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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장에서 장관이 여당 의원에게 언성을 높이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개혁성향의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김 의원은 강 장관을 상대로 경제정책의 잘못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이에 강 장관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한때 국감장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강 장관 "내 발언 어떻게 그렇게 소상히 조사했나"

 

강 장관은 김 의원의 첫 질문부터 못마땅한 심경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질의 초반, 강 장관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로 임명됐던 지난해 12월 26일 "경제성장의 제1법칙은 저세율과 저금리"라고 발언했던 점을 거론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본격적 질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강 장관이 말을 막고 나섰다.

 

강 장관은 "그 시간에 신문에 난 그 많은 발언을 어떻게 그렇게 소상하게 조사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되려 김 의원에게 "어느 신문에 그런 보도가…, 어느 신문 보도인지 얘기해주시면 좋겠다"고 묻기도 했다.

 

또 강 장관은 "워낙 기자실에 사람도 많고 어수선할 때라 어떤 때는 인터뷰하지도 않았는데 한 걸로 나오기도 했다"며 "어느 신문에 실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견해가 (언급된 내용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김 의원이 뭘 생각하고 이런 질문을 하는지… 현 순간까지도 모르니 답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거듭 김 의원에게 불만을 드러냈다. 강 장관은 다소 흥분한 듯 여러차례 말을 더듬기도 했다.

 

그러자 김 의원도 "불필요한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강 장관의 태도를 지적했다.

 

김성식 "불필요한 이야기 말라"... 서병수 위원장도 "겸손하라" 장관 제지

 

이후에도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은 계속됐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25일 강 장관이 <매일경제> 이코노미스트클럽 초청 강연 때 발언 등을 인용하며 "저세율·저금리 정책을 펼 의사를 가졌던 것은 사실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이어 "국제 경제 환경이 나빠지는 가운데 초기에는 금리 인하 발언을 하면서 한국은행과 다투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 장관은 "그것은 경제학에 나오는 일반적 이야기를 말한 것"이라며 "환율 문제로 한은과 다투지도 않았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원인에 대해 (한은 총재와) 상반된 견해가 있었을 뿐"이라며 "단편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강 장관은 "김 의원도 저와 직접 대화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제가 정확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고환율 정책을 폈다고 얘기하면 되느냐. 제가 무슨 고환율 정책을 썼느냐"고 쏘아붙였다.

 

강 장관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자,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이 나서서 강 장관의 태도를 꾸짖기도 했다.

 

서 위원장은 "장관은 사실에 근거해서 답변해 달라"며 "고환율 정책을 활용했느냐 안했느냐를 가지고 여러 의원들과 자꾸 다툼이 있는데 시장에서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 위원장은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질의는 개인의 주장이 아니다"라며 "국감은 국민을 대표해 국민의 생각을 전하는 자리이니 겸손하게 답변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의원도 질의를 마치면서 강 장관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김 의원은 "생산적 경제정책 논쟁이 되길 바랐는데 장관의 태도 때문에 초점이 어긋나 버렸다"고 말했다.

 

"김 의원 보도자료에 감정 격해져... 오해 많다"

 

강 장관이 이날 김 의원의 질의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김 의원이 사전에 배포한 보도자료 때문이었다. 김 의원은 여기에서 현 정부의 환율정책과 감세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의원은 "'환율개입·저금리·저세율'은 현 경제팀의 3대 구발전 노선"이라며 "환율정책도 초기에는 경상수지, 나중에는 물가억제 도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 경제팀은 경상수지 균형에 집착하면서 고환율 정책을 추진해 지난 2월 29일~3월 18일 사이 불과 18일 만에 84.4원 급등했다"며 "6월에 들어서야 물가불안의 심각성을 인식했으나 실효성있는 물가안정 대책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강 장관의 실책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감세정책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은 "9월 위기설의 정점인 9월 1일 감세정책을 발표했다"며 "감세정책은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정책으로 재정 건전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일갈했다.

 

강 장관은 이날 답변을 마치면서 김 의원에게 못내 서운한 감정을 나타냈다. 강 장관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김 의원의 보도자료를 보고 상당히 격한 기분이 들었다, 내용이 너무나 뭐랄까, 저의 진의랄지 (정책의) 내용을 오해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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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정감사, #김성식, #강만수, #서병수,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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