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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겨울이 올 때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항상 밟고 다니는 보도블록 교체 공사. 대부분의 공사는 겨울에 하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릴 때,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도 어김 없이, 제가 살고 있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등 일대에서도 보도블록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신흥동 일대 공사는 지난 9월10일 시작됐는데, 내년 1월7일까지 810여m 구간에 대해 진행된다고 합니다.

 

아무리 봐도 기존에 사용하던 보도블록은 멀쩡한데, 왜 교체하는 걸까요. 보도블록을 교체할 때마다 보행 시민들은 불편을 겪는데 말입니다. 아까운 세금을 괜히 낭비하는 거 아닌가란 생각도 듭니다.

 

이 공사에 대해 성남시 수정구청 건설행정과에 문의해 보니 이 공사는 지난해 인도정비공사비로 책정된 예산 5억원 중 4억4200만원이 투입돼 진행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수정구청 건설행정팀장은 "바뀐 지 얼마 안 돼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다"며 "자세한 것은 확인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이 공사구간에 있는 A부동산 관계자는 이번 공사에 대해 "멀쩡한 인도를 뜯어서 고치면 어떻게 해, 가뜩이나 경기도 안좋은데, 먼지도 많이 나고 죽겠어"라며 "다 세금이지 뭐, 이런 돈 있으면 다른 데 쓰지 왜 이런데 쓰나 몰라"라고 탄식했습니다.

 

기획예산처는 보도블록 공사의 30%가량이 연말인 11, 12월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예산처 관계자는 "중앙정부에서 지원한 재정을 다 쓰지 못하면 다음해 지방교부금이 줄어들까봐 지자체들이 보도블록 공사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05년 11월, 예산낭비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에 대한 현장점검 및 서 면조사 결과 총 97건 가운데 63건(64%)이 보도블럭 교체 및 도로공사와 관련된 신고였다고 합니다. 또 이미 검 토가 끝난 45건 중 13건(29%)은 예산낭비 소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이런 예산낭비를 막기위해 기획예산처 예산낭비대응팀에서 지난 2006년 마련한 것이 '동절기 굴착금지, 굴착예고제'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도로 및 보도 굴착, 복구 표준 규칙(안)'입니다. 이는 전국 지자체에 지침으로 하달되었습니다. 물론 성남시 수정구청에도 하달되었을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4월 건설교통부는 보도블록과 관련한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해 보도설치 및 관리 지침을 만들면서 '보도블록은 원칙적으로 10년 이내 교체를 금지하는 등 '쓰고보자' 식 예산집행을 차단시키겠다'는 대책도 마련했습니다.

 

만약 보도블록이 훼손 되었다면 손상된 곳, 다소 패인 곳 등만 보수하면 될 것을 왜 일정 지역을 모두 교체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깨지지 않은 도로 경계석은 청소만 잘해 주고 흔들리는 것은 바로 고정시켜서 흔들리지 않게 하면 됩니다. 왜 모두 들어 내고 새것으로 교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성남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알고 싶습니다. 공사비 중 내가 낸 세금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수정구청에서 집행되고 있는 보도블록 공사비가 계획된 것이었는지 여부는 실무자 답변으로밖에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실무자 답변대로 만약 계획된 공사비였다면 그 공사비 5억을 달동네 인도정비공사비로 집행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말마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뜯어내고 하는 공사,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태그:#보도블록, #예산낭비, #수정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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