 측면에서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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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불황기, #소비자, #유통,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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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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