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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이틀 연이어 골프’라는 제하의 뉴스가 지난 1일 <조선일보>의 인터넷 신문인 <조선닷컴>의 메인면에 떴다. 이 기사는 같은 날 <문화일보>의 ‘盧-부산상고 동문 200명, 골프장 통째로 빌려 라운딩’이란 제하의 뉴스를 받아 쓴 기사다.

<문화일보>의 기사로 있을 때는 조용했다. 거대 신문 <조선>이 이 기사를 발굴해(?) <조선닷컴>의 메인면에 올리면서부터 시끄러워졌다. 조선닷컴은 처음에 ‘나라경제가 이 지경인데 노무현 대통령 골프 삼매경에 빠져’라고 제목을 붙였다가, 이후 ‘불우이웃 위해(?) 노 전 대통령 골프 삼매경에 빠져’라고 바꿨다.

다분히 의도적인 노무현 비틀기

'노무현 전 대통령, 이틀 연이어 골프' 기사 화면
 '노무현 전 대통령, 이틀 연이어 골프' 기사 화면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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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걸 눈치 채지 못할 독자는 없을 것이다. 비난 댓글이 이어지자 다시 ‘노무현 전 대통령, 이틀 연이어 골프’라는 조금은 연성인 제목으로 바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친 것이 대단한 잘못인 양 기사화했는데 반응이 거꾸로 가자 제목을 연성으로 바꾸다가 기어이 메인면에서 거둬들였다.

지난 1일부터 열린 이틀간의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 오는 길에 모교인 부산상고 동문회 주최 대규모 골프대회에 참석해 다음날 측근들과 골프를 쳤다.

<문화일보>가 골프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것을 보면, “28일 부산상고 동문회가 골프장에서 개최됐으며 노 전 대통령도 참석했고, 다만 이날 행사는 불우이웃돕기를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한다.

신문은 정치권의 관계자가 “나라 경제도 어려운데 전직 대통령이 이런 대규모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근 노 전대통령이 개설한 ‘민주주의 2.0’까지 걸고 늘어졌다. “퇴임한 지 얼마 안 되는 전직 대통령이 공식행사에 나서거나 ‘민주주의 2.0’ 사이트를 만드는 등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주문했다.

<조선닷컴>의 보도는 <문화일보>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쓰기 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누구인지 알리기 힘들고, 알릴 수 없고, 알리기를 꺼려하는 익명의 인사(?)의 발언을 기정사실화하여 ‘경제 어려운 것’과 ‘노무현 골프’를 상관관계가 있는 양 보도했다. 전직 대통령을 깎아내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무슨 한이 있는 것일까.

네티즌 비난여론 뜨거워

전직 대통령이 동문회 골프대회에 참석하여 골프를 친 게, 그것도 이웃돕기라는 좋은 목적을 가지고 한 행사가 이리도 크게 보도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현직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 기사가 <조선닷컴>의 메인면에 오르자 네티즌들의 비난 댓글이 봇물을 이뤘다. “한국경제가 어려운 게 노무현이 골프 쳐서...”라는 댓글을 위시해, ‘coreone’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이 기사는 전형적인 조선지라시식 기사다. 경제도 어려운데 골프나 치는 전진 대통령 노무현을 부각하고픈”이라고 적고 있다.

두 번씩이나 제목을 바꾼 것에 대하여 ‘odal88’은 “이 기사 하도 반응이 조선 욕하는 걸로 가니 벌써 기사 내리고 기사제목도 두 번이나 바꿨네. 조선아 부끄러운 거는 아니?”라고 썼다. “조선일보 사장님, 논설위원, 기자님들은 골프 안 치시나? 전직 대통령이 골프도 못 치나? 앞으로 조선일보 임직원 전원이 골프를 안 친다고 서약하면 이 기사의 진정성을 믿어 줄 수 있을 듯”이라고 쓴 네티즌도 있다.

결국 거대 언론이 스토커가 된 게 아니냐는 댓글도 있다. ‘hoonbk’란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은 이렇게 적고 있다.

“이제 그의 기사는 보고 싶지 않다. 그는 현재 권력을 잃은 촌부다. 그가 동문회에 가건 말건 그게 왜 중요하나 조선은 언제까지 그의 스토커가 되려는가. 그에게 못되게 군 죄가 제발 저려서 그러는가. 아니면 권력이 바뀌어 자신들이 민 현 정권이 삽질하는 동안 그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는 걸 어떻게든 가려보려는가. 늙은 촌부 좀 그냥 둬라. 그가 삽질을 하건 골프를 치건.”

이미 메인면에서 기사를 내린 1일 오후 11시 15분까지, 181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비난 댓글이 많다. <조선닷컴>은 비난 댓글이 비등하자 꼬리를 내리듯 기사 제목을 바꾸다가 기어이 기사를 뒤로 밀어놓았다.

파파라치 말고 언론이 되어야

노 전 대통령 측의 김경수 비서관은 <데일리 서프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이제 공직에서 퇴임하여 개인의 삶을 보내고 있다. 언론이 이렇게 사생활을 시시콜콜히 추격하여 악의적 기사를 싣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 기사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어느 네티즌의 말대로 “별 걸 다 기사화”하는 신문이 아니라, 본연의 언론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비이성적, 무조건식의 전직 대통령 흔들기보다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언론은 권력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통하여 나라의 살길을 제시하는 능동적 기능을 다해야 한다. 파파라치나 스토커가 하는 것 같은 일을 하거나, 중요한 사안들에 침묵하면서 작은 일에 침소붕대하면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하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태그:#조선일보, #노무현, #골프, #네티즌,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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