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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알리바이> 겉표지
 <최후의 알리바이> 겉표지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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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겨울, 뉴햄프셔에서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하룻밤 사이에 스물네 구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경찰은 종교적인 어느 집단의 소행을 의심하지만, 아니다. 그렇다면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사람들인가?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다. 연방 수사국은 엠바고를 발효한다. 세상에 알리기에는 그 여파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영문학 교수 플랭클린, 그는 위대한 작가들에 대한 에세이적인 비평을 써서 인정받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부유한 재정을 자랑하는,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대학에 오게 된다. 프랭클린에게 남은 것은 출세가도를 날리는 일 뿐이다. 그런데 경찰과 FBI가 찾아온다. 근처에서 발견된 스물 네 구의 시체 때문이다.

그들이 플랭클린을 찾은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스물 네 구의 시체들은 지역이나 교육환경 등 그 어떤 것도 공통점이 없었다. 그나마 한 가지가 있다면, 벤 보즈라는 작가와 관련됐다는 사실 정도다. 관련이 있다고 해도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의 애독자라는 사실 정도다.

벤 보즈, 그는 한물 간 작가다. 거의 인기도 없다. 살인 장면 등을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그리는 탓에 오히려 지루함을 주는 작가다. FBI와 경찰이 플랭클린을 찾아와서 벤 보즈를 언급할 때 당연히 그는 당황한다. 그들이 벤 보즈의 독자라는 사실이 그리 중요한 것일까? 그들은 말한다. 오랫동안 벤 보즈를 의심해왔다고, 묘사한 살인 장면이 상상이 아니라 실제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플랭클린에게 거대한 성처럼 단단한 방어벽을 친 벤 보즈에게 접근해달라고 부탁한다. 비평의 세계에서 유명한 그라면 벤 보즈가 허락해줄 거라는 계산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플랭클린은 고민 끝에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천재 영문학 교수와 소설가이자 불세출의 연쇄 살인범, 그리고 베테랑 경관의 게임은 그렇게 시작된다.

프랑스 문학의 신예 로맹 사르두의 <최후의 알리바이>는 본격 스릴러로 개성 강한 인물들의 등장과 한순간도 늘어지지 않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이 매력이다. 더 사실적인 소설을 쓰기 위해 사람을 다양한 방법으로 살해할 뿐만 아니라 완벽한 알리바이까지 만들어내는 소설가,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벤 보즈를 자극해 약점을 찾으려는 영문학 교수 그리고 교수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베테랑 경관의 만남은 연쇄살인마가 등장하고 형사가 그것을 쫓는다는 단순한 설정보다 좀 더 매력적이다.

허를 찌르는 반전은 어떤가. <최후의 알리바이>는 근래에 소개된 스릴러 사이에서 그 솜씨가 단연 눈에 띈다. 소설가는 소설가대로, 교수는 교수대로, 형사는 형사대로 그것을 준비해내는데 스릴러를 웬만큼 본 사람도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완성도가 높다. 성공적인 스릴러의 중요한 요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최후의 알리바이>는 이 외에도 소설로서 중요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완성도 높은 문장이다. 스릴러라고 하면 문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런 기본 약점은 '사건'으로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맹 사르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느 본격 문학에 뒤지지 않는 문장력은 인물들의 긴장감을 더 생생하게, 사건의 심각성을 더 진지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로맹 사르두가 그만큼 공을 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완벽할 정도로 흠을 남기지 않는 연쇄살인마를 영문학 교수는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비평하면서 약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개성 넘치는 인물들과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결말이 압권인 <최후의 알리바이>, 스릴러이자 소설 읽는 재미를 마음껏 느끼게 해준다.


최후의 알리바이

로맹 사르두 지음,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2008)


태그:#로맹 사르두,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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