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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리 때문에 청량산을 찾는 사람이 두 배로 늘었다

자소봉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들
 자소봉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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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봉(845m)으로 오르는 사다리는 올라가는 사람들과 내려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사다리를 올라가 보니 자소봉 표지석이 있고 그 뒤로 망원경도 있다. 시간이 12시가 되어서인지 한쪽에서는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시끌벅적해서 자소봉이 완전 시장바닥이다. 그래서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수도 없다.

그렇지만 이 좋은 전망을 두고 바로 내려갈 수도 없다. 자소봉에서는 청량산 북쪽으로의 조망이 특히 좋다. 북쪽 아래로 우뚝 솟은 돌기둥이 보이는데, 그 꼭대기에는 사람의 머리처럼 나무들이 꽤나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바위를 코끼리 코에 비유한다. 그러고 보니 코끼리 코처럼 보인다. 또 다른 사람은 “10년 전만 해도 맨 손으로 자소봉을 올랐는데 이젠 안되겠다”며 좌중을 한바탕 웃긴다. 자소봉은 암봉으로 되어 있어 보통 사람이 맨손으로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탁필봉을 배경으로 한 모자의 밝은 모습
 탁필봉을 배경으로 한 모자의 밝은 모습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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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봉을 내려와 나는 다시 서쪽 탁필봉과 연적봉으로 향한다. 탁필과 연적, 두 봉우리의 이름이 잘 어울린다. 붓은 연적이 있어야 제 기능을 하고, 연적은 붓에 먹물을 제공해야 그 의미가 있으니까. 탁필봉은 820m 봉우리로 올라갈 수가 없다. 탁필봉을 돌아 연적봉에 오르니 사방으로 조망이 좋다. 동쪽으로 탁필봉과 자소봉 두 개 암봉이 겹쳐 보인다.

서쪽으로는 연두색의 하늘다리와 그 오른쪽으로 청량산 정상인 장인봉이 둥글둥글하게 솟아있다. 이곳에서 장인봉까지는 1.5㎞로 1시간30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되어있다. 우리는 뒷실고개를 넘어 자란봉까지 간 다음 하늘다리를 건너 선학봉에 오른 뒤 장인봉까지 갈 예정이다. 자란봉과 선학봉 사이 하늘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자란봉에서 골짜기를 내려갔다가 선학봉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장인봉까지 가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고 한다.

하늘다리와 장인봉
 하늘다리와 장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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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하늘다리 때문에 청량산을 찾는 사람이 두 배로 늘면서 자소봉에서 장인봉 까지 곳곳에 정체현상이 발생하고 시간이 별로 절약되지도 않는다. 길은 외갈래인데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서로 교차하기 위해 기다릴 수 밖에. 기다리던 사람들이 “아니, 청량산에 장이 섰나, 와 이리 사람이 많노”하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몇 번의 정체를 거쳐 뒷실고개 삼거리에 이르니 사람이 더 많다. 이곳은 자소봉으로 가는 사람, 장인봉으로 가는 사람, 청량사에서 올라오고 또 청량사 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하늘다리는 이제 청량산의 명물이다

자란봉과 선학봉을 연결하는 하늘다리
 자란봉과 선학봉을 연결하는 하늘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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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실고개에서 하늘다리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하늘다리에 이르니 역시 사람들로 붐빈다. 사실 하늘다리를 보고 건너는 재미도 있지만, 이곳에서 주변을 조망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이제 하늘다리는 청량산의 명물이 되었다. 이 하늘다리가 처음 열린 것은 지난 5월31일이다. 하늘다리는 해발 800m 지점에 있는 자란봉과 선학봉을 연결하는 길이 90m의 산악 현수교이다. 봉화군에서 청량산 관광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었다. 통과하중이 354㎏/㎡로 동시에 500명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하늘다리 너머로 보이는 낙동강
 하늘다리 너머로 보이는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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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리에서는 남쪽으로의 전망이 특히 좋다. 뾰족한 봉우리, 그 위의 소나무, 그리고 그 너머로 멀리 보이는 낙동강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나는 하늘다리를 지나면서 위를 올려다보고 아래를 내려다본다. 위를 올려다보는 것은 괜찮은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약간 전율이 느껴진다. 번지 점프할 때 느껴지는 그런 불안감 말이다. 하늘다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역시 가지각색이다. 무심하게 건너는 사람이 있고, 즐겁게 떠드는 사람이 있고, 불안해 조용히 걷는 사람이 있다.

