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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문화운동공동체 異共(이공)에서는 지난 6월부터 매화동 일원에서 '틈새의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틈새의자란? 도시 곳곳 소유와 거점의 틈 사이에 사람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언덕을 오르는 어르신의 지친다리를 위해 놓여지기도 하고, 너른 호조벌을 바라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웃과 도란도란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놓여지기도 한다. 아린 마음을 달래며 마음을 삭히기위해 놓여있기도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놓여지기도 한다.


의자가 많다는 것, 그것은 여유가 많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기다리는 의자, 생각하는 의자, 쉬는 의자 이런 주제들만 떠오른 걸 보면 말이다.

실제로 이공에서는 8개의 이름을 가진 의자를 만들었다. 틈새1호는 '오르막길을 올라온 어르신들이 쉬어가는 의자', 틈새2호 '바람맞으며 생각하는 의자', 틈새3호 '심란할 때 마음을 삭히는 의자', 틈새4호·5호 '앉아서 서로 이야기하는 의자', 틈새6호·7호 '기다리는 의자', 틈새8호 '출발을 기다리는 의자' 등이다.


예를들어 이름은 이렇게 지어진다. 틈새1호는 정말 어르신들이 오르기 힘든 오르막에, 틈새2호는 호조벌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틈새7호는 초등학생들이 학원버스를 기다리며 앉아있는 의자, 틈새8호는 버스정류장에 등등, 이런 식으로 자기 목적을 가진 의자들이 된다. 또한 이들 틈새의자들은 버려진 의자 및 나무들을 이용하여 만들어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틈새의자를 만들게 된 계기는 '아주 뜨거운 날' 조그만 할머니 한 분이 반대편 오르막길에 올라오시더니 헐떡헐떡 하시며 주민들이 내놓은 지저분한 쓰레기더미 하나를 다독이시더니 풀썩 주저 앉았다.

 

냄새 날텐데...

무지 힘드셨나보다....

의자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의자라... 갖다놓을까...?

그러지, 뭐.

 

이후 실천에 들어갔다. 지역을 탐방하니 매화동은 생각보다 틈새의자가 많았다. 아마 깔끔한 신도시에선 이것도 보기 힘든 광경일 게다. 강목을 얼기설기 이어서 장판하나만 뒤집어 씌운 아주 작은 평상부터, 어느집 수험생의 의자였을 바퀴달린 의자, 다 달아빠진 가죽쇼파…. 다양한 틈새의자들이 참 재미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앉아서 쉬거나 동네사람들과 노닥이기 위해 만들어 놓았을 아주 작은 쉼터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틈새 의자는 아파트 안쪽, 가게 앞, 처마밑 등에 설치되었는데 노출은 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지나가던 행인 아무나 쉽게 앉기는 망설여지는 데 있었다. 아무나 앉을 수 있는 의자는 버스정류장과 소공원에 설치된 의자 정도였다.

 

길은 분명히 공공의 공간이어서 누구나 지나갈 수 있고, 누구에게나 책임이 있는 공간이지만 아무도 길에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그저 지나갈 수나 있으면 그만이었다. 이쯤 되니 틈새의자를 가져다 두어도 자동차가 지나가는데 걸리적 거린다며 치워버리거나 자기 집 앞마당 주차금지 용도로 쓰려고 가져가는 건 아닌지 걱정도 든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의자에 않는 초등학생에서부터 어르신들까지 틈새의자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 가져갈 수도 있다며 철사로 묶어놓는 일도 생겼다. 8개의 의자 중 틈새7호 의자가 사라졌을 때는 초등학생들이 온 동네를 돌며 찾아다니기도 했다.


이공에서는 지역민들에게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틈새의자를 100호까지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틈새의자를 찾습니다>

매화동 어르신을 위한 틈새의자에 적당한 의자를 보신 분이나 의자를 기증하실 분은 언제든지 틈으로 연락주세요.(www.playground20.net) 의자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기증하셔도 좋고요. 더 많은 자동차들이 길을 점령하기 전에 우리의 골목길을 의자들이 먼저 차지했으면 좋겠네요.


<틈새의자 만드는 방법>


1. 도시 곳곳 어느곳엔가 버려진 바로 그 의자를 주워온다.

2. 누군가에게 버려졌던 마음과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던 아픔마음을 물과 비누로 박박 닦아준다.

3. 햇볕에 잘 말려둔다.

4. 부러진 곳은 못으로 박고,  사포질을 잘 해둔다.

5. 사포질한 면을 잘 털어내고 젯소를 바른다.(젯소를 바르는 이유는 다음에 칠하는 페인트가 잘 발려지도록 하는 밑작업이 된다)

6. 젯소가 잘 마르면 원하는 색으로 페인트칠한다.

7. 알맞은 면에 0호 틈새의자이며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의자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의자의 이름을 써준다. 이름을 불러주고 의미가 된다.

8. 비바람과 엉덩이질속에서 페인트와 글씨가 잘 지워지지 않도록 바니쉬를 칠한다.

9. 바로 그곳!! 누군가와 우리들이 찾는 틈새를 찾아 의자를 가져다 둔다.


태그:#의자, #시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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