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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의석군, 대학생기자 곽진성입니다.

 

토요일 오후에 올라온 의석군의 글을 읽었습니다. 앞서 <알몸의 강의석, 그에겐 진정성이 없다>를 쓴 대학생 기자로서 의석군의 글에 답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기에 5일, 새벽녘에 용기내어 펜을 듭니다.

 

군대폐지를 주장한 의석군의 알몸쇼는 그 후 그 현장 기사가 보도 돼 사회적 이슈로 발전했습니다. 급기야 그로인해 큰 논쟁거리가 되었지요. 정말 놀랍기까지 한 일입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군대폐지 자체가 논의대상이 되었다는 사실. 아마도 '종교거부운동'과 '서울대 입학' '권투선수' '호스트바 알바 경험'를 두루 갖춘 미디어스타(혹은 사회운동가) 의석군의 영향력이니깐 해낼 수 있었던 일이겠지요. 분명 긍정적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의석군과의 논쟁이 저는 불편합니다. 물론 그 불편함이 비단 의석군의 논리의 타당성, 행동의 정당성에서 연유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그저 부담스런 사회의 시선입니다. 고고한 이상을 논하는 사회운동가(혹은 미디어스타)에게 반대하는 것은 왠지 보수며, 낡고 케케묵은 것으로 판단하는 사회의 그 눈이 두려운 것이죠.

 

그래서입니다. 사회에 맞서 자신의 생각을 알몸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석군이 큰 용기를 낸 것이라면, 그런 의석군의 행동을 환상으로 평가하고 그에 대해 비판하는 저 역시 작은 용기 정도는 냈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고고한 이상을 찬양하는 지성인들에게 반기를 든 셈이니까요. 그렇기에 비단 의석군 뿐만 아니라, 언론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의석군, 저는 언론의 강의석 치켜세움이 불편합니다

 

의석군. 평소 날카롭게 사회에 비판의 시선을 들이대는 기자들이 의석군에게 보내는 찬사를 찬찬히 읽다보면 새벽녘 고민은 깊어갑니다. 그 화려한 미사여구들은 의석군에 관한 저의 비판을 보잘 것 없게 만듭니다. 날카로운 칼럼으로 제가 존경해마지 않은 박병규 기자님은 한 기사에서 의석군을 신동엽 시인에 비유합니다. 게다가 냉철한 김갑수 기자님마저 의석군을 안중근 의사에 빗댑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내로라 하는 기자, 지성인들은 의석군의 행동을 '용기의 표본' '생각의 자유'라는 화려한 수식어의 날개를 달아줍니다.

 

그렇기에 사실 저도 그런 기류에 편승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 기자분들의 생각에 반기를 드는 것은 대학생 기자인 제게는 너무 두려운 일이니까요. 그래서 '의석군의 군대폐지 논리는 타당하고 철저하다. 실천 가능하다' 라거나 '의석군의 알몸쇼는 군대 폐지를 위한 필수적 선택'이라거나 하는 상상도 가끔 하곤 합니다. (어디까지나 머릿속에서만.)

 

하지만 아닌 것을 맞다고 할 수 없는 것이 기자의 숙명인가 봅니다. 비단 어리고 부족한 대학생 기자라도 말입니다. 전 의석군에 관한 언론의 긍정적 평(評)에 결단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논리가 빈약하고, 실천 불가능하며, 비약과 과대해석이 곁들여진- 그래서 의석군. 본인 스스로도 인정한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정리한 생각을>을 담은 A1장 반의 글을 몇 번이고 읽어도 제 결론은 같습니다. 논리성이 결여된 의석군의 글을 읽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저는 언론이 의석군에 열광하는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의석군이 기자들에게 먼저 문자메세지를 보내 자신의 일정을 알리는 '프레스 프렌들리' 사회 운동가였다 치더라도 말입니다.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이라크 침략을 반대하는 캠페인에 전 세계에서 3000만 명이 참여했다. 우리는 세계 시민 모두가 행복과 평화를 원하고 서로에 대해 방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군대' 때문에, '애국심'과 '국익' 때문에 이라크는 망했다. 군대는 우리를 이웃국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공격의 위험을 만들어내고 있고, 이웃나라를 침략하며, 우리의 삶조차 위협한다. 전쟁을 없애 버리는 길은 단 한가지다. 사람들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도 군대에 가지 않는다면 결코 전쟁은 일어날 수 없다.   