하늘다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하늘다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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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리를 건넌 다음에야 나는 구조물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현수교라 그런지 줄이 상당히 많이 매어져 있다. 이들 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중을 견디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공학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을 배려해서인지 하늘다리가 자연과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기술 발전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하늘다리, 어감도 좋고 의미도 좋고 아주 잘 지어진 이름이다. 

청량산 정상이 장인봉이라고 하는데

하늘다리에서 청량산 정상인 장인봉까지는 또 다시 오르막이다. 그러나 이곳 역시 곳곳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약 20분 정도 걸으니 장인봉 정상이다. 이곳에는 김생의 글자를 집자해 만든 청량산 장인봉(淸凉山 丈人峯)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청량산 꼭대기에 올라(登淸涼頂)’라는 주세붕(周世鵬)의 시가 적혀 있다.

장인봉 표지석 전면
 장인봉 표지석 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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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봉 표지석 뒷면
 장인봉 표지석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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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꼭대기에 올라                我登淸涼頂
두 손으로 푸른 하늘을 떠받치니  兩手擎靑天
햇빛은 머리 위에 비추고            白日正臨頭
별빛은 귓전에 흐르네.               銀漢流耳邊
아래로 구름바다를 굽어보니      俯視大瀛海
감회가 끝이 없구나.                 有懷何綿綿
다시 황학을 타고                     更思駕黃鶴
신선세계로 가고 싶네.              遊向三山顚

그러나 실제로 장인봉에서의 전망은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 주변을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고, 정상 또한 밋밋하기 때문이다. 산 정상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위해서는 암봉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전망이 좋아야 한다. 만약 주세붕이 장인봉에 올라 이 시를 썼다면 과장이 심한 편이다. 그렇지만 과장은 문학에서 즐겨 사용하는 기법으로, 대상을 멋있게 만들고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에 문필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장인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유장한 낙동강

장인봉 전망대에서 바라 본 낙동강
 장인봉 전망대에서 바라 본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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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봉을 지나 조금 더 서쪽으로 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은 청량산 옆을 끼고 도는 낙동강의 유장한 흐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저 멀리 안동시 도산면으로 이어지는 낙동강의 흐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긍익은 그의 저서 『연려실기술』「지리전고」에서 “산맥이 태백산에서 내려와 예안강(禮安江) 위에서 우뚝 솟았다. 밖에서 바라보면 다만 흙봉우리가 두어 줄기뿐이다. 강물을 건너 골 안에 들어가면 사면의 석벽이 만 길이나 되는 높이로 빙 둘러 있어서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고 청량산을 묘사하고 있다.

실제 낙동강 건너편에서 보면 청량산 정상인 장인봉만 보이는데 안에서 보면 12개나 되는 봉우리가 사방에 우뚝하다. 우리는 그 열두 봉우리 중 8개의 산을 올랐고, 나머지 4개의 산도 멀리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었다. 또 장인봉 전망대에서는 강원도 황지에서 발원해 경상도 북부 지역을 적시는 낙동강의 흐름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었다. 낙동강은 청량산이 있는 봉화군 명호면에서 폭이 넓어지면서 하천 개념을 벗어나 강의 개념이 된다.

청량산 안내도
 청량산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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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전망대를 떠나 온 길을 되돌아 장인봉에 다시 올랐다가 하늘다리로 간다. 대원들 모두가 하늘다리에 대한 미련이 남아선지 사진을 통해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사실 이들은 하늘다리의 멋에 취해 발걸음을 멈추는지도 모른다. 내려가는 길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우리는 뒷실고개에 이른 다음 오른쪽으로 나 있는 내리막길을 택한다. 이곳에서 청량사까지는 0.8㎞로 20분이면 닿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주세붕의 ‘청량산 꼭대기에 올라’는 두 수로 되어 있다. 한 수는 표지석에 적혀 있고, 다른 한 수는 다음과 같다. “奇峯生奇雲 巉絶半聳骨 飛步上上頂 開懷抱明月 一笑嚥瓊液 五內金沙發 群仙不遐棄 我欲老蓬闕” 이 시는 주세붕의 문집인 『무릉잡고(武陵雜稿)』에 실려 있다.



태그:#탁필봉, #연적봉, #하늘다리, #장인봉, #뒷실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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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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