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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증 재발급이나 받으러 가던 대학본부에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급히 들어섰다. TV에서만 보던 국정감사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국정감사장을 체험해 볼 수도 있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나. 재학생인 만큼 충남대학교는 어느 곳보다 익숙하다.

 

17일 오후 충남대학교와 충남대학병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충남대학교 대학본부에서 열렸다. 학생기자가 처음으로 국감을 체험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본교의 재학생으로서 이날 나는 스스로 '말 없는 증인'이 되었다.

 

등록금 인상 동의했다는 학생들, 너흰 누구니?

 

재학생이 가장 궁금해 할 사안은 어떤 것일까? 아마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오르는 등록금 문제일 것이다. 올해 물가 인상률은 3.9%이지만 충남대 등록금은 8.1% 인상되었고 기성회비는 8.8%나 올랐다. 개강과 맞물려 터진 본교의 '기성회비=퇴직 교수 황금열쇠 선물' 사건도 있어 물가 인상률을 한참 웃도는 기성회비 인상률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와 관심은 날로 커가고 있다.

 

충남대 출신인 자유선진당 이상민(대전 유성)의원이 "등록금이 이렇게 많이 올랐을 줄은 몰랐다"며 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등록금 상승률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송용호 충남대 총장은 "학교 사업을 이해한 학생들의 동의하에 인상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어떤 학생들을 데리고 얘기한 건지. 등록금 인상에 동의했다는데 '학생'인 나는 할 말이 없다.

 

이어 송 총장은 "등록금 납부가 어려운 학생들이 있지만 40%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자는 그 40%에 속한다. 기자가 받아온 장학금은 일명 '반(절)장(학금)'으로 수업료와 기성회비 중 무시무시하게 오른 기성회비만 내면 된다.

 

'반장'을 받는 친구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얘기한다. "이게 무슨 반장이냐. 반에 반 장학금도 안 되는 고만." 우린 40%에 들어가도 여전히 기성회비가 버겁고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

 

민주노동당 권영길(경남 창원 을)의원은 "장학제도가 다양한데 179억 장학금 중 177억이 국가 지원"이라며 "같은 국립대학인 538억을 지원 받는 서울대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 지적했다. "지방을 육성하자면서 왜 서울대보다 지원을 덜 해주는지 따져본 적 없냐"는 권 의원의 물음에 송 총장은 "그런 적은 없다"고 답했다.

 

취업률성과급은 우리 학생들에게 줘야죠

 

한나라당 박보환(경기 화성 을)의원은 매년 떨어지는 취업률 얘기를 꺼내며 '취업률성과급제도'를 문제 삼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국립대생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다던데 학교 홈페이지에서는 그런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박 의원은 "충남대가 올해 취업률성과급으로 기성회회계 예산에 47억 6천여만원을 편성했다"며 "학생들은 청년백수로 고통 받고 있는데 학교는 이들을 위해 뭘 해줬다고 취업률성과급으로 47여억원씩이나 나눠 가지냐"고 지적했다. 이에 학교측은 "올해 처음 해봤다"며 "학교 구성원들의 학생 취업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그랬다"고 말했다.

 

 

충남대 병원, 의료사고 지적받고 장애인 고용 칭찬받고

 

이날 충남대학병원은 '잦은 의료사고'를 지적받았다. 한나라당 황우여(인천 연수)의원은 "충남대학병원의 의료사고가 지난 3년간 전국 대학병원 중 유일하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병원도 부담이고 국민들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송시헌 충남대학병원장은 "병원 인력 부족 등 국립대 병원의 열악함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국감이라면 서로 따지고 윽박지르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는데 이날은 그간 보아왔던 언론보도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칭찬'도 발견할 수 있었다. '칭찬 합시다'의 주인공은 이상민 의원이었다. 그는 "충남대학병원은 제주대와 함께 장애인 의무 고용을 잘 지켜오고 있는 곳"이라며 "타 대학이 벤치마킹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장애인 의무 고용을 잘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국감 대상이 우리 학교여서 그런지 기분이 묘했다.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가 하나씩 벗겨져 '누워서 침 뱉기' 같기도 했지만 '그럼 그렇지'하는 마음도 있었다. 내겐 학교를 사랑하는 '애교심'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건 아닐까.

 

학생 기자로서의 국감 체험 소감보다 재학생으로서 학교를 만난 소감이 먼저 떠오른다. 수강신청 서버도 안 늘려주고, 교수님들은 강의계획서 늦게 올려주고, 학과 커리큘럼은 수십 년간 그대로고, 매년 10만원 단위로 오르는 등록금은 결정타다. 얘기하자면 끝도 없지만 난 오늘 그저 말 없는 증인이었다.


태그:#충남대학교, #국정감사, #충남대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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