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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 1000선이 붕괴된 24일 개인 투자자들(개미)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가 1000선이 조금씩 위협받고 있었지만 이번 주도 넘기지 못하고 어이없이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1000=천=天'이라고 빗대 "하늘이 무너졌다"고 표현한 누리꾼도 있었다.

 

[실망] "경축, MB의 747 대선 공약 달성"

 

이와함께 누리꾼들은 집권한 첫 해에 주가 3000을 호언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극심한 실망과 반감을 보였다.

 

가장 최근에 코스피가 세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5년 6월. 앞으로는 다시는 보지 않을 것 같은 주가 세자릿수가 돌아왔다.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노래하더니 바로 잃어버린 10년이 코 앞에 닥쳤다.

 

24일 오후 인터넷 상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이 결국 주가 지수 747포인트를 의미하는 것 아니었느냐"고 비꼬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다음 아고라 토론방의 한 누리꾼은 "747 대선 공약 달성 임박 기념 인증샷 올린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4일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권 교체를 하면 주가가 올라가고 내년(2008)에 3000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실물 경제를 한 사람이기 때문에 허황된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제대로 되면 3000정도 회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심] "외신보도 부인하는 정부, 10년 전과 똑같아"

 

최근 외신들이 한국 경제 위기를 경고하는 보도를 많이 내보내고 있다. 주가 1000선이 무너진 24일 오전 공교롭게도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신용경색으로 어려움을 겪는 개도국에 대한 지원을 고려중"이라고 보도하면서, 한국을 멕시코·브라질 등과 함께 대상국으로 거론했다.

 

이 보도가 나오자마자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긴급 브리핑을 자청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IMF에 우리나라는 IMF 구제를 받을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려 IMF로 하여금 WSJ 보도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밝히게 할 생각"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지난 1997년 IMF 직전에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이 한국 금융위기 가능성이 있다는 기사를 쓰자 정부에서 엄청난 항의를 했다"며 "그러나 결국 그 기사가 맞았다"고 지적했다. 

 

실명제인 한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린 김아무개씨는 "IMF 1기 책임은 대선에서 물었다 쳐도, 2기 책임은 어떻게 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YS가 거덜내고 난 뒤 그해 대선이 있어서 책임을 물었던 건 정말 운이 좋았다, IMF가 1년만 일찍 터졌으면 대한민국 완전 망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IMF 2기는 누가 책임지는가?"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의 '물타기'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같은 사이트에 글을 올린 황아무개씨는 "2기의 책임을 노무현 대통령 탓으로 돌리고, 이 기회를 삼아 모든 규제와 짐을 풀어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연기금을 동원해 주가를 방어했던 것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오마이뉴스>에 댓글을 단 누리꾼은 "쓸데없이 연기금으로 주가 방어하다가 외국 투자자들 주가 차익만 남겨줬다"고 비판했다.

 

[한탄] "지금도 주식하는 분들, 인내력 대단"

 

그러나 인터넷 상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주가 폭락으로 이미 많은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의 '신세 한탄'이었다. 주식 전문 사이트인 팍스넷 등에는 주가 폭락으로 인한 손실을 걱정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하소연과 원망이 넘쳐났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최근의 급락장을 '저가 매수'의 호기로 보고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였다. 그러나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0선이 무너지면서 담보유지비율 100%를 채우지 못하는 '깡통계좌'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네이버에서 'gsbark'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도저히 참다참다 못해 수요일(22일) 오전 장에 블루칩 사놓은 거 다 팔았다. 지금도 주식갖고 있는 분들은 인내력이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제 주위 분들 주식형 펀드, 주식 다 팔아버린 분이 전부네요. 물론 전부 큰 손해를 봤고요... 물론 언젠간 오르긴 오르겠지만 그게 3년이 될지 5년이 될지 모르죠. 주가도 10만원짜리가 2만5천원으로 1/4토막(-75%)난 후 다시 주가올라 10만원이 되려면 75%올라선 어림도 없거든요. 여유자금이라면 모르겠는데 장기간 썩혀둘 수도 있겠지만 다년간의 기회비용 생각하면 큰 손해는 불가피하다고 봐야죠."

 

아이디 'reddragon'는 "새 정부 출범과 베이징올림픽 특수 등을 기대하고 5000만원을 대출해 주식에 쏟아부었지만 최근 한달간 50% 이상 손해를 봤다"며 "계속 들고있지만, 원금이라도 복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과격] "주식시장 문 닫자" "다음 주 휴장하자"

 

이번 기회에 아예 주식 시장 문을 닫아버리자는 과격(?)한 의견도 있었다.

 

'carduraxl4mg'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한 번도 자주적 시장을 이끌어 가본 적도 없는, 늘 외인의 밥그릇 노릇만 해온 한국증권시장, 이번에 이렇게 아작이 난 것을 계기로 아예 문을 닫아 버리자"고 자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은 "혹시 정부가 다음 주 주식시장 5일간 휴장 조치할 것 같지 않냐"는 농담 섞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향후 증시 전망을 놓고도 "손해를 보고서라도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주장과 "이왕 이렇게 된 거니 기다려봐야 한다"는 주장으로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팍스넷의 '해피누리'는 "내일 당장 1100이 가더라도 바닥을 확인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 누구도 발바닥과 머리꼭대기는 맞출 수 없다"며 "950이 바닥이든 아니든 간에 지금은 주식을 살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주가 폭락 와중에도 끊임없이 '저가 매수' 의견 만을 냈던 애널리스트들을 비난하는 글도 많았다. 주식 전문 사이트인 팍스넷에 '지수 777'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한국 개미들의 재산을 외국인들에게 퍼주는 데 일등 공신으로 한국에 투자한 외국계 투기자금협회에서 000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의도 광장에 000 기념비를 세운다는 꿈을 꿨다"고 비꼬았다. 


태그:#개미,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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