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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이틀째 기승을 부린다. 길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갑자기 불어 닥친 한파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다. 모두 잰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날이 추우니 따끈따끈 하면서 입맛을 당기는 요리가 없을까 궁리하다 겨울철에 보양도 되고 바다 냄새 물씬 나는 굴요리가 생각났다.

 

굴은 겨울이 제철이기 때문에 굴 마니아들은 인내심을 갖고 겨울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다. 날 음식을 먹지 못하는 내가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게 바로 굴. 때문에 굴 요리 전문점이 눈에 띄면 눈여겨두었다가 찾아간다. 지난 겨울 자주 찾았던 부천 중동 시청 근처에 위치한 굴 요리 전문점이 생각나 그곳으로 향한다.

 

 

이맘때쯤이면 이 집의 굴 요리를 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단체로 이곳에 이용하려면 사전에 예약을 해야 상큼한 굴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통영에서 그날그날 직접 올라오기 때문에 언제나 싱싱하고 탱탱한 굴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찾아 갔는데 근처에 있는 회사원들이 식사를 마치고 무리를 지어 나오고 있었다. 지금은 좀 한가하겠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인이 친절하게 맞이한다. 아직도 가게에는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자리를 잡고 주위를 살펴보니 나이가 지긋하신 부부가 다정하게 앉아 굴 요리를 맛있게 먹고 있기에 말을 걸었다. 

 

"이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상동에서 왔어요. 여기는 지인들과 3~4번 정도 왔었는데 음식이 깔끔하면서 입맛에 딱 맞아요. 이곳에서 굴 요리를 먹으며 아내 생각을 많이 했답니다. 꼭 한 번 같이 오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오늘에야 굴 요리를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왔습니다. 친구들에게도 이곳 소개를 하기도 했지요."

 

김정권(62)씨가 말한다. 아내인 박종남(59)씨도 한마디 거든다.

 

"나는 워낙 굴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굴은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이거든요. 굴 철이 돌아왔으니 그동안 먹지 못한 굴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래서 싱싱한 굴요리을 먹기 위해 통영까지라도 찾아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지요. 남편이 굴 요리 잘하는 곳이 있으니 그곳으로 갑시다. 하잖아요. 그래 함께 왔답니다. 

 

남편은 굴 국밥을 시키고 나는 영양굴돌솥밥을 시켰는데 참 맛있네요. 그래서 추가로 굴 파전도 더 시켰답니다. 굴 파전이 아삭거리며 참 맛있네요. 주인 인심도 굉장히 넉넉한가봅니다. 음식이 푸짐해서 참 맘에 듭니다. 통영 먼 곳까지 갈 필요 없이 굴 요리를 먹고 싶을 때면 이곳에 와서 먹을 생각입니다. 밥을 덜어내고 남은 구수한 누룽지 위에 물을 부어 두었다 숟가락으로 긁어 먹으면 맛있겠죠? 같이 드실래요?"

 

"아닙니다. 저도 음식을 시켰으니 조금 있다 먹을 거예요."

 

그러나 고소해 보이는 누룽지를 보니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간다.

 

영양굴돌솥밥에는찹쌀, 쌀, 밤, 인삼, 대추, 단호박, 은행, 표고버섯, 호박씨 그리고 주재료인 싱싱한 굴까지 10가지의 영양 많고 몸에 좋은 갖은 재료를 넣어 밥을 짓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하다. 그래서 돌 솥 밥 한 그릇이면 오랫동안 든든하다.

 

굴 파전을 먹을 때 고소하면서 아삭아삭한 맛도 나는데 아삭한 맛은 어떻게 내는지 물어보자 굴 파전을 부칠 때 밀가루 반죽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쪽파를 얹은 다음 싱싱한 굴을 올리고 풋고추로 고미를 얹는다. 다음 계란을 풀어 끼얹고 빵가루를 위에 뿌리고 꼭꼭 누른 다음 약한 불에 익히면 된다고 요리사가 귀띔한다.

 

이외에도 이곳에서 굴로 만든 요리로는 굴 찜이 있고 굴 무침, 굴 보쌈 등 다양한 메뉴기 준비되어 굴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탱탱한 생굴을 초고추장에 푹 찍어 먹는 것이 단연 우선인건 사실이지만 다양한 굴 요리를 맛볼 수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푸짐한 인심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넉넉하게 서비스를 하는 주인장이 있어 더욱더 이곳을 찾게 된다고 손님들은 이구동성으로 말을 한다. 손님이 왕이라는 생각으로 싱싱한 굴을 산지에서 직송하여 손님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한다고 사장 이유경(49)씨는 말한다.

 

시원시원해 보이는 외모에 시원시원한 말투. 언제나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이 다시 한 번 그곳을 찾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주방에서 팔팔 끓고 있는 굴 국밥을 바라보니 추워서 잔뜩 움츠렸던 어깨가 저절로 펴진다.


태그:#굴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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