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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는 일주일에 한 번은 진주성에 나들이를 갔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아내와는 한 번씩 갔지만 아이들과는 두 세번 밖에 가지 못했다. 진주시청에서 '공예대전'을 감상하고, 진주성에 가기로 했다.

개천절과 개천예술제, 유등축제 있는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북적거렸다. 촉석루는 사람이 너무 많아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남강에는 유등이 많이 떠있다. 밤에 왔으면 더 멋진 감상을 했을 것인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남강에 띄운 유등들 밤이 아니라 아쉬움이 많다.
 남강에 띄운 유등들 밤이 아니라 아쉬움이 많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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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과 낮에 와 불빛을 비추는 유등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촉석루 옆에 있는 의기사로 향했다. 의기사(경상남도도문화재 자료 제7호)는 임진왜란 당시 왜장을 안고 의암에 몸을 던진 충절의 여인, 강낭콩 꽃보다 더 붉은 논개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의기사에 있는 논개 영정을 보았다. 논개 영정은 2005년 친일화가(김은호씨)에 의해 제작됐고 당시 의상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에 의하여 떼어 내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결국 진주시는 새로운 논개영정 제작에 나섰으며  충남대학교 윤여환 교수가 그린 논개 영정이 지난 2월 국가표준영정 제79호로 지정되었으며 5월 23일에는 의기사 사당에 봉안 되었다.

윤여환 교수가 그린 영정을 보면 쪽머리가 아닌 가체머리를 하고 있으며 저고리가 긴 임진왜란 당시의 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고, 고귀한 자태를 보여 주고 있어 친일논쟁, 왜색논쟁에 휩싸였던 옛 영정과는 대비된다.

지난 5월 23일 의기사에 새로 봉안된 논개 영정
 지난 5월 23일 의기사에 새로 봉안된 논개 영정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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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녀석이 박물관에 가자고 보챘다. 박물관에 가면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진주대첩'을 입체영화로 만들어 상영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한다. 어른들도 입체 영화를 보는 재미가 좋아 벌써 네 번이나 보았다. 박물관 가는 길에 천자 총통을 보고 막내가 방포하겠다고 나선다.

천자총통을 방포하는 시늉을 막내가 하고 있다.
 천자총통을 방포하는 시늉을 막내가 하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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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무엇이든지 해야 하고, 하기 싫은 일은 엄마가 회초리로 때려도 듣지 않을 정도로 고집이 센 아이라 어찌할 수 없다. 큰 천자총통을 어떻게 방포할 수 있겠는가?

진주대첩 상영시간이 아니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멋진 산책길이 있어 아내와 아이들이 사진을 찍었다. 진주성 안에는 멋진 산책길이 많다. 아내와 데이트를 진주성 안에서 많이 하였고, 사랑고백도 진주성 안에 있는 서장대에서 했다.

진주성 안에 있는 산책길에서 엄마와 함께
 진주성 안에 있는 산책길에서 엄마와 함께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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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에는 조선시대 관찰사 감영 정문인 '영남포정사'가 있다. 아이들이 영남포정사를 자기들이 지키겠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영남포정사를 지켰을까? 관찰사 몇 명이 이 문을 들어가고, 나섰을까? 그들은 정말 인민을 위하여 일을 했을까? 영남포정사를 지키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권력을 가진 관찰사가 아니라 인민을 위한 관찰사가 있었다면 그 관찰사처럼 인민을 위하여 사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영남포정사를 우리가 지킨다.
 영남포정사를 우리가 지킨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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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포정사를 내려와 오른쪽을 돌면 임진왜란 때 진주성 대첩을 이루었으며, 충무공 시호를 받은 김시민 장군 동상이 있다. 진주성 대첩은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로, 선조 25년(1592) 10월 5일부터 10일에 걸쳐 김시민이 지휘하는 3800명 병력이 이 왜장 나가오카 다다오키(長岡忠興)가 거느린 2만 명의 왜군을 물리친 전투를 말한다.

김시민 장군 동상 앞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김시민 장군 동상 앞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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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한 진주성 나들이는 논개와 김시민 장군을 만나게 한 유익한 시간이었다. 논개와 김시민 장군을 통하여 나라에는 무조건 충성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자신만을 위하여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논개와 김시민 장군, 함께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목숨 지키는 것만 생각했다는 왜장을 안고 남강에 몸을 던지거나 진주성 대첩은 없을 것이다.

진주성 정문인 공복문을 나서니 배가 고픈지 아니들이 보챘다. 밥 먹자고. 인심 한 번 크게 썼다. 아주 이름 있는 00피자를 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은 별로 였고, 다시는 돈 주고 사먹지 않기로 했다.


태그:#진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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