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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부 KBS 이사가 방송편성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고 의심받을 만한 발언이 담긴 이사회 자료가 공개됐다.  

 

권 이사는 KBS 기자 출신으로 창원총국장을 지냈으며 이병순 사장에게 "<시사투나잇>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나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또 지난 8월 경찰의 KBS 난입 사건 때는 전화로 직접 경찰의 3층 진입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권 이사는 KBS 이사 가운데서도 강경파로 분류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서갑원 민주당 의원이 13일 낸 자료를 보면 권 이사의 '월권'은 수차례 이어졌으며 그 수준도 심각하다. 

 

권혁부 "정권을 조지는 게 지나쳐"- 정연주 "자율적 보도관행 침해 소지"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13일 개최된 제574차 임시 이사회에서의 발언이다. 당시 권 이사는 정연주 사장에게 "KBS는 허니문이 없는가. 9시 뉴스를 보면서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다"며 "KBS 9시 뉴스의 이명박 정부 각료 청문회, 박미석 수석 논문 표절 의혹, 한승수 총리내정자 재산 문제 등에 대한 보도 태도가 과도하게 비판적"이라고 문제삼았다.

 

"나름대로 분석해 본 바로는, 정권을 조지는 게 질이나 빈도수 면에서 조금 지나치다"라는 말도 했다.

 

이에 당시 정연주 사장 및 다른 이사들이 가치판단과 보도본부의 자율적인 보도관행에 대한 침해소지를 우려하며 이사회 논의의 적절성 검토를 요청하자 그는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오히려 반박했다. 그는 "이사의 역할에 KBS의 공정성에 관해서 얘기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KBS 조직 이익에 나쁘게 작용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지를 살펴서 뉴스 제작에 감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갑원 민주당 의원실에서 공개한 2008년 3월 13일 제574차 KBS 임시이사회 비공개 회의록이다.

 

권혁부 이사 : 이사회 끝나기 전에 제가 몇 말씀 드릴 것이 있습니다. 사장님! 가볍게 들어주십시오. 저는 걱정이 좀 돼서 여쭤보려고 하는 것인데, KBS는 허니문이 없는가? 정권이 출범하면….

 

정연주 사장 : 뭐가 없느냐고요?

 

권혁부 이사 : 정권이 출범하면 대개 관행상 언론기관이나 야당이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데에 그렇게 인색하지 않는다는 속에서 허니문이라는 얘기도 하고 밀월기간이라고도 얘기하는데, 제가 우리 핵심 프로그램인 '9시뉴스'를 보면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이 하는 일에 대해 다소 걱정이 되는 부분들이 눈에 띄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정연주 사장 : 이거 기록에 다 남는 겁니까? 의사록에 다 남는 발언이십니까? (중략)

 

권혁부 이사 : 내가 이사회에서 얘기를 좀 하겠다는 것이죠.

 

이춘발 이사 : 아, 그럼 하는 것이고요.

 

권혁부 이사 : 제가 걱정하는 대목은 이렇습니다. 권력이 이성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그런 전제라면 제가 걱정을 크게 안해도 될 것 같은데, 문제는 권력의 속성이 그렇지 않다는 데에 있는 것이죠.

 

여기 이런 자료도 하나 보내주셨던데, 여기에 봐도 우리 방송 환경이나 KBS가 맞아야 할 변화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불가측한 부분들이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 조직 이익이나 우리 역할에 어떤 변화가 올 수도 있다, 그런 것을 지금 걱정하는 시점에서 공연히 이성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권력의 행태를, 감정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냐?

 

보는 이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각료인선을 발표한 19일 이후 12일까지 제가 죽 뉴스를 보면서, '조금 문제가 있겠구나!' 해서 제가 자료들을 다 모아서 제 나름대로 분석을 해본 바로는, 정권을 조지는 게 질이나 빈도수 면에서 조금 지나치다. 그런 생각을 좀 했구요.

 

예를 들면, 27일에 각료들 청문회를 했는데 과거 우리 경험으로는 그런 정도면 몇 개를 엎어서 리포트 하나로 처리해도 될 일을 무려 6건으로 나눠서 개별적으로 디테일하게 다룬 것은, 그렇게 다룰 수는 있겠죠.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원치 않는 반작용을 불러올 여지가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런 것은 세심하게 우리가 고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고요.

 

박미석씨의 경우는 논문만 4번을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그렇게 되풀이해서 지적할 만한 사항인가 하는 점에서 빈도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한승수 총리는 10번을 지적했어요. 총리 내정에서부터 출범까지.

