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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행정안전부·국토해양부·경찰청 등 정부 10개 부서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 동안 각 단체나 개인이 주장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이번 발표에 대해 기대, 우려, 실망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자전거 이용자와 자전거 정책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말]
부평을 자전거도시로 만들기 위한 페달질이 올 3월 1년을 맞이했다. 1년 사이 부평이라는 도시에는 점차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 부평을 자전거도시로! 부평을 자전거도시로 만들기 위한 페달질이 올 3월 1년을 맞이했다. 1년 사이 부평이라는 도시에는 점차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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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에 금융위기와 경제 불황이 맞물리면서 자전거가 대안 교통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일 정도로 자전거도시를 주창하는 지자체가 많아졌고, 이용자 또한 많아졌다.

자전거로 출퇴근한지 어느덧 5년째, 인천 부평을 자전거도시로 만들자고 나선지 20개월째다. 부평은 아직 크게 달라진 바는 없지만 타 지자체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자전거도시를 향한 움직임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부평구는 시민 활동이 자전거도시를 견인하는 곳이다. 지자체장이 이끄는 여타 도시와 다른 점이다.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가 지난해 초 모임을 결성하면서 매달 대행진과 민관협력을 통해 자전거도시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부평구는 인천시로부터 자전거도시 시범지역으로 지정돼 자전거도시 인프라 구축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현재 굴포천변 자전거전용도로가 설계중에 있으며, 도심내 격자형 자전거 간선도로 설치도 논의되는 실정이다.

대중교통 연계방안 전에 핵심 인프라 구축이 먼저

자전거를 싣고 지하철을 타기는커녕, 부평에서는 경인전철이 남북을 가르고 있어 자전거를 타고 경인전철 선로를 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 경인전철 백운역 자전거를 싣고 지하철을 타기는커녕, 부평에서는 경인전철이 남북을 가르고 있어 자전거를 타고 경인전철 선로를 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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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전거 전담부서인 행정안전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자전거와 관련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17일 내놓은 자전거 종합대책안에선 자전거와 대중교통 연계 방안을 내놓았다. 열혈 이용자인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자전거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그 필요조건 중 하나가 대중교통과 연계방안이지만, 사실 이보다 더 먼저인 게 있다. 자전거전용도로 설치·수리기능과 보관기능이 있는 자전거종합센터, 자전거신호등, 자전거보험 등 핵심 인프라를 먼저 만드는 것이다.

가령 인천지하철에 자전거를 싣고 탈 수 있다고 하자(물론 열혈 이용자들은 지금도 지하철에 자전거를 싣고 다닌다). 필자도 업무상 부평에서 인천시청이나 인접한 남동구·계양구 등으로 움직일 일이 많다. 그럴 때 지하철에 자전거를 싣고 갈 수 있다면 무척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 그렇게 하기엔 위험하다.

이유인 즉, 대표 환승역인 부평역이나 부평구청역 등으로 가기 위해서는 인도 위에서 곡예 운전을 해야 한다. 능숙한 사람일 경우 자동차와 나란히 달려 도착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중교통과 연계방안을 도입하기 전 자전거전용도로와 자전거전용 횡단도로, 환승역마다 자전거수리·보관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먼저다.

자전거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첫번째 과정이 바로 차선을 줄이고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고찰 없이 대중교통과 연계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전시행정으로 흐를 위험성이 높다. 때문에 자전거도시 관련 예산을 세운다면 도로 인프라 구축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전거와 기차를 이어보자

그 다음이 바로 대중교통과 연계되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사실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연계하는 방안은 인구 몇만에 불과한 소도시보다는 인구와 자동차가 과밀화돼 있는 수도권에서 시급하다.

대중교통과 연계방안이 마련된다면 자전거도시에 큰 거름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역시 단계적 방안과 현실성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가령 도로 인프라가 구축  됐다고 하면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대중교통과 연계할 것인가가 남는다.

수도권에서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연계하는 방안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은 지하철과 전철 등 이른바 철도와 연결하는 방안이다. 지금도 철도공사는 관광 상품 일환으로 정선행·남해행 자전거여행 상품을 팔고 있다.

수도권의 대표 대중교통은 버스(간선·지선·BRT 포함)와 철도다. 이 중 버스와 연계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버스에 전용칸을 만드는 방안은 현실적으로는 무리일 테고, 그렇다고 버스 후면에 자전거캐리어를 설치하는 것도 도시에서는 위험하다.

지선버스의 경우 오히려 자전거로 타고갈 거리를 지선버스가 대신하는 경우다. 자전거전용도로가 확대되면 굳이 자전거를 싣고 갈 필요성이 줄어든다. 간선급행버스의 경우 자전거를 가져간다면 지하철과 전철을 이용해 싣고 가는 편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연계시키는 방안 중 수도권에서 가장 적합한 시스템은 철도와 자전거를 연결하는 방안이라고 본다. 이 역시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된다.

기본적 자전거는 승용차 사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장려하는 정책과 맞물린다. 그래서 자동차 사용이 줄고, 대안교통인 자전거 이용이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대중교통이라는 산업 측면에서 볼 때 이 역시 단계를 밟아 추진해야 한다. 가령 급하게 인천과 서울을 잇는 전철에 자전거이용을 제도화했을 경우 타 대중교통업계가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싣고 인천지하철을 탈 수 있게 하라!

