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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김하중 통일부 장관, 한승수 국무총리(왼쪽부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김하중 통일부 장관, 한승수 국무총리(왼쪽부터)
ⓒ 남소연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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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 퍼런 이명박 정권의 대통령직 인수과정에서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1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가 국정홍보처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 인수위 전문위원이 이른바 취재선진화방안이 언론과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켰다며 따지자 국정홍보처의 한 공직자가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처럼 공직자들이 선출된 권력 앞에서 자신들의 '영혼'을 팔았음에도 국정홍보처는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폐지가 결정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8개월이 흐른 지난 9월 23일 기획재정부의 윤영선 세제실장은 정부 과천청사에서 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의 상징인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을 브리핑했다. 윤 실장은 전 정권 시절에 부동산실무기획단 부단장(2006. 4~2007. 5)으로 일했다. 그는 그 시절 <국정브리핑>에 '종부세 부담 과하지 않다'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한나라당의 종부세 완화 주장을 반박하며 이렇게 썼다.

"주택 시가에서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율인 시가대비 실효세율의 경우 종부세 대상자가 부담하는 보유세(재산세+종부세)의 실효세율은 0.5% 수준입니다. 이는 미국(1.0~1.5%), 일본(1.0%), 캐나다(1.0%) 등 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입니다."

그랬던 그가 정권이 바뀌자 이번에는 "종부세제는 담세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세부담으로 지속이 불가능한 세제"라면서 "우리는 소득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이 서울시의 경우 7~8% 수준으로 뉴욕 5.5%, 도쿄 5%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고 정반대의 논리를 펼친 것이다.

브리핑 현장의 기자들이 조세원칙이 바뀐 이유를 따져 묻자 윤 실장은 "정부정책을 적극 뒷받침하는 것이 공무원의 역할이기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 이번 정부로 정책이 바뀌었다면 바뀐 방향에 지원해주는 것이 공무원들의 기본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 "조세원칙이 바뀌는 게 아니라 조세원칙을 보는 시각이 다른 것"이라고 강변했다.

김효석 "종부세 옹호론자 강만수, MB에 영혼을 판 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 28일 정부의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직후 "지금까지 저는 저의 진퇴를 분명히 하면서 살아왔다"면서 "앞으로 제가 하는 일에 사랑을 갖고 대승적으로 생각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 28일 정부의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직후 "지금까지 저는 저의 진퇴를 분명히 하면서 살아왔다"면서 "앞으로 제가 하는 일에 사랑을 갖고 대승적으로 생각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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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에서 김효석 의원(전남 담양·곡성·구례, 민주)은 "종부세 어떻게 할 것인가 - '돼지 잡는' 장관과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감성적인 제목의 정책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영혼이 없기는 윤 실장을 그 자리에 앉힌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도 마찬가지다.

강 장관은 98년 3월 IMF 외환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경부 차관에서 물러났다. 그 역시 물러나기 전에 대통령직인수위에서 IMF 사태에 대해 보고했으며 청문회에 불려나오기도 했다. 강 장관은 그 후 2005년 5월에 30년 공직생활의 기록과 소감을 적은 자서전 성격을 띤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이라는 책을 냈다.

그런데 김효석 의원이 그 책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강만수 장관도 '종부세 옹호론자'였다. 감세론자인 강 장관은 지론대로 자신의 책(92쪽)에서 법인세·소득세·상속세 인하를 강력히 주장하면서도 재산세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소득의 지니계수는 0.3 정도로 양호하지만, 자산소득과 토지소득의 지니계수는 0.9 전후로 완전 불평등 수준이다. 상위 20% 고객이 전체 예금의 80% 이상을, 상위 5%가 국가 전체 개인소유 토지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법인세 폐지에 따른 재원의 보충을 위해서 재산세 강화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재산세 비율이 높은 것은 주민들 스스로 많이 내서 그런 것이지 우리와 같이 주민은 반대하는데 정부가 나서서 많이 부과해서 그런 것과는 다르다. 그런 점에서 지방자치 범위와 교육자치의 범위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의 심각한 자산편중 현상은 종부세법 제정을 초래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면서 "강 장관은 자신의 책에서 자산편중 문제의 심각성과 '선진국의 재산세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재산세 강화에 찬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장관으로 취임하고 나서 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러나 정권은 바뀌었지만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강 장관과 재정부가 OECD 통계를 인용해 '한국의 재산세 비중이 총 조세 대비 12.8%, GDP 대비 3.7%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의 보유과세 비중은 총 조세 대비 2.4%, GDP 대비 0.6%로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고 반박한다.