                                                <강의석 비판, 저와 직접 이야기합시다 중에서>

 

윗글 의석군이 쓴 글입니다. 그런데 문제점이 참 많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글의 문제점을 아실 것이라 봅니다. 윗 한 문단만 봐도 의석군의 군대폐지 주장 글이 얼마나 고민없이 쓰여졌는지를 알 것 같기 때문입니다.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라는 물음과 이라크 침략을 반대하는 캠페인에 3000만명이 참여했다는 것에 논리적 연관성은 제가 보기에는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그저 다른 문장 두개를 붙여넣은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요? 게다가 세계 시민 모두가 행복과 평화를 원하고 서로에 대해 방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의석군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라크가 침략 당한 것은 '군대 '때문에 라고 간단히 도식화 할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는 냉엄한 국제 역학관계와 석유, 종교. 그리고 일일히 열거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일종의 비약인 셈이죠. 과대해석으로도 볼 수 있겠군요.

 

안타까운 사실 하나는 이런 문제점들이 의석군의 글 곳곳에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논술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지적은 접도록 하겠습니다. 요약하자면 의석군의 글은 논리가 빈약하고, 비약이 심하며 과대해석이 결들여져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군대폐지라는 그 간명한 주장을 설명하기에는 참 허약한 글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치밀하지도, 또한 신뢰할 수도 없는 그렇다고 수려하지도 않은 의석군의 군대폐지 주장에 대해 언론은 왜 그리 열광했던 것일까요? 언론의 과대해석이 군대폐지 주장의 설익음을 옳은 것처럼 희석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 알고 있을텐데 말이죠.

 

의석군. 저는 언론의 강의석 치켜세움이 불편합니다. 강의석에 대한 언론의 치켜세움은 분명 과장되어 있고, 본래의 메세지 이상으로 크게 확대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의석군에게 미디어스타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지금도 의석군에겐 일거수 일투족을 파파라치처럼 보도하는 언론, 기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의석군의 사회운동 측면이 아닌 말초적 호기심을 다루는 부분이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본인도 알 것입니다. 호스트바, 권투선수, 택시기사의 경력에 관련된 기사들은 의석군의 사회 운동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말입니다. 그럼에도 언론에 의해서 양산되었습니다.

 

궁금합니다. 의석군 본인이 이런 개인적 활동을 기자들에게 알렸던 것인지, 아니라면 한 건 잡아보겠다는 기자들이 의석군을 귀찮게 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런 우려 때문입니다. 의석군에게 '미디어스타'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일, 언론의 몫이 아닙니다

 

의석군. 대학생 기자인 저는 사회를 냉철하고 날카롭고 덧붙여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역은 없겠지요. 비단 사회운동가라고 해도 말입니다. 그래서 사회 운동가가 말하는 것이 어떤 방도나 계획이 없는, 말 그대로 환상에 불과하다면 비판하는 것은 당연히 기자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현실주의자와 환상주의자는 결코 한 점에서 닿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직접 만나 애기하는 것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풀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군대폐지 라는 것은 생각의 다름이 아닌, 말 그대로 환상에 불과하니까요.

 

게다가 제가 소통하고 싶은 것은 의석군이 아니라 그저 순수한 독자들입니다. 아실 거라 봅니다. 환상은 달콤하지만 깨어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멋모르고 순수한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사실 말입니다. 우리는 환상을 말하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경제가 무너져도 '747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외치는 사람, 줄기세포로 사람을 고치는 일이 바로 내일의 일이라고 외쳤던 어느 박사님, 하지만 어떻습니까? 잘못된 환상에서 깨어났을때 남는 것은 충격과 공포, 그리고 큰 절망입니다. 

 

다른 이들이 꿈꾸지 못했던 영역을 주장하는 것만으로 선구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747 경제 성장 이나 줄기세포의 그들 역시 사회운동의 선구자들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하는 씁쓸한 생각도 해봅니다. (아, 물론 농담입니다. 하지만 이 농담을 가볍게 듣지는 마세요)

 

의석군. 군대를 폐지합시다라는 주장은 무척 간명해서 힘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힘이 없는 이유는 주장만 한 채, 책임은 다른 이들에게 떠넘겨버리는 그 가벼움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의석군이 말하는 군대 폐지 주장은 겉으론 참 아름다워 보이지만, 실천 계획이 없는 그저 신기루일 뿐인 주장이라고 생각됩니다.

