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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학회는 지난 9월 봉하마을 사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담을 가졌다.
 한국정치학회는 지난 9월 봉하마을 사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담을 가졌다.
ⓒ 한국정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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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국정치학회와의 대담에서 참여정부 국정운영 성과 등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 선거구제 등에 대한 견해를 내놓았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이정희)는 지난 9월 21일 봉하마을 사저에서 노 전 대통령과 대담을 했으며, 최근에 나온 소식지 32호에 그 내용을 게재했다.

소식지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정치가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런 목적을 추구해가야만 비로소 정치를 하는 목적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인들은 정치의 목표에 대해서 긴 안목, 역사적 안목을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경제나 정치 모두 짧게 볼수록 망한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현실을 평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재임기간 가장 힘들었던 것에 대한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은 "진보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미흡하지만 한 발 한 발 진전해온 과정"이라며 "재임기간 중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국민을 위한 정책이 정치와 따로 놀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을 왜곡시키는 여러 가지 매카니즘이 존재할 수 있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언론의 문제"라며 "미국에 인종주의가 작용하듯이 한국에 있는 것은 지역주의를 꼽을 수 있다, 지역주의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밝혔다.

"지역주의 구도, 고집하면 정권 못 잡아"

노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통합을 통해서 남은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만들어버렸다"면서 "그 역사적 질곡을 결국 벗어나지 못한 데다 한나라당이 영남에서 그런 것처럼 민주당도 호남에서 경쟁없이 계속 선거에서 이기게 되니까 이미 지역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정당의 체질로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호남의 민심과 호남 정치인들의 정책이 보다 진보적인 것은 사실이나, 지역주의 구도를 가지고 계속 정치하겠다는 것은 전국정당이 된다는 것, 정권을 잡는다는 것을 포기한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은 의미있는 정당이었고 결과적으로 깨지기는 했지만 정치 지도자들의 상식 밖의 행동이 없었더라면 붕괴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운영의 아쉬움과 관련한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이 막강한 이유는 그들의 권한이 막강하기도 해서 그렇지만 사회가 투명해지면 검찰의 힘이 법제적 수준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결국 사회적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남용될 수 있는 권력을 제어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투명성, 가치, 정통성 등의 측면에 있어 상당한 진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 관련해 그는 "특목고가 입시학원으로 전환되는 것을 강력하게 막았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 제일 후회되는 부분"이라며 "이후에 그 교육정책을 가지고 논쟁할 때 이미 국민들에게 저의 설득력이 떨어졌고, 게자다 조중동이 대학자율이라는 입시제도를 부각시켜 대대적으로 홍보할 때 그것에 대처해서 대응논리를 마련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노 전 대통령은 "한국의 진보주의가 확대, 강화되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보주의는 민주주의의 보다 심화된 목표를 포함한다. 민주주의가 자유와 평등인데, 물론 평등에도 여러 가지 해석이 많다. 다만 진보라는 것이 평등이라는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진보의 핵심은 연대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은 전략적인 것이고 진보가 추구하는 목표가 뭐냐고 했을 때 그것은 평등한 사회라고 본다."

"자유라는 것은 지배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속박으로부터의 해방된 상태를 말하는 것인데, 지배와 속박은 자연적, 물리적인 것에 의한 것도 있지만 인간과 사회제도에 의한 것도 있다. 우리는 보통 전자에 의한 것을 속박, 지배나 억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현재 소선거구제, 정치적 양극화 가져오는 요인"

노 전 대통령은 "지금 사람들의 관심이 경제에만 집중되어 있는데 당장의 문제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진보라는 관점에서 가치의 실현, 실천을 추구해 나가면 그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안정된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현 정권의 방향에 대해 제가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국민들이 자신의 삶에 중요한 조건인 진보주의적 권리들에 대해서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선거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은 "선거구제도의 전환을 위한 노력을 정치학자들이 적극적으로 해주었으면 한다"면서 "현재의 소선거구제는 대표성과 국민의 의사를 크게 왜곡하는 제도이고, 종국에는 정치적 양극화를 가져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행정구역 개편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이해관계에 맞물린 내용이라 과연 가능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면서 "선거구제도가 바뀌면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좀더 가까워지고 국민들의 정치적 선택이 정책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재임 중에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토론사이트인 '민주주의 2.0'과 관련해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시장권력과 언론권력이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협으로 등장했다. 강한 자, 기득권자를 중심으로 이들이 규칙을 만들고 경쟁을 주장하는 현재의 시장경제의 논리를 언론이 옹호하는 것도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노력으로 언론권력의 횡포를 극복하고 자율적이고 다양한 매체를 만들어 나간다면 시민주권의 시대가 좀 더 빨리 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태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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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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