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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때문에 답답했던 세상이 선선한 가을비로 물러간 뒤, 눈부신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파란 하늘이 빛을 발하는 지난 금요일이었습니다. 아침부터 간만에 산골을 둘러보고 철마산 등줄기를 따라 중구봉에 올랐다가, 징매이고개를 내려와 계양산 산림욕장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서너 무리의 꼬맹이들이 유치원 교사로 보이는 이를 병아리가 어미닭을 쫓아다니듯, 졸졸 따라다니면서 울긋불긋한 가을이 내려앉은 산림욕장 곳곳을 누비며 다니고 있었습니다. 낙엽이 수북한 오르막길에 자리한 한 무리의 여교사는 조를 나눠, 단풍으로 물든 멋진 나무와 숲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습니다.

 

모두 빠짐없이 사진을 찍고 나서는, 아이들에게 낙엽을 밟아보기도 하고 손으로 만져보라고 맘껏 뛰어보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꼬맹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사방으로 순식간에 "후다닥" 하고 퍼져서는, 작은 손으로 낙엽을 한움큼 집어 "깔깔깔" 거리며 하늘 위로 뿌려대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낙엽과 단풍잎을 가지고 뛰노는 꼬맹이들 중에 눈에 띄는 여자아이와 사내아이가 있었습니다. 여자아이는 낙엽을 다른 아이들처럼 공중에 뿌려대는 것보다, 정성스레 낙엽을 모아서는 한 남자아이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거(낙엽) 나한테 뿌려봐라!"

 

사내아이는 여자아이가 건네준 낙엽을 받아서는 소녀에게 살포시 던져주었습니다. 여자아이가 참 좋아하더군요. 유치원 교사가 다시 부르기 전까지 여자아이는 사내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낙엽을 쥐어주고 뿌려달라는 부탁을 두세 번 더 했습니다.

 

순수하고 해맑은 가을 소녀의 애정 표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내아이가 참 부러웠습니다.

 

가을비에 날이 쌀쌀하지만, 주말이라고 집에만 계시지 마시고 가까운 공원과 숲을 찾아보세요! 가을이 내려앉은 세상에서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도 저처럼 마주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이 아니면 금세 사라질 멋진 가을날을 놓칠지도 모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을, #애정표현, #소녀,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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