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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나위발표회 소책자 표지와 사회자 동국대 최종민 교수
▲ 최종민 경기시나위발표회 소책자 표지와 사회자 동국대 최종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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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악에만 존재하는 시나위, 그 시나위는 무엇일까? 시나위는 경기도 남부, 충청도 서부, 전라도, 경상도 서남부 지방의 무속음악에서 나온 즉흥성이 강한 기악합주곡이다.

피리, 대금, 해금, 장구 등이 중심이 되며, 여기에 가야금, 거문고, 아쟁, 징이 더해지는 경우도 많다. 공연장의 시나위 연주는 보통 굿거리, 자진모리, 엇무리, 동살풀이 등의 장단으로 구성되는데. 여러 악기가 비슷한 선율을 연주하되 즉흥적인 변화를 주어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듯한 선율 진행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시나위'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남도의 무악(巫樂)'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주로 호남지방에서 많이 불리기에 '시나위' 하면 보통 '남도의 무속음악', 곧 '남도시나위'를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히 '경기시나위'가 존재했었다.

경기도당굿에서는 소위 경기시나위라고 하는 다성음악적(多聲音樂的)인 즉흥성이 강한 기악 합주를 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상당한 수준의 음악이란다. 또 그러한 기악에 맞추어 추는 춤도 도살풀이춤이나 터벌림춤들도 매우 세련되어 있다. 경기도당굿이 비록 무속에서 발전한 예술이지만 굿을 하려고 보여주는 음악과 춤은 결코 짧은 세월에 보여줄 수 없는 정말 세련된 전통예술이다.

경기시나위 도살풀이 연주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해금 김무경, 대금 이철주, 피리 최경만, 장구 윤순병, 징 김성엽)
▲ 도살풀이 경기시나위 도살풀이 연주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해금 김무경, 대금 이철주, 피리 최경만, 장구 윤순병, 징 김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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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나위 반주에 맞춰 도살풀이춤을 추는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도살풀이춤 전수조교 양길순)
▲ 도살풀이 춤 경기시나위 반주에 맞춰 도살풀이춤을 추는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도살풀이춤 전수조교 양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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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시나위는 남도시나위에 견주면 그동안 거의 연주하는 데가 없어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에 고 지영희 선생이 엮어놓은 곡을 다시 재현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9월 25일 밤 7시 30분 무형문화재전수회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경기시나위보존회(회장 최경만)' 주최로 '경기시나위발표회'를 연 것이다.

경기도당굿은 단순히 무속 일부가 아니라 살아있는 전통예술이다. 일제강점기 우리의 전통을 말살하겠다고 덤비던 일본 제국주의자들도 경기도당굿을 남길 수 있는 책 한 권쯤은 남겨두었단다. 이 도당굿, 도살풀이는 민속극장 풍류를 휘감는다. 피리 최경만, 대금 이철주, 해금 김무경, 장구 윤순병, 징 김성엽에 양길순의 춤으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근데 좀 어렵다. 뭔가 감성적인 연주가 아니라 수준 높은 음악적 바탕 위에서 연주가 되어서인가? 각 악기가 각각 다르게 연주하는 듯하면서도 기막히게 하나로 어울린다. 연주자는 정말 연주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살풀이에 견주어 배 정도 되는 긴 수건을 들고 도살풀이를 추는 춤꾼 역시 온 정성을 다 쏟고 있다.

그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인 탓인지 중간 중간마다 잦은 손뼉소리가 나온다. 나는 남도시나위가 아니라 경기시나위를 이제 더 많이 듣고 그 음악적 수준이 어디쯤인지 가늠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사회자인 동국대학교 최종민 교수는 말한다. "요즘 창작국악을 연주한다고 해서 들어보면 거의 서양음악 냄새만 난다. 국악의 기본 바탕 위에서 연주하지 않고 대중의 기호에만 영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오히려 국악은 버림받을지도 모른다. 그런 때 온갖 고생을 해가며 잊히는 음악, 경기시나위를 붙들고 몸부림치는 이들은 정말 우리의 보배이다."

