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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한 번도 들러본 적이 없는 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도용하고 그 행세를 했다고 느꼈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요? 게다가 누군가의 그러한 행동으로 인해 피해자인 자신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는 등의 상당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까지 겪게 된다면요? 더 이상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입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 누군가 내 행세를 했다?

 

인도네시아인 삼술은 지난 금요일(10일) 수원종합고용지원센터를 방문했다가 어처구니없는 경우를 당했습니다. 삼술은 2006년 10월에 입국하여 화성 소재 모 사출업체에서 2년간 일을 하다가 근로계약이 만기되어 회사의 동의를 얻어 고용지원센터에 구직신청을 하러 갔었습니다. 그런데 담당 직원이 "당신은 이미 두 달 전에 일하던 회사를 나왔다고 신고를 했는데,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오늘까지 다른 회사를 찾지 못하면 불법이다"라며 구직신청을 받아 주는 대신, '외국인 근로자 취업 알선장'을 발급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의하면, 외국인력은 근무처변경을 할 때 구직신청을 한 지 두 달 안에 구직하지 못하면, 바로 불법이 됩니다. 졸지에 불법체류자가 될 지경이 된 삼술은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를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구직신청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담당 직원은 삼술이 이미 두 달 전에 퇴사 신고를 했다는 증거라면서 '사업장변경신청 외국인 구직등록필증'을 보여주며, 삼술을 내쳤습니다.

 

 

그 일로 쉼터를 찾은 삼술을 대신하여 담당 직원에게 어찌된 영문인지를 물어보면서 담당 직원이 이주노동자들을 손쉽게 생각하고 경멸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 순 거짓말쟁이예요. 얼마나 거짓말 잘 하는지 몰라요. 두 달 전에 구직신청한 거 맞고요. 7일, 9일에는 모모 고용지원센터에서 취업 알선도 받았어요. 그런데 구직필증 유효기간이 다 지나니까, 이제 와서 딴 소리하는 거라고요."

"그럼 이 사람이 처음 구직신청한 서류도 갖고 계시겠네요? 사본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잠시면 찾을 수 있어요."

 

그러나 당장 찾을 수 있을 듯이 답했던 담당직원은 몇 시간이 지나도 해당서류를 찾지 못했습니다. 아니 사실은 찾았습니다. 해당서류는 삼술이 수원종합고용지원센터를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서류였습니다.

 

무고한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던 담당 직원은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월요일에 근무처변경신청하세요"라는 말로 모든 것을 끝내려 했습니다. 졸지에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뻔했던 삼술로서는 다행인 셈이지만, 해당직원의 실수가 어디에서 비롯됐었는지를 확인해 두지 않으면 똑같은 피해자가 다시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 월요일(13일)에 담당직원을 만나 어찌된 영문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담당직원은 여전히 삼술을 몰아세우며, 벌금 운운하는 데는 달리 할 말이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잘못이 없는 건 아니에요. 회사가 이전을 했으면 신고를 해야 하는데, 신고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면 회사나 이 사람이나 5백만원씩 벌금 물어야 해요."

 

담당직원은 자신이 큰 선심을 써서 벌금을 물지 않도록 하는 것처럼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애매한 사람을 불법체류자로 만들려 했던 부분 외에, 고용지원센터 문턱 한 번 밟아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정확한 일자와 장소까지 거론하며, 고용지원센터에서 구직활동을 했다고 말하며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운 이유가 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건, 노동부에서 고용주들에게 취업 알선해 주면 기록해 놔요. 그거예요."

"결국 이 분이 다른 센터를 방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확인이 된다는 말이네요."

"......"

"이런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외국인들에게 대놓고 편견을 드러내서야 되겠습니까?"

"......"

"여전히 이 분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으시네요."

"......"

 

얼굴이 굳어진 채로 업무를 보던 담당직원이나 부하 직원의 실수를 확인한 담당팀장이나 자신들의 실수로 벌어진 일에 대해 사과는커녕, 애매한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간 부분에 대해서도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며, 묻고 싶어졌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그렇게 만만하게 막 대해도 되는 건가요?"라고.

 


태그:#고용지원센터, #노동부, #이주노동자, #불법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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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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