 

정연주 사장 : 이사님! 제가 한 가지 좀 드리고 싶은데요. 물론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사님들이 자유롭게 말씀하실 수 있는데 우선, 이사회에서 과연 이런 문제가 제기되어서 논의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고요. 그 다음에, 지금 말씀하시는 내용이 굉장히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면 그것은 가치판단과 특히 보도본부의 기자, 데스크, 팀장, 팀장회의 그것을 다 거쳐서 나가는 자율적인 보도 관행에 대한 침해의 소지도 있다고 느껴지고요. 그래서 이런 지금 이사님께서 제기하신 문제가 과연 이사회에서, 더구나 의사록에 남는 이사회에서 구체적으로 거기까지 이야기를 제기하시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제가 조금 의문이 듭니다.

 

권혁부 이사 : 제가 그런 점을 살펴봤습니다. 살폈는데, 이사의 역할에 KBS의 공정성에 관해서 얘기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정연주 사장 : 그 공정성 이야기도 여러 가지 입장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요. 그래서 저는 너무 디테일하게 이야기가 들어가고 또 그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물론 이사님들의 기능과 역할이 있습니다만 편성의 독립문제, 보도·제작의 자율권과 독립의 문제에 대해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생깁니다. 그래서 적절성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고민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권혁부 이사 : 그런 문제에 관해서는 제가 거듭 말씀드리지만 검토를 거쳐서 이 조직을 걱정하는 입장에서 이사가 할 수 있는 지적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말씀을 드리니까, 제가 디테일을 얘기하는 것은 이해를 돕기 위해서 사실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빈도가 조금 우리가 고려해 볼 여지가 있지 않느냐는 얘기이고요.

 

그 다음에, 우리가 흔히 여야가 있고 상대가 있을 때 양적 균형을 가지고 공정성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런 수단을 통해서 여야를 보면, 예를 들면 '민주당 공천 배제기준을 놓고 갈등' 그 뒤에다 '한나라당 공천갈등 폭풍전야' 이런 식으로 기사를 붙인다는 것이죠. 양적인 균형입니다. 그런데 대외적으로 보면 분명히 어디 한 군데가 불이익을 보는, 그렇게 인식하게 만드는 구조들을……. (중략)

 

 

이춘발 이사 : 제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습니다. 이 정도로 그냥 정리하시죠. 지금 권 이사가 몇 가지 얘기를 이사로서 방송에서 KBS가 처한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신중하게 잘 처리해 주면 좋겠다는 보편적인 얘기 정도로 하고. 또 사장님 말씀도 있었고, 사장님 말씀하신 부분에도 일리가 있고 또 이 부분이 상당히 논쟁이 벌어지고 상당히 파급될 수 있는 영향이 큽니다. 이사회에서 사실 이런 논의를 하면 안 됩니다. 논의가 아니고 얘기하고 끝내야 합니다. 그리고 아까 권 이사가 얘기한 부분에서 나중에 속기록을 보면 알겠지만 대단히 문제되는 발언이 나왔어요. 그래서 이 부분은 나중에 조정하는 것으로 하고.

 

권혁부 이사 : 뭐가 문제가 되죠, 발언이?

 

이춘발 이사 : 내가 지적을 해드릴게요. 권 이사가 뭐라고 했느냐 하면, '권력이 이성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치적인 얘기예요. 그럼 새로 생긴 정권이 반이성적인 정권이라는 얘기예요? 그러니까 그것은 오해 살 만하니까…….

 

권혁부 이사 : 내 얘기는 그것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는 배제하는 것이 낫다는 뜻입니다.

 

이춘발 이사 : 그러니까 그런 얘기는, 주석이 달린 얘기는 하면 안 되죠, 이사가. 새 정권을 가지고 정부를 놓고서 비이성적인 그런 얘기를 합니까?

 

권혁부 이사 : 내가 비이성적이라는 게 아니라 그런…….

 

이춘발 이사 : 권력이 이성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감정적으로 하지 마라. 이 얘기를 한 것 아닙니까?

