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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아파트가 하나둘 불이 켜질 때 공장들은 하나 둘 불이 꺼지네요. 낮에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편안하게 쉬어야지요.
▲ 불이 꺼진 공장과 불이 켜진 아파트 주변에 아파트가 하나둘 불이 켜질 때 공장들은 하나 둘 불이 꺼지네요. 낮에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편안하게 쉬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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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들이 서울 문래동으로 모여들고 있어요. 마치 소호에서 첼시와 윌리엄스버그로 미국의 예술인들이 움직였듯이 한국의 예술인들도 홍대 앞에서 문래동으로 작업장을 옮기고 있지요. 보다 적은 임대료로 작업을 하고 싶은 예술인들이 문래동의 철공장 지대로 하나둘 이사 오고 있어요.

올해로 2회를 맞은 물레 아트 페스티발은 이러한 예술계의 변화가 반영된 축제지요. 10월 1일에 '여는 굿'을 시작으로 11월 1일 뒤풀이로 끝나는 이번 축제는 문학, 연극, 무용, 마임, 음악, 비주얼아트, 영화, 전시, 토론, 해외교류, 벼룩시장이 열려요.

철공장과 예술의 만남이 낳은 춤공장

으슥한 철제공장들 사이에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공장이 있네요. 거기서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는 노동자를 한참 바라보았어요.
▲ 아직 꺼지지 않은 불꽃 으슥한 철제공장들 사이에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공장이 있네요. 거기서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는 노동자를 한참 바라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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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오픈 공연과 사진 영상전이 열리는 7일 저녁에 문래로 갔지요. 거리로 들어서자 주변에 철제공장들이 나타났어요. 허름한 철제 공장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풍경은 낯설더군요. 마침 옆에 있던 지인은 자신이 살던 강원도 사북과 닮았다고 하며 서울에도 이런 거리가 있는 걸 신기해하네요.

몇몇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땀을 흘리며 늦은 시간까지 일하시고 있더군요. 쓸쓸한 저녁빛깔에 어두워진 거리와 일하시는 노동자의 모습은 묘하게 끌리더군요. 그리고 철제공장 거리 너머로 보이는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어요. 철제공장들이 모여 있어 음울할 거 같지만 곳곳에 그려져 있는 그래피티들이 생기 있는 거리를 연출하네요. 통통 튀는 그림들이 공장들을 꾸며주면서 분위기는 한결 밝아요.

철공장 틈에서 물레 아트페스티벌이 열리는 춤공장이 나타나내요. 철공장 지대로 들어간 예술인들은 춤공장을 빚었지요. 지하에 있는 춤공장에서 연극 퍼포먼스와 춤, 비디오 아트를 감상하였어요. 공연이 끝난 뒤 작가들과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대화도 나누고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이 되더군요.

공업과 예술이 함께하는 동네

축제에 놀러온 임병인씨는 "전위예술을 처음 봤다"고 합니다. 이어 임씨는 "재미있고 강박증을 표현하는 게 느껴지네요"라며 "삶,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표현된 거 같아요, 다음에 또 올 거예요"라며 만족감을 표시하네요.

부모님을 따라온 유하림 어린이는 "처음에는 무서운 느낌도 있었지만 재미있고 멋있어요"라며 밝은 표정으로 공연을 본 소감을 얘기하네요.

김은정과 한창호가 보여준 뜨거운 춤과 몸짓에 사람들은 숨죽이며 지켜봤어요.
▲ 춤 김은정과 한창호가 보여준 뜨거운 춤과 몸짓에 사람들은 숨죽이며 지켜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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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김은정 공연예술감독은 이번 잔치에 대해 설명해주네요.

"와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소박하고 거칠어요. 일부러 꾸미려 하지 않고 진정에 가깝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죠. 못생겨도 그대로 드러내고 제대로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의 어울림입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공장 인부들과 굉장히 친해요"라며 "(문래동이) 공업과 예술이 함께 하는 동네"가 되길 바라네요.

사진전 '불안'에 참여한 김수정 사진작가는 "사진전 '불안'은 1년 정도 준비했어요"라며 "문래는 후미진 동네라 썩 친근하게 다가갈 수 없지만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통해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귀띔하네요. 

공장 외관에 그래피티가 그려지면서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지요. 멋있게 그려진 그래피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 그래피티 공장 외관에 그래피티가 그려지면서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지요. 멋있게 그려진 그래피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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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흐름을 담아 '문래정신'으로 표현하고 싶어

김금녀 물레 아트 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은 "그 해에 해당하는 사회 문화 시대 흐름을 담아 '문래정신'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밝히네요. 그러면서 "젊은 신인작가와 실험정신이 담긴 작품들, 모든 게 가능한 자율적인 분위기와 스스로 참여하는 것"을 물레 아트 페스티벌의 기본 정신이라고 소개하네요.

다음은 집행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 물레 아트 페스티벌의 의미와 눈여겨볼 만한 것은?
"먼저 이웃 주민들과 소통하는 의미가 있지요. 다음으로 국제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문화를 교감하려 해요. 진정한 문화외교이죠. 외국 예술가와 국내 예술가 정신이 함께 만나면서 세계 흐름들을 만들어가는 것이에요. 15일부터 아시아즉흥예술교류+작품공연이 열리는데 외국과 한국의 만남을 느끼실 거예요. 그리고 행사 공연들은 다 재미있어요."

- 많은 작가들을 섭외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작년 1회 때, 제약이 없어 작가들 스스로 즐겼어요. 굉장히 재미있어 하고 자긍심을 느끼며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입소문이 나서 스스로 참여하는 작가들이 많아져서 100여 명이나 되네요."

- 가을에 자리 잡는 잔치가 될 거 같은데 내년 계획은?
"내년부터는 예술가와 노동자가 함께 작품을 생산하고 공유하고 싶어요. 둘러보시면 아시겠지만 근처가 다 철제 공장이잖아요. 철제공장의 역사, 노동자와 함께 어우러진 교감을 계획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공연이 끝난 뒤에도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춤공장 앞에 있지요. 그들의 표정을 보니 아쉬움이 가득하네요.
▲ "이대로 집에 가기 아쉬워요" 많은 사람들이 공연이 끝난 뒤에도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춤공장 앞에 있지요. 그들의 표정을 보니 아쉬움이 가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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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끝나고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갔지요. 공연이 끝났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춤공장 앞을 서성이네요. 춤공장 앞에서 다시 사람들 사이에 이야기꽃이 피더군요. 밤에 피는 이야기꽃을 꺾어버리기 아쉬워 술자리가 이어졌지요.

철제공장과 예술인들이 독특하게 조화를 이루는 문래동은 홍대거리와는 또 다른 멋이 있네요. 물레 아트 페스티벌 놀러 와서 예술과 공장이 어떻게 어울리는지 구경해보세요. 바람이 살랑거리는 가을에 즐거운 추억이 되겠네요. 더 궁금하신 점은 www.miaf.co.kr에서 확인하세요.

다닥다닥 붙어있는 철제공장들과 머리 위로 늘어져 있는 전선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높은 빌딩 사이에서 물레아트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어요.
▲ 철공장과 예술이 만난 거리 다닥다닥 붙어있는 철제공장들과 머리 위로 늘어져 있는 전선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높은 빌딩 사이에서 물레아트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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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래아트페스티벌, #문래동, #홍대, #춤공장, #예술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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