강 장관과 재정부가 종부세 폐지를 위해 사실과 통계조차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 장관 또한 이명박 정권에 '영혼'을 판 셈이다.

벌써 '햇볕정책' 잊은 김하중 장관, 사실 왜곡으로 몰아세운 정옥임 의원

김하중 통일부장관이 지난 6월 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남북공동선언 8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하중 통일부장관이 지난 6월 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남북공동선언 8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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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에서 김하중 통일부장관은 '동네북' 신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정부 요직을 지낸 그가 이명박 정부에서도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통일부장관을 맡았지만 여야 갈등은 물론 남북관계가 꼬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김 장관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의전비서관이었던 그는 6·15 당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경축 겸 송별연회에서 북측을 설득해 김정일 위원장이 김 대통령 부부와 함께 참석자들을 맞이하는 북에서는 보기 드문 의전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정상회담 두 달 뒤에 외교안보수석으로 옮겨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이끈 임동원 국정원장과 대북 포용정책에서 호흡을 맞췄다. 그런 그가 지금은 김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햇볕정책'에 대해 "햇볕으로 북한의 옷을 벗기려다가 우리만 홀라당 벗었다"는 식으로 조롱하는 이명박 대통령 밑에서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의에서 김하중 장관은 여야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오죽했으면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비례대표)으로부터 "오늘 대정부질문 나오셔 가지고 이념의 좌우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으셨다"면서 "이럴수록 중심 잘 잡아야 됩니다"라고 위로를 받았을까 싶다.

그러나 자리가 너무 불편했던 것일까, 아니면 질문이 너무 불편했던 것일까? '햇볕정책'의 최대 성과인 6·15공동선언의 역사적 현장에서 두 정상의 서명(수표)를 도왔고, 불과 8개월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햇볕정책'을 전도하는 역할을 했던 그가 '햇볕정책'의 기본정신마저 망각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옥임 의원 : 오늘 대정부질문에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 많은 얘기가 나왔습니다. '햇볕정책'의 3원칙이 무엇입니까?
김하중 장관 :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안 하겠다 또 정경분리 그렇게 있습니다.

정옥임 : 정경분리 말고 또 하나 있었습니다. 그게 뭡니까? 바로 상호성의 원칙입니다. 그렇지요?
김하중 : 예, 그렇습니다.

'햇볕정책'의 대북 3원칙은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배제 ▲화해·협력 추진이다. 그런데 김 장관은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안 하겠다, 정경분리'라고 틀리게 답했다. 실수였을 것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가 '햇볕정책'을 폐기한 마당에 어쩌면 거추장스런 3원칙은 기억할 필요조차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또한 다른 공직자들처럼 정권에 '영혼'을 판 것 같아서 씁쓸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정옥임 의원이 김 장관에게 '상호성의 원칙'이라고 '오답'을 가르쳐주면서 "상호성의 원칙을 어긴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김대중 정부가 아니냐"고 몰아세우자 김 장관이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

정옥임 : 바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의 기본원칙이 정경분리와 상호성의 원칙 아니었습니까? 이것 누가 먼저 어겼습니까? 정경분리, 상호성의 원칙을 어긴 정부가 이명박 정부입니까?
김하중 : 아닙니다. 저희는 아직 그런 기회도 없었습니다.

정옥임 : 김대중 정부가 어겼습니다. 기억 안 나십니까? 2000년 3월 베를린선언에서 스스로 이 기본원칙을 철회하고 그해에 남북정상회담 있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김하중 : 예.

'상호주의 원칙'은 이회창 총재 시절에 한나라당이 그렇게 '금과옥조'로 여기던 원칙인데 엉뚱하게 딴소리를 하고 있다. '기억 안 나기'는 장관이나 의원이나 피차일반인데 장관만 다그친 것이다. 햇볕정책의 3원칙을 벌써 잊은 장관이나, 사실과 다른 '오답'으로 억지논리를 편 의원이나 한심하긴 마찬가지이다.