"저 아이가 컸을 땐 자전거전용도로에서 타게 해야지." 인태연 운영위원장이 아들을 데리고 자전거도시만들기 대행진에 참여했다. 자전거 수레는 유럽에서 유모차처럼 보편적이다.
▲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 "저 아이가 컸을 땐 자전거전용도로에서 타게 해야지." 인태연 운영위원장이 아들을 데리고 자전거도시만들기 대행진에 참여했다. 자전거 수레는 유럽에서 유모차처럼 보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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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인천에서 먼저 자전거와 철도를 연결시키는 방안을 마련해 이를 제도화시켜야 한다. 자전거를 갖고 수도권전철을 이용케 하는 것은 여러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하더라도 최소 인천 지역 안에서만큼은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전면 실시하는 것이 어렵다면 출퇴근시간을 피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허용할 수도 있다. 실제 낮 시간대 인천지하철1호선은 이용객이 그다지 많지 않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이후 단계를 밟아 전용칸을 설치해 자전거이용을 장려하면 된다.

인천지하철 1호선에 자전거를 싣기 위해서는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지하철역으로 갈 수 있는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자전거가 안전하게 개찰구에 이를 수 있도록, 지하철 출입구 계단 옆으로 레일을 설치하고, 개찰구에 이르러서는 자전거이용자가 통과할 수 있는 개찰구를 마련해야 한다.

사실 이 역시 장애인개찰구를 이용해도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큰 무리는 없다. 다만 예산문제가 걸림돌이 될 경우 차근차근 개찰구를 설치하면 되는 것이므로 우선 그렇게 시도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부평역, 부평구청역 등 주요 환승역부터 설치해 가면 된다.

아울러 주요 환승역에는 자전거수리·보관센터가 있어야 한다. 환승역은 그만큼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므로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로도 부평역은 자전거보관시설이 부족하다. 헌데 지하철연계방안이 제도화되면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 뻔하다.

추가 예정인 지하철노선은 설계부터 반영하자

뭐든지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지하철 1호선만 해도 그렇다. 설계단계부터 자전거도시를 염두에 두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고생은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추가 예정인 인천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은 설계 때부터 자전거전용도로 설치계획, 자전거 레일설치, 자전거 개찰구 설치, 자전거 전용칸 설치, 자전거수리․보관센터 설치 등을 반영해 공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각 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도 마찬가지로 앞서 나열한 자전거도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한창 공사 중인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에도 자전거도시의 철학이 담겨야한다. 지하에서 노선 공사가 마무리되면 지상도로 마무리 공사가 진행 될 때다. 이때 자전거전용도로를 확보하는 것이 예산을 줄이면서 자전거도시 인프라를 만드는 길이다.

지하철 내 전용칸 설치의 경우 승객과 자전거가 겹치면 혼란과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전용칸은 자전거만 거치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인천지하철1호선의 경우 8칸이 운행되는데 자전거이용자가 늘 경우 추가로 1칸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밖의... 우리를 위한 단상

제주도에서는 버스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들었다. 제주도에선 관광 상품과 연계해 필요한 방안이지만, 수도권에서는 다르다. 필자의 견해로는 수도권에서 그 방식을 생각한다면 먼저 자전거전용도로와 지하철연계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라고 본다.

프랑스 밸리브처럼 공영자전거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는 시민공영자전거제도 도입을 위해 우선 공무원업무용자전거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불과 지난해만 해도 시민자전거를 수백 대 사들여 투입했지만 대부분 도난당하고 만 어느 지자체의 사례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부평에서 중고등학생 7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설문조사를 했다. 자전거이용을 꺼리는 이유가 도로위험에 이어 도난분실 위험이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도난사고 방지 시스템 없는 공영자전거제도는 다분히 위험하다.

이러한 위험성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부평구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연수구 선학역에 내려 그  곳에 있는 자전거를 이용해 그 일대에서 일을 본 후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 타고 돌아올 수 있는 방안이 생긴다.

자전거도시만들기 대행진에 참여한 장애인. 그들은 가슴에 '바퀴가 웃는 도시를 만들어요'를 새기고 참여했다. 자전거도시는 사람의 도시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바퀴가 웃는 도시 자전거도시만들기 대행진에 참여한 장애인. 그들은 가슴에 '바퀴가 웃는 도시를 만들어요'를 새기고 참여했다. 자전거도시는 사람의 도시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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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정책입안자나 집행자가 직접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돌아다녀보고, 자전거를 싣고 지하철을 타보면 된다. 타보면 몸으로 알 수 있어서다. 몸으로겪은 만큼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인천시장이, 부평구청장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1시간, 아니 딱 30분만이라도 좋으니 직접 경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끝으로 덧붙인다면 자전거도시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도시다. 사람을 위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도시. 그렇게 가기 위해서는 자전거도시를 설계할 때 보행약자들을 정책수립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자전거이용자 뿐만 아니라, 보행자, 유모차, 장애인을 중심에 놓고 고민하면 도시가 사람의 얼굴을 지니게 될 것을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태그:#자전거도시, #대중교통, #인천지하철, #부평자전거도시만들기운동본부, #부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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