 

의석군, 환상을 버리고 현실에서 마주하길 바랍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 싫습니다. 공동체의 결정이 자기 생각과 다르다며 무시하고, 뒤에서 남 욕하는 사람들과 그 어떤 것도 함께 하고 싶지 않습니다.          <강의석 비판, 저와 직접 이야기합시다 중에서>

그런데 의석군의 글에서 이런 문장을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공동체의 결정이 자기 생각과 다르다며 무시하는 사람과는 함께 하고 싶지 않다고요?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사회라는 공동체에서 정한 군복무라는 결정을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페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의석군 아닌가요?

 

그런데 함께한 동료들을 공동체의 결정과 달리 행동한다고 불평하는 것은 조금 난센스 처럼 들립니다. 큰 원칙을 바꾸려는 사람이 작은 원칙에서 흔들리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그런 난센스 들이 합쳐지면 진정성을 의심받습니다. 박태환씨에 대한 독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투력이 강한 태권도 메달리스트가 병역에서 면제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문장은 농담이었는데, 진담으로 받아 들이시는 분들을 보며 저도 글을 잘 썼으면 좋겠다는 푸념도 했습니다                                             <강의석 비판, 저와 직접 이야기합시다 중에서>

 

의석군. 자신이 말하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 쓴 부분에 대해 농담이라고 뒤늦게 수습하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군대폐지를 주장하는 의석군이 다른 누군가에게 '군대에 가라'라는 말하는 것은 분명 자신의 주장과 모순이 있었던 발언이지 않습니까? 그런 모순에 대해 사과가 아닌 글을 잘 쓰면 좋겠다는 푸념하는 것은 분명 난센스 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난센스는 또 있습니다. 물론 사회 운동가들끼리의 시시비비(是是非非) 이기에 제가 이래저래 참견할 문제는 아니겠지만, 의석군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당사자의 은신처에 기자들이 몰려왔다면 당사자에게 그리고 관련 사회 운동가들에게 백번, 천번이고 사과할 문제이지 않나하는 주관적인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본인의 실수는 망각한 채 <왜 힘을 모아야 할 사람들끼리 서로 존중하지 않고, 미워하고, 갈라서는 건가요?>라고 푸념하는 의석군의 태도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난센스 입니다.

 

의석군. 제가 앞선 글에서 진정성 문제를 지적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에서 입니다. '진정성이 없다'를  비판자의 단정적인 말투로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생각을 불식시킬 만한 진정성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국군의 날, 저는 12시간 동안 구덩이 속에서 기다리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평화활동가들이 눈이 빠져라 새벽까지 무기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저는 밤 새며 전쟁사를 공부했고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강의석 비판, 저와 직접 이야기합시다 중에서>

 

그래도 우리의 의석군. 밤새며 전쟁사를 공부했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대견한 일입니다. 조금이나마 진심이 엿보입니다. '나도 다른 사회운동가 만큼 노력한다'는 간단한 요지를 몇줄에 걸쳐 예를 들어 올린 것은 군대폐지에 관한 의석군의 노력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겠죠?

 

그렇기에 다시 한번 대견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대견함 만으로 의석군이 원하는 군대폐지가 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의석군께 조언합니다. 꿈을 이루려면 부단히 실천가능한 대안을 마련해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겉으로 알리는 노력이 아니라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할 것 입니다.

 

그런 의석군께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환상을 버리고 현실에서 마주하길 바랍니다. 의석군처럼 저도 말과 행동이 다르고,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 싫습니다. 누구나 책임감 없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그런데 군대폐지를 주장하는 의석군은 지금 그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환상을 버리고 현실에서 마주해야 책임을 짊어질 수 있습니다.

 

의석군. 진정 군대폐지를 원한다면, 진정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지금 의석군에게 필요한 것은 보는 이들을 불쾌하게 하는 돌발 알몸 시위가 아닙니다. 그리고 기자에게 보내는 문자 메시지도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좀 더 사람들이 강의석씨의 주장을 진정 믿을 수 있고, 응원할 수 있는, 대안과 대책을 준비하고 실천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1000개가 넘는 문자와 전화를 받고, 10000명이 넘는 사람이 미니홈피를 다녀간다 하더라도, 대안과 대책없는 주장에 동조하는 지성인은 있을 수 없다고 믿습니다. 부디 의석군. 자신의 책임을 다해서, 본인 말대로 행복해집시다.


태그:#강의석 , #군 복무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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