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티그룹의 위기를 보도하는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시티그룹의 위기를 보도하는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 IHT

관련사진보기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AIG에 대한 구제 금융에 이어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등 자동차산업까지 휘청거리며 지칠 대로 지쳐버린 미국 경제가 또 다시 '강펀치'를 얻어맞았다. 바로 '금융제국' 씨티그룹마저 생사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뉴욕타임스,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한국시간으로 23일 씨티그룹의 고위 경영진이 긴급회의를 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1일 하루 동안 씨티그룹의 주가는 19.9% 떨어졌고, 지난 1주일간 무려 60%나 폭락했다. 현재 씨티그룹의 주가는 주당 3.77달러로 이는 지난 1992년 10월 이후 16년만의 최저치다. 사실상 시장으로부터 완전히 외면당한 것이다.

'금융 선진국'을 자처하던 미국의 간판이나 다름없었던 씨티그룹이 위기에 처하자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금융 시장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미 많은 국가들은 씨티그룹의 파산이 미칠 파장에 대비하느라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바쁘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금융 제국' 씨티그룹

1812년 설립되어 올해로 196주년을 맞이한 씨티그룹은 전 세계 106개가 넘는 국가에 2억 명이 고객을 자랑하는 최대의 '헤비급' 금융기업이다. 

뉴욕씨티은행으로 출발해 수많은 합병을 거치며 오늘날의 면모를 갖춘 씨티그룹은 수많은 금융 기법과 영업 전략을 도입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월스트리트를 지배하는 거인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씨티그룹의 자회사인 씨티은행이 지난 1961년 처음으로 발행한 양도성예금증서(CD)는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무기명 예금상품으로서 기업과 은행들이 손쉽게 거액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어 당시 금융 시장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1998년에는 스타 CEO 샌디 웨일을 앞세워 트래블러스를 합병하며 경제대공황 이후 금기시되었던 은행·증권·보험의 겸업을 성사시키는 '금융 혁명'을 일으키기도 했다. 씨티그룹의 로고에 나와 있는 우산 모양의 그림은 '씨티'라는 이름 아래 금융 산업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겠다는 야망이 담겨져 있다.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었던 씨티그룹은 2004년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이 통합해 한국씨티은행을 출범시키며 한국 시장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5일 동안의 시티그룹 주가 변동 그래프
 최근 5일 동안의 시티그룹 주가 변동 그래프
ⓒ Yahoo Finance

관련사진보기


위험 외면한 무리한 투자로 자초한 재앙

절대 강자는 스스로 무너진다고 했던가. 영원할 것만 같았던 씨티그룹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파생상품을 개발해 손쉽게 돈을 번 씨티그룹은 미국의 부동산 거품에 힘입어 모기지 투자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에도 경영진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경기침체로 소매금융 부문의 이익이 크게 떨어진데다가 설상가상으로 대출에 대한 체납 비율도 급상승하며 씨티그룹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투자 구조의 위험도가 높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손실을 입게 될지 정확한 예상이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계속되는 수익 악화와 불확실성에 투자자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그제야 경영진은 뒤늦은 실수를 인정하며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지난주 씨티그룹 경영진은 다른 대형 은행과 합병하거나 자산의 일부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최근의 경제침체로 볼 때 지갑을 열만한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경영진은 자산 매각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기업 내부에서의 의사소통조차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2만3천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앞으로 5만여명을 추가로 감원할 예정인 씨티그룹은 비크람 팬디트 CEO의 교체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금융 시장과 언론의 시각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대마불사' 씨티그룹에도 적용될까

금융 시장은 이번에도 정부가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만약 씨티그룹이라는 '공룡'이 파산하게 된다면 베어스턴스와 리먼 브라더스를 훨씬 능가하는 엄청난 충격이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며 미국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할 수 없이 AIG처럼 씨티그룹에 대한 구제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마불사의 원리가 또 다시 적용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씨티그룹 경영진이 핸리 폴슨 현 재무장관과 차기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티모시 가이스너를 모두 불러 모아 정부가 씨티그룹을 직접 보증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것과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자동차회사 GM마저 파산 위기에 놓여있고 정권교체를 앞둔 어수선한 상황에서 정부와 경영진 모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씨티그룹에 대한 불안감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태그:#씨티그룹, #금융 위기 , #씨티은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