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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는 국민의 선량으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각급 정부기관과 그 유관기관들에 대한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토록이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쏟고 수감기관에서는 그에 비례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국정감사에 대비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같은 노력과 시간에 비해 성과가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아니 언론의 각광을 받는 몇몇 사안에서 표면적인 성과와 정치적인 공방만이 아니라 깊숙히 내재되어 있는 각종 문제가 국정감사를 통해 그 해결의 단초가 제공되고 있는지가 말입니다.

 

낮은 곳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언론에만 신경쓰는 국회의원

 

2008년 국정감사와 관련, 기자가 활동하는 곳이 국민들의 억울하다고 소리가 많이 터져 나오는 법조계가 되다보니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관심을 집중했답니다.

 

법사위는 9일에는 서울고법과 각급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그리고 10일에는 서울고검과 각급 지검에 대한 국정감사가 실시 되었습니다.

 

여야 의원님들의 국정감사 질의에서는 겉으로만 보기에는 손색이 없는 듯했습니다. 나름대로 각종 자료를 제출받아 이슈가 될만한 소재들을 가지고 이를 부각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여야 의원들간의 정치적인 공방도 그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그 같은 국정감사 질의 내용만 가지고는 기자는 2%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국정감사가 그 진정한 취지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첫날 서울고법 국정감사장이 위치한 402호 부근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 국회의원 15명을 비롯해 보좌관들 그리고 기자 그리고 그보다는 몇 배 많은 수감기관인 수백명에 달하는 법원 관계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서울고법과 각급 법원 11개 소속의 법원직원들은 무척이나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국정감사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발언들은 스피커를 통해 밖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의원들의 질의와 그에 응답하는 자신들의 장인 각급 법원장들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질의와 응답 내용 등에 대해 별도로 마련된 수감기관들의 부스에서는 즉각적으로 응답하고자 하는 대응태세가 완벽히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시선은 전혀 엉뚱한 곳에 가 있었습니다. 바로 언론이 자신들의 질의와 응답을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그 촉각이 쏠려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의원들은 물론이고 이날 수감기관인 법원 관계자들도 언론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었을 뿐입니다.

 

한 의원의 보좌관은 아예 언론사 리스트를 가지고 이날 질의할 내용 등을 담은 보도자료 배포하기에만 바쁘더군요. 이들의 관심에는 법원 바깥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외치는 사법피해자들의 외침은 전혀 들리지 않는 듯했습니다.

 

오후 6시 수감기관 관계자들은 한 명의 이석도 없는데 반해...

 

10일 서울고등검찰청 15층에 마련된 국감장에서도 이 같은 행태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국정감사 내내 의원들은 보도자료 배포하고 돌아가는 카메라만을 의식한 의례적인 정치적인 공방만을 거듭했을 뿐입니다.

 

그것도 몇 시간에 불과했습니다. 15명에 이른다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님들은 한 분 두 분 자리를 뜨시더니 어느 순간에는 절반 이상의 의원님들의 모습을 검찰청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국감위원 휴게실이나 의원 휴게실 그리고 보좌관 휴게실 등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후 6시가 넘어서 다시 가본 15층 국감장은 한산하기만 했습니다.

 

오전 내내 북적거리던 검찰 관계자들도 그리고 의원님들도 말입니다. 국감장에는 유선호 위원장, 박영선 의원, 박지원 의원 등 예닐곱분밖에 안 계셨습니다.

 

 

나머지 국회의원들은 1년에 며칠 있는 소중한 국정감사를 뒤로 한 채 다른 일 때문에 국정감사장을 떠난 것 같았습니다. 국정감사장 분위기도 한 없이 느슨했습니다.

 

그 같은 태도는 국회의원 보좌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좌관들은 자신들끼리 잡담을 나누는데 여념이 없더군요. 그것은 해당 국회의원이 한참 발언을 하고 있는 그 의원의 보좌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의원들의 느슨한 질의와 보좌관들의 태도와는 정반대로 수감장에 자리를 잡고 있는 각급 검사장과 수석 부장검사 그리고 사무국장 등의 자세는 국정감사를 시작한 지 8시간이 넘어가는 시간에서도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게 극명하게 대비될 뿐이었습니다.

 

 

서울고등검찰청 정문에서는 하루 전과 마찬가지로 사법피해자들의 절규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석달이 다되어간다는 이들의 집단적인 목소리에 관심을 보인 것은 딱 한 차례입니다.

 

바로 하루 전 서울고등법원 국정감사를 마친 국회의원들이 오후 6시경 정문을 통해 빠져 나갈 때 한 의원이 차 창문을 내린 후 이들이 세워놓은 피켓 내용을 잠시 쳐다본 게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지난 7월 17일부터 대검찰청 앞에서 집단적인 시위를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10일 서울고검 국정감사장 정문에서도 그 어느 국회의원도 그리고 그 어떤 검찰청 관계자들도 그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과연 이들의 목소리를 그토록이나 철저하게 외면해야만 했는지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국회의원은 없는지가 궁금한 이틀간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취재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정감사, #법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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