취타풍류한바탕을 연주하는 경기시나위보존회원들(왼쪽부터 김무경, 이철주, 최경만, 윤순병, 좌고 김성엽)
▲ 취타풍류한바탕 취타풍류한바탕을 연주하는 경기시나위보존회원들(왼쪽부터 김무경, 이철주, 최경만, 윤순병, 좌고 김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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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부타령을 부르는 국립국악원 강효주 단원
▲ 창부타령1 창부타령을 부르는 국립국악원 강효주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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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부타령을 부르는 강효주와 경기시나위보존회 단원들(왼쪽부터 김무경, 이철주, 최경만, 윤순병, 김성엽)
▲ 창부타령2 창부타령을 부르는 강효주와 경기시나위보존회 단원들(왼쪽부터 김무경, 이철주, 최경만, 윤순병, 김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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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이 경기시나위만이 아닌 다른 곡들도 최종민 교수의 맛깔스러운 사회를 들으며 연주되었다. 맨 먼저는 피리 최경만·김효도, 대금 이철주, 해금 김무경, 장구 윤순병, 좌고 김성엽이 '취타풍류 한바탕'을 연주한다. 역시 이 곡도 지영희 선생 것을 계승했단다. 예전 조선시대 때 임금이나 귀인의 행차 때 어김없이 앞장서며 연주해댔던 바로 그것이다.

이어서 노랫가락 창부타령을 피리 최경만, 대금 이철주, 해금 김무경, 장구 윤순병, 바라 김성엽의 반주로 국립국악원 강효주 단원이 소리했다. 노랫가락과 창부타령은 서울·경기지역 굿에서 부르는 노래로 요즘은 경기민요 소리꾼이 경기창법으로 많이 부른다. 근데 흔히 서서 부르는 창부타령을 좌창으로 부른다. 좌창으로 저 깊은 소리는 내는데 내공은 얼마나 필요했을까?

이어서 윤순병의 장구 반주로 최경만 명인의 호적풍류가 민속극장 풍류를 꽉 채운다. 최종민 선생의 해설처럼 어찌 저렇게 명징한 소리가 울릴까? 가끔 우린 풍물굿판에서 저 소리를 듣지만 저렇게 명징한 소리가 들린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는데…. 호적, 또 다른 이름 태평소처럼 최 명인의 호적 소리는 세상의 태평을 만들어낸다.

호적풍류를 연주하는 최경만 명인
▲ 호적풍류1 호적풍류를 연주하는 최경만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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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병의 장구와 김성엽의 바라에 맞춰 호적을 연주하는 최경만 명인
▲ 호적풍류2 윤순병의 장구와 김성엽의 바라에 맞춰 호적을 연주하는 최경만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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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최 교수는 예전 방송 진행을 할 때 최경만 명인의 호적 연주곡을 신호음악으로 썼었다고 말한다. 이번 연주는 지영희 스승의 가락에 자신의 더늠으로 완성한 곡이라는데 호적 가락이 장구 장단 위에 마구 뛰놀고 있다.

이 공연을 주최한 보존회 최경만 회장은 "시나위는 한국 무속음악을 말하지만 또 다른 표현으로는 '신이 노는 음악, 신을 불러 모으는 음악'이라고도 한다. 지금이야 시나위 하면 남도음악을 먼저 떠올리지만 지영희 선생님이 살아계셨을 때는 '경기시나위' 음악은 경기의 대표적 시나위 음악으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안 계신 지금 이 음악도 점차 사라지지만 우리 제자들은 이를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라고 말한다.

청중들은 말한다. 그저 대중이 호응하는 음악 쉬운 곡을 연주하는 것이 대다수인데도 어려움을 마다치 않고 잊히는 가치 있는 곡을 다시 재현하고 정립해가는 이들 경기시나위보존회는 최종민 교수의 말마따나 우리 국악의 보배라고 말이다.

뭔가 짜임새가 없이 엉성할 것만 같은 소리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화음을 꾸미는 시나위, 옛날 우리 겨레의 삶을 보듬고 있었던 무속을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시나위, 그 경기 시나위는 이렇게 우리의 곁을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기시나위, #경기시나위보존회, #최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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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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