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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나가있는 두 자녀 때문에 속타는 교포

 

미국 노던버지니아에 사는 50대 초반인 한국교포 A씨. A씨는 아침에 배달되는 한국 신문의 원/달러 환율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온다. 미국에 사는 많은 교포들이 오르는 달러값에 미소를 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A씨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에 나가있는 두 자녀 때문. 미국 시민권자인 A씨의 아들은 이 곳에서 명문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에 나가 직장을 잡았다.

 

좋은 대학을 졸업한 만큼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떠나온 조국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새로운 경험을 위해 A씨의 아들은 굳이 한국을 택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A씨의 아들은 지난 여름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부는 함께 공부했던 유학생. 신혼 여행을 다녀온 이들 부부는 부인이 대학원 박사과정 공부를 위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그만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그는 한국에서 번 돈을 부인에게 보냈다. 그가 송금한 돈은 집값 모기지와 자동차 할부금으로 매달 들어가야 할 돈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원화로 받은 월급이 달러로 송금되면서 송금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

 

"한국에서 보내는 돈이 많이 깎여서 아들 내외가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매달 나가야 할 돈이 정해져 있는데 환율이 대폭 오르는 바람에 전체 송금액이 크게 줄었으니까요."

 

A씨의 걱정은 아들뿐만이 아니다. 이 곳에서 대학·대학원을 마친 뒤 한국으로 인턴십을 떠난 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의 모 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딸은 원화로 월급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돈은 대학 시절에 빌린 학자금 대출금을 갚는 데 쓰이고 있다. 매달 갚아야 할 돈이다. 하지만 환율이 크게 뛰어서 송금할 돈이 늘었다고 한다. "빨리 환율이 안정되어서 아이들의 시름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A씨의 말이다.

 

환율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는 이 곳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송금을 받는 유학생 중에는 환율이 크게 올라 학비 부담이 크다며 싼 대학으로 옮기겠다고 소개해 달라는 내용이 인터넷에 뜨고 있다. 또한 최근에 들어온 주재원이나 교환교수 가족들도 갑자기 오른 달러 환율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는 사람 있으면 웃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오른 달러 덕에 미소를 짓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노던 버지니아. 이 곳에 있는 한인 은행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을 하거나 환차익을 노려 송금을 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들어 한국으로 보내는 송금 건수가 크게 늘었고 송금 규모 역시 커졌다고 한다. 일부 한인은행에서는 환투자를 위한 100만 달러 이상의 뭉칫돈이 한국으로 송금되기도 했다고 한다.

 

원/달러 환율 인상은 이렇게 뭉칫돈을 보내는 여유있는 사람뿐 아니라 소박한 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버지니아주의 페어펙스에 사는 김아무개씨. 그는 지금이 바로 친정 어머니를 초청할 적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거듭된 딸의 초청에도 불구하고 딸 형편을 생각해서 초청에 응하지 않던 어머니에게 "이제는 달러가 비싸서 제 돈이 얼마 안 들어가요"라고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곳에 사는 나이든 부모님들에게 한국 여행을 시켜드린다는 효자·효녀들의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이 기회에 부모님 미국여행 시켜드려야겠네요"

 

이 밖에도 미국에 있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달러가 오르자 송금을 하려는 사람들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Q: 저는 한국에 부모님이 계셔서 이번에 형제들이랑 돈을 좀 모아서 부모님 여행을 보내 드리려고 하는데요. 없는 형편에 솔직히 환율이 오르니 원으로 바꾸면 좀더 생색이 날 것 같아 송금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좀 더 달러가 오르니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요. 어제 1400원대였다가 1200원대로 떨어지는 걸 보니 어제 보낼 걸 하는 맘이 자꾸 드네요. 기다리면 더 떨어질까요?

 

A: 환율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한 나라의 경제부장관도 환율 예측을 못하고 있는데 우리 같은 소시민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다른 댓글: 이명박이나 강만수가 잘 알겠죠. 그나저나 어떻게 취임한 지 몇 달 사이에 몇 년 동안 유지되던 환율이 이리 망가지는지... 이명박, '물건' 맞네요. 현대도 적자, 서울시도 재임시 적자, 한국은 임기 초기에 부도 위기….)

 

Q: 환율이 많이 올라 환차익이 크다고 한국에 집을 사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돈을 보내고 집을 사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또 나중에 돈을 갖고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저는 현재 시민권을 신청해 놓은 상태인데 만약 집을 산다면 누구 이름으로 사야 되는 거죠? 세금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A: 저는 IMF때 재개발 아파트를 사서 5배 이상 이익을 봤는데 영주권자라서 지금 팔면 이익금의 50% 이상이 세금으로 나가서 못 팔고 있습니다. 시민권자이면 더욱 세금관계를 잘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환율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 환율 덕분에 미소 짓는 사람들. 환율이 가져온 양 극단의 명암이다.


태그:#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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