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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 책표지 조용헌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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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더 재미난 <조용헌의 소설1·2권>(조용헌/랜덤하우스)을 읽게 된 배경은 순전히 '천산대학'이라는 소제목의 글 때문이다. 우연히 인터넷 검색하던 중 '천산 대학'을 발견하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들어가 볼 만한 대학이 하나 있다. 그게 바로 '천산대학'이다. 자격 제한도 없고, 4년제도 아니고, 등록금도 없는 대학이다. 중년에 시작해서 두 다리 성한 한 1000군데의 산을 올라가 보는 것이 천산 대학 커리큘럼의 전부이자 핵심이다. 천산 대학을 졸업하면 인생에 태어난 보람 하나는 건지지 않겠는가."

시간만 나면 등산을 하는 나는 자연히 등산에 관한 글이 눈에 번쩍 뜨였다. 우리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데다, 그 산들이 또한 중앙아시아나 티베트처럼 높이 4000-5000미터의 고산이 아닌, 오르내리기 적당한 높이의 산들이 대부분이라 산행하기 더욱 좋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한국에서 높이 500미터 이상의 산들을 추려보면 대략 4400군데 정도 된다고 하니 우리가 가볼 만한 산들이 얼마나 많은가.

소설보다 더 재미난 <조용헌의 소설>은 216편의 맛난 이야기들을 묶은 것으로 그가 직간접적으로 듣고 보고 발품 팔아서 작가 특유의 필치로 엮어 낸 것이다. 소설이 '작은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짧은 단문으로 된 에세이다.

'천산대학'을 비롯해 소나무, 바위, 홍어, 꽃 등 사물은 물론 저자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보고 듣고 그가 만난 기인들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 옛 선조들의 지혜 등, 시간과 사유와 사물이 경험으로 빚어낸 이야기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잘 몰랐던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도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짧은 이야기들로 묶어져 있어 언제 꺼내 읽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책이다. 말 그대로 '작은 이야기'들로 묶은 이 책은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부담스럽지 않고, 문장은 맛깔스러운 데다 간결해서 여운을 남긴다. 저자의 작은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놓은 이 책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서걱거리는 펜과 종이의 마찰소리가 나는 듯하다.

글은 눅눅하지도 않고 너무 서걱거려서 건조하지 않고 사각사각 베어 먹는 사과처럼 건조함 속에 물기가 느껴진다. 상쾌한 문장이다. 여기 묶은 작은 이야기들은 세상을 등지고 사는 그가 만난 기인들을 비롯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깔끔한 문장 속에 녹아들어 흥미롭다. 맛난 이야기들 가운데 '주유천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주유천하의 첫 단계로 명산 유람을 꼽는다. 대자연의 장엄한 광경을 봐야만 심량이 커지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초연함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저자가 꼽는 남한의 10대 명산은 지리산, 설악산, 계룡산, 한라산, 오대산, 가야산, 월출산, 속리산, 북한산, 태백산이다.

산에 오르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한다. 반드시 그 산에서 잠을 자 보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머리말에서 한 말 대로 여론과 재미와 정보가 있다. 이 책의 분량은 이야기 하나마다 200자 원고지 5.5매 정도로 짧다. 그러므로 '정통 소설'이라고 그는 말한다.

"소설은 소설답게 짧아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정통 소설의 본령에 부합된다. 내용의 상당 부분은 '도청지설'에 해당한다. 정통 소설의 3대 본령인 여론, 재미, 정보를 담았다. 이 책은 정통 소설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저자의 머리말에서)

지난 18년간 한·중·일 3국의 600여 사찰과 고택을 답사하면서 수많은 기인들을 만나 교류를 가져온 칼럼니스트 조용헌은 지금도 강호를 유람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그는 <조선일보>에 '조용헌 살롱'을 인기리에 연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조용헌의 사찰기행>,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고수기행>, <조용헌 살롱> 외에 다수가 있다.


조용헌의 소설(小說) 2 - 소설보다 더 재미난

조용헌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2007)


태그:#조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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