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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하 연구원)이 12일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3.3%로 전망했다. 이는 주요 경제연구소에서 앞서 발표한 전망치와 비교해 가장 낮은 수치로, 시간이 갈수록 우리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이 전망치는 불과 10여 일 전인 3일 "11·3 경제 종합대책으로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올라 4% 내외의 경제 성장을 할 것"이라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과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다.

 

우선 연구원에서 11일 작성해 12일 공개한 '2008년 하반기 KDI 경제전망' 보고서를 살펴보자.

 

내년 경제 성장률 3.3%... "경기 하강 속도 빨라져"

 

연구원은 우리나라 경기 침체가 내년 하반기까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2008년 상반기 5.3%의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을 기록했지만, 3/4분기는 3.9%, 4/4분기는 2.7%로 성장률이 점차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가 경기 침체의 저점으로, 2.1%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연구원 거시금융경제연구부의 조동철 박사는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올해 9월 이후 국제 금융시장 경색의 부정적 파급 효과가 가세하며 경기하강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주가·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소비를 둔화시키고 우리나라 금융시장 경색은 기업의 자금 부담을 증가시켜 투자를 저해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세계경제 위축은 우리나라 수출을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지표의 구체적인 전망을 살펴보면, 민간소비는 자산가치 하락과 함께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압력, 고용여건 악화로 내년 2% 내외의 증가세를 기록할 전망됐다.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8년에 비해 소폭 하락한 2%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상수지는 원유와 원자재가격 하락에 따른 상품수입 증가세의 둔화로 올해 82억달러 적자에서 내년 86억달러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특히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96억 달러에서 내년 241억 달러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작년에 비해 27.8% 치솟은 올해 수입증가율이 내년엔 0.1%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179억달러 적자가 예상되는 서비스·소득·경상이전 수지(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를 제외한 부분)는 내년에도 155억 달러 적자가 예상된다.

 

연구원은 또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국제원유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안정세로 올해 4.8%에서 내년 3.6%로 낮아지는 반면, 실업률은 경제 둔화 영향으로 올해 3.2%에서 내년 3.6%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원의 내년 경제지표 전망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3%대 후반 성장에서 내년엔 2%대 중반으로 떨어지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또한 내년 유가 전망을 올해(1배럴 당 100달러)보다 30% 떨어진 70달러로 예상하고, 환율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했다. 

 

강만수 장관은 내년 4% 성장이라는데... "11·3 대책으로는 그렇게 안돼"

 

 

연구원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지난 3일 발표된 14조원 규모의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에 따른 경제성장률 1%포인트 제고 효과라는 정부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동철 박사는 "11·3 대책만으로는 경제 성장률 상승 효과가 1%포인트까지는 가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11·3 대책의 기본방향은 적절하다"면서도 그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다. 연구원은 "재정건전성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종 비과세·감면과 소득·세액공제 축소 등을 통해 세입기반을 확대해야 하고, 항구적인 추가 감세에 대해선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기관 지원 대책과 관련, 연구원은 "최근의 금융위기 상황에서 은행의 단기 대외채무 지급보증, 원화와 외화 유동성공급 확대 등의 대책들은 필수불가결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인해 부실화된 금융기관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전체 은행 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지만, 저축은행의 PF대출 연체율이 14%를 상회하고 있어, 상당한 규모의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선 경기 하락을 완충하기 위해 목표 금리 수준을 점진적으로 하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금리 인하는 원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외환시장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연구원은 마지막으로 금산 분리 완화, 자본시장 통합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산분리 완화는 대주주에 대한 개별적 심사와 구체적 감독 강화방안이 도입돼야 하고, 자통법과 관련, 건전성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정택 원장 "잦은 경제대책, 엉터리거나 빈 수레"

 

한편,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 11일 낮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3.3%로 잡았다는 것보다 우리나라 경제시스템이 유동성 경색, 건설사 위기 등의 리스크를 딛고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 전망치가 경제연구소 중 가장 낮다"고 지적에 대해 현 원장은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3.6%로 제시했는데, KDI는 3.3%였다"며 "IMF도 한 달 만에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수정했는데, 한 달 새 그만큼 상황이 나빠졌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현 원장은 현 세계경제 상황에 대해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일제히 마이너스인 건 세계2차 대전 이후 처음"이라며 "하강의 강도는 1, 2차 오일쇼크 때와 다름없지만, 산유국도 힘들다는 점에서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세계적인 기관이 내년 하반기를 회복시점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내년 유가와 교역조건이 뒷받침되고, 중국이 잘 버텨준다면 경기 체감 면에선 지금보다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제종합대책을 3개월에 한 번씩 내놓는 건, 앞에 내놓은 대책이 엉터리이거나 새 대책이 빈 수레라는 것"이라며 정부의 잦은 종합대책 남발에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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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제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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