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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가면 천재라 하고 뒤처지면 잔재라 한다. 국가보안법은 구시대의 잔재이며 인권파괴다. 최보경 샘이 수업하는 거 보면 안다. 북한 옹호하지 않는다. 수업 한번이라도 들어보고 이야기해라."

 

"제자들이 고맙다. 어제 제자들이 만든 유인물을 들고 산에 올라가서 펑펑 울었다. 저는 젊다. 시련이 닥쳐와도 꿋꿋이 헤쳐 나갈 것이다. 부끄럽거나 도망가고 싶지 않다. 떳떳하게 영원히 제자들과 함께할 것이다. 고맙다."

 

촛불문화제가 울음바다가 될 뻔했다. 촛불을 든 간디학교 한 학생과 최보경 교사가 한 말이다. 이들은 27일 저녁 경남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반대, 최보경 선생님 지키기 위한 촛불문화제’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제자도 자유발언하다 눈물을 보이려 했고, 최 교사도 그랬다. 이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촛불을 든 150여명은 박수로 격려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간디학교 'BK Love'(대표 김준엽)가 마련했다. 'BK'는 '보경'의 영문 앞 글자다. 최보경 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간디학교 학생들이 최 교사를 지키기 위해 모임을 만든 것이다.

 

지난 2월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최 교사의 집과 교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고, 최 교사는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거쳐 기소되었다.

 

간디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최 교사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이들은 26일로 보름째 점심 한 끼를 굶는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으며, '최 교사는 무죄'라는 의미로 매주 목요일 흰옷입기운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 9~10일 사이 1박2일 동안 지리산 종주를 했는데, 배낭에 '최보경 샘은 죄가 없다'는 구호를 붙여 걷기도 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앞서 간디학교 학생과 전교조 경남지부 조합원들은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을 가르친 것이 죄가 되나요. 우리 선생님 최보경 선생님을 지켜 주세요"와 "정당한 교육활동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최보경 선생에 대한 공안탄압을 중단하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또 이들은 "보경쌤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들은 두 곳에 탁자를 설치해, 지나가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탄원서'를 받기도 했다. 또 학생들은 "저희 역사 선생님 찾습니다"거나 "언네, 재네가 우리 샘 잡아가"라는 문구를 몸벽보로 만들어 붙이고 다니기도 했다.

 

 

이날 촛불문화제 사회를 본 최찬욱 학생(2년)은 "최보경 샘한테 한국근현대사를 배웠는데, 북한은 적이다거나 우리편이다는 식으로 교육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끝까지 보경 샘 수업을 듣겠습니다"거나 "사랑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있어요", "어디서나 당당해요"라는 말로 영상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대해, 김준엽 대표(간디고교 3년)는 "최보경 선생님이 구시대의 악법으로 억울하게 당하고 계신다"면서 "학생으로서 선생님한테 수업을 계속 받고 싶다. 가만히 있으면 국가보안법 위반을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디학교 남호섭 교사는 자유발언을 통해 "8년간 최 교사와 교무실에서 같이 지냈는데, 그동안 조사와 재판을 받으면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며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면서 "그것은 학생들 때문이며, 제자들이 선생님을 지켜내겠다는데 어느 선생이 당당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남 교사는 "어떻게 보면 최 교사는 지금 기고만장해 있다. 공안당국이 잘못 찍은 것 같다"면서 "국가보안법이 무섭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몇 년째 뒷조사를 했다고 한다. 검찰에서 기소한 자료를 복사하는데 무려 30만원어치나 되더라. 그 자료를 보니 얼마전 학교에서 영화 <송환>을 상영했는데 외부에서 온 사람들의 차량번호까지 사진으로 찍어 놓았더라"고 말했다.

 

남 교사는 "조금 전 한 초등학생한테 국가보안법에 대해 물었더니, 그 학생은 '국가'라는 말은 생각 안하고 '보안'을 중심으로 생각하더라"면서 "컴퓨터 보안을 생각했는데, 그 학생은 해킹해서 걸리는 법인줄 알고 있더라"고 덧붙였다. 남호섭 교사는 김남주의 시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를 낭송하기도 했다.

 

 

이날 전교조 통일위원회 소속 교사와 간디학교 동아리 회원들이 몸짓․노래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 진선식 전교조 경남지부장 등이 참석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촛불문화제 현장에는 진주경찰서 정보과 소속 형사들이 나와 있기도 했다. 경찰은 정치집회로 비춰질 수 있어 펼침막 등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최보경 교사는 촛불집회 거의 마지막에 말했다.

 

"저는 학교 선생이다.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교사로서 양심을 갖고 이야기하고 싶다. 교사의 양심은 제자들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과서 속 지식만 이야기 하면 교사가 아니다. 제가 내뱉은 말 한 마디를 지켜가는 게 양심이다. 부끄럽거나 도망가고 싶지 않다. 떳떳하게 살란다. 고맙다."

 


태그:#최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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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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