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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3일) 오후 1시와 6시경 두 차례에 걸쳐 마포구 아현동 뉴타운 재개발조합(아현3지구) 관계자 30여명이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사회당 중앙당사에 두 번이나 난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세입자 소송을 당장 중단해라", "누가 뒷돈을 대주고 있는거냐", "이런 빨갱이새끼들"이라며 폭언을 퍼부었고, 당직자들이 "이렇게 집단으로 몰려오면 상대해 드릴 수 없다. 연락처를 남기고 책임자와 면담을 잡자"고 정중히 요청했음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사진기 부수고 폭행 혐의까지 뒤집어 씌워

 

이들이 사무실에 무단 침입해 폭언까지 퍼부으며 소란을 피우자 이를 증거로 남기기 위해 한 당직자가 사진을 찍는데 이들이 다짜고짜 사진기를 빼앗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사진기가 파손되었다.

 

또 이들 중 한 명이 밀치고 들어오는 것을 당직자들이 막고 서 있는데, 그 조합원이 팔을 뿌리치면서 옆에 있던 조합원이 턱을 맞았다. 그런데도 그는 엉뚱하게도 당직자들이 때린 것이라며 소리를 치더니 오준호 서울시당 위원장에게 폭행 피의자라는 누명까지 씌웠다.

 

사태는 두 차례 모두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겨우 진정되었다. 뿐만 아니다. 정당법의 보호를 받는 사회당 마포구위원회의 세입자 집단소송 관련 펼침막은 단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무단으로 철거되었다. 중앙당 사무실 전화는 물론이고 세입자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조영권 사회당 서울시당 마포구위원장의 핸드폰은 소송 중단을 요구하는 이들의 욕설과 폭언, 협박으로 불이나고 있다.

 

현재 서울 수십 개 지역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재개발구역 지정이 발표된 뒤 이사를 온 세입자가 무려 35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집값이 턱없이 오른 탓에 주거이전비를 받아도 마땅히 살 집을 구하기 어려운데, 조합에서는 그 돈마저 주지 않으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들 편이다.

 

현행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 시행규칙 제54조(주거이전비의 보상) 2항에는 "사업인정고시일등 당시 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은 당시 당해 공익사업시행지구안에서 3월 이상 거주한 자에 대하여는 가구원수에 따라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보상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주거이전비 지급기준일은 재개발조합이나 국토해양부에서 정한 개발계획이 알려지는 시점인 정비구역지정 공람일이 아니라 개발사업이 확정되는 시점인 사업시행인가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재개발조합은 여태껏 정비구역지정 공람일을 기준으로 잡아 주거이전비 지급 범위를 줄이기에 급급하고 있다.

 

 

쫓겨나는 것도 억울한데 주거이전비조차 못받게 하다니

 

조합측은 정비구역지정 공람일이 아닌 사업시행인가일로 기준을 잡으면 보상을 노린 세입자들이 무분별하게 유입될 것이라며 극렬 반대하고 있는데, 이는 억지 논리다. 우선 정비구역지정 공람일은 예정 고시에 불과해 향후 중단되거나 보류될 수도 있는 불확실한 날짜기준이다. 만일 거주를 위장하는 세입자가 있다면 지급기준일 변경이 아닌 자격심사를 통해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또한 정비구역지정 공람일 당시 대부분의 재개발지역에서는 '정비구역지정'이라는 펼침막 하나 정도가 걸리는 게 고작이고 제대로 홍보되는 경우가 없다. 또 이 시점을 기준으로 주거이전비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최소한의 정보 또한 제공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어떤 집주인은 지정 공람이 된 이후에 세입자를 받으면서도 재개발계획이 없는 곳이라고 말한 경우까지 있었다.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정작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사업시행인가가 나고 이주가 시작되는 시점에서야 이를 알게 되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억울하게 쫓겨나는 게 다반사다.

 

다행히 지난 10월 15일 서울행정법원이 뉴타운 재개발지역 세입자에게 희소식이 될 만한 판결을 내렸다. 흑석동 뉴타운 지역 세입자들이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주거이전비 지급소송에서 세입자들이 승소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정비구역지정 공람일이 지나 이사 온 사람들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전국 수백 군데의 재개발지역 미보상 세입자들의 주거이전비 지급소송에 한줄기 희망이 생겼다.

 

주거권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럼에도 세입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주거권은 점점 퇴보해왔다.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조차 재개발조합의 임의적 법 적용과 관계기관의 방치로 더욱 후퇴했다. 사실 몇 푼의 주거이전비를 받아도 원래 살던 집만큼의 주거 공간을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들의 권리를 최소한이나마 보장해주는 비용은 개발로 인한 전체 이득에 비하면 새발에 피다. 그럼에도 돈 한 푼이 아깝다고 아우성치며 세입자 주거이전비 소송을 돕는 정당 사무실까지 난입해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고,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비호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최광은 기자는 사회당 대표 후보입니다.


태그:#뉴타운, #재개발,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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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비교정치, 한국정치 등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에 적을 두고 있다. 에식스 대학(University of Essex, UK)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박종철출판사, 2011) 저자이고,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 평생회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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