한승수 '대리면접' 본 박지원, "한 총리는 처세의 달인"

한승수 총리가 지난 11월 3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답변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한승수 총리가 지난 11월 3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답변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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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 민주)은 "오랜만에 국회에 들어오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총리께서는 여전하시다"면서 단독직입으로 한승수 총리만을 상대로 질의를 했다. 질문마다 '총리께서'라고 또박또박 존칭을 썼지만 말 속에는 비수가 들어있었다.

"총리께서 상공부장관을 지냈던 노태우 정부에서는 남북기본합의서를 성공시켰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보좌했던, 김영삼 대통령께서는 '핵을 가진 자하고는 악수도 하지 않겠다'는 강경책으로 북한 핵 문제 협상과정에서 완전히 소외되었으면서도 KEDO 분담금 70%, 11억4천만 달러를 부담만 했다. 또한 김영삼 정부는 IMF 외환위기를 가져왔다. 총리는 사실상 그 모든 실패의 중심에 서 있었다.

총리께서는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부장관으로 2001년 9월 유엔총회 의장에 취임하면서 김 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 즉 햇볕정책을 반대하는 나라는 지구 상에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제 이명박 정부에서도 총리가 됐다. 참으로 처세의 달인이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총리는 김영삼 정부 때의 과오를 되풀이할 겁니까, 아니면 전 세계의 지지를 받던 햇볕정책으로 돌아가야 된다고 생각합니까?"

한 총리는 낮은 목소리로 "존경하는 박지원 의원님께서 여러 가지로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을 근간으로 해서 남북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북한으로부터 어떤 긍정적인 신호가 없기 때문에 이 상태에 있다"고 판에 박힌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자 박 의원은 "꼬인 대북 문제를 푸는 길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의 지지와 이행 밖에 없다"면서 냉전 50년, 부시 대통령 6년간 실패한 대북 강경정책을 왜 이명박 대통령은 따라만 갑니까? 이 대통령께서는 6·15, 10·4 선언을 지지하고 이행할 겁니까, 안 할 겁니까?"라고 추궁했다.

한 총리는 박 의원의 대북식량 지원 촉구에는 "정부에서는 이미 북한에 대해 식량을 주겠다는 제의를 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전제하고 "박 의원님께서 여러 가지로 북한에 관계도 많이 했으니까 북한 측에 대화에 응하도록 해달라"면서 "그러면 모든 문제가 쉽게 잘 풀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슬쩍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박지원 :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겠다, 북미 간 본격적인 협상을 하고 외교대표부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북․미 간 고위급 채널이 열리고 미국 고위급 인사들이 방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만 '왕따' 되는 것 아니냐.
한승수 : 오바마 상원의원이 북한에 가겠다고 했을 때는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의 일이고, 최근에는 경제 살리기에 집중을 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오바마가 갈지 안 갈지 모르겠지만, (가더라도) 대한민국 정부와 협의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소외될 일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박 의원은 다시 "부시 대통령도 대북 적대정책에서 180도 전환해 김대중·클린턴 대통령이 실행했던 포용정책, 즉 햇볕정책으로 돌아왔다"면서 "이 대통령에게 부시 대통령처럼 '햇볕정책'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건의할 의사가 없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부시 대통령이 추진한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총리가 정치 분야 대정부질의에서 '잃어버린 10년'에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경제학자로서 성장 잠재력 면에서 그런 점이 있다"고 답변한 점을 들어 "그래서 (김영삼 정부 때) 경제부총리와 비서실장을 하면서 IMF사태를 가져오게 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민주 정부 10년은 97년 말보다 27배나 많은 외환보유고를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는 인위적으로 환율 개입을 해 아까운 외환보유고 300억 달러를 까먹었다. 그러나 환율은 날뛰고 주가는 폭락했다"면서 "(총리의) 그 답변을 듣는 순간에 현 정부에서도 경제를 망치고 있는 장본인이 경제학자인 총리가 아닌가 이렇게 느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 총리를 외교부장관으로 기용할 때 박지원 의원을 보내 '대리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박 의원은 당시 '야인'이었던 한 총리를 만나 의사를 타진하고 대북 햇볕정책에 대한 소신 등을 청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인연이 있기 때문인지 한 총리는 박 의원 질의 때에 유난히 자주 물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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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만수, #김하중, #한승수,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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