 

권혁부 이사 : 그렇게 할 수 있는 요소는 배제하라는 취지로 얘기를 드렸습니다.  (중략)

 

권혁부 이사 : KBS 뉴스가 공정한지에 관한 얘기를 이사회에서 못한다는 얘기예요? 내가 말을 매듭짓겠습니다. 제가 말씀을 드린 취지는 KBS 조직 이익에 혹시 그런 것들이 나쁘게 작용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지를 살펴서 뉴스 제작에 감안해 달라는 취지의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이사회 관련 KBS 9시 뉴스 보도에 비속어 사용 항의하기도

 

'방송법 제4장 한국방송공사 제49조 이사회의 기능'을 보면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은 있지만 방송편성권은 없다. 방송법은 제2조에 방송편성 최종 권한을 '방송편성책임자'에게 주고 있다. 제4조에는 다시 한번 "누구도 편성에 간섭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 이사는 이외에도 보도 프로그램이나 뉴스 내용과 관련, KBS 취재기자들이나 정치팀장, 총괄팀장 등에게 수시로 전화해 취재 과정을 알아보거나 보도 태도를 지적하는 한편 인사와 관련한 사내 루머를 빌미로 KBS 사장에게 이사회 안건과 관계없는 보도국 인사계획을 묻는 등 '인사권'을 침해하는 발언도 했다. (첨부자료 참고)

 

권 이사는 KBS 9시 뉴스에서 이사회 관련 보도를 하자 2008년 6월 5일 제583차 정기 이사회를 통해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역시 '보도 제작 자율성과 방송편성 독립성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는 행위인데다 이 날 권 이사는 "'이사회 새끼들은 개새끼다'라고 방송해도 말을 안하냐"며 비속어까지 사용하며 거침없이 말했다.

 

 

권혁부 이사 : 이사회가 한 일을 가지고 '9시뉴스' 전파를 탄다는 것이 그만한 뉴스 밸류가 있는 것입니까? '9시뉴스'에 다루는 정보가 도대체 몇 가지나 됩니까? 그리고 내외에서 일어나는 정보가치를 놓고 밸류를 해서 취사선택을 한다면 그것이 과연 나갈 가치가 있었습니까? 더구나 내가 지금 섭섭하게 생각하고 진솔하게 우리가 대화를 좀 해보자는 취지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이것은 KBS 역사상 없었고 방송사상 역사가 없는 일입니다. 어떻게 이사회에서 한 일을, 그것도 사장은 보도본부를 내세워서 "오보가 아니라고 한다"고 하신다면 사장의 견해를 내놓아야죠.

 

사장님 사퇴요구 결의안 안건으로 채택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 방송을 보도할 때는 이사회 이사들한테 이미 문건으로 다음 이사회 때 어떤 것을 안건으로 한다는 것을 다 송부한 상태입니다. 그것조차 근본적으로 확인 안하고, 내가 후배기자들 들이대고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들도 사실 공개적인 자리는 아니지만 그 보도가 경위가 어떻고 당위가 어떻고 그런 문제에 관한 자기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 두 번씩이나 회의를 하면서, 내가 먼저도 "좀 진솔하게 합시다." 이것을 사장님 입장에서 "저는 솔직히 잘 몰랐다. 보도본부가 어떤 경위에서인지 냈는데, 이것은 좀 이사회한테 부끄러운 것 아니냐, 이사회가 과연 그렇게 '9시뉴스'를 타서 사측이 공격을 할 만한, 비난할 만한, 비판할 만한 일들을 했느냐? 그렇게 꾸짖었다. 재발방지 하겠다." 그런 정도면 이사들이 납득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사장님이 계속 그렇게 몰고 가신다면,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면 우리는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중략)

 

권혁부 이사 : 아니, 이것을 그런 식으로 몰고 가면, 이사회가 이 문제를 다루는 게 말도 안된다는 식의 얘기를, '이사회 새끼들은 개새끼다'라고 방송해도 말을 안합니까?

 

서갑원 "KBS의 공정성, 공영성 가치 흔드는 몰상식한 행태"

 

서갑원 의원은 "보도방향이나 보도내용, 보도형식, 보도횟수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 문제를 삼고 방송제작자나 집행기관에 특정 주문을 하는 것은 KBS 보도·제작의 자율성, 방송편성의 독립성을 해치는 방송법 위반 행위"라며 "공영방송 KBS의 공정성, 공영성의 가치를 흔드는 몰상식한 행태로써 묵과할 수 없는 안하무인식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권력에 감정적으로 (보도)하지 말 것' 등 사실상 '권력 눈치보기' 보도를 사장에게 주문한 것으로 '권언유착'을 조장한 권 이사는 이사로서 자격이 없다"면서 "KBS 이사로서 도덕적, 법률적 책임을 지고 이사직에서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국정감사, #권혁부, #정연주, #서갑원, #문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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