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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딩의 관문 따오청(稻城)을 출발하여 굽이굽이 산길을 3시간 달려 야딩에 도착했다. 이른 9월이지만 해발고도가 높은 그곳엔 이미 황금색의 가을이 찾아와 있었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수놓은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과 순백색의 만년설을 인 설산 아래로는 신록의 여름 옷을 벗어버리고 울긋불긋 화려한 가을 치장준비에 분주해 보였다.

 

 
파키스탄에서 시작해 아시아대륙을 관통하는 2000Km가 넘는 히말라야의 횡단산맥은 이곳에서 사천성 서부 고원을 가로지르는 사루리산맥과 만나 그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 옛날 히말라야 조산운동에 의해 형성된 하늘과 맞닿을 듯한 설산과 깊은 협곡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어찌보면 지구의 위대함보단 아름다운 상처가 아닐까 하는 명상에 잠기게 한다.
 
 
충고사를 거쳐 빙하가 녹아 만년설의 한기를 품고 흘러내리는 개울을 따라 줘마라호수(桌玛拉错,※错(춰)는 티벳어로 호수의 의미) 가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 설렌다. 투명한 물에 비친 푸른 하늘과 설산의 반영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1박 2일 힘들게 찾아온 것도 모자라 가득차 오르는 숨을 참으며 힘겨운 걸음을 보상이라도 하듯 가슴벅찬 감동과 희열을 선물해주는 곳이다.
 
이곳에 서 있는 순간만큼은 나에겐 세상에 대한 번뇌도 어깨를 짓누루는 모든 것도 사라진다. 그저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설산과 호수만 존재할 뿐이다. 신성한 기운이 담긴 바람이 내가 지닌 불필요한 것들은 모두 가져가버리고 타임머신을 타고 자연도 그렇듯 나 또한
태고적 그때로 돌아와 있는 듯하다. 몇 번을 다녀왔던 곳이지만 항상 쉽사리 발을 뗄 수가 없다. '다음에 다시오마~ 꼭 다시오마' 몇 번을 다짐을 하고서야 돌아설 수 있었다.
 

 

잠시 태고적으로 돌아간 나를 깨운 건 빗줄기였다. 예측할 수 없는 고산의 날씨. 서둘러 충구사로 돌아가 뤄롱목장으로 향한다. 센나이러설산과 샤뤄둬지·양마이용설산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뤄롱목장은 양마이용설산의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 뤄롱목장을 거쳐 센나이뤄설산과 양마이용 설산 사이의 가파른 고갯길을 올라서면 4300m에 자리잡고 있는 우유해, 오색해라 불리는 2개의 산정호수가 자리잡고 있다.

 

야딩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 두 개의 호수는 수목한계선(대략 4000m~4200m 사이)을 넘어선 황량함과 빙하가 녹아 흘러 형성된 터키빛을 자랑하는 호수의 물색, 만년빙하과 설산, 석회암봉들이 어우러져 신선들이나 살음직했을 태고적 자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비록 산소 부족과 고산 반응과 싸워야 하고 힘든 한 걸음 한 걸음을 인내해야 하는 곳이지만, 그 모든 걸 이겨내고 선 그곳에는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특별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연은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내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공평하다. 고생한 만큼 보여주고 기다린 만큼 그 신비로운 속살을 보여준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6번째 찾은 길이지만 그 길 위엔 언제나 새로움이 있고 특별함이 존재했다. 내년 다시 여기를 찾을 때는 3개의 설산 속에 감추어져 있을 수많은 사연과 비경들을 만날 수 있길 소망해 본다.
 

 
새로운 길. 그 길에 다가설 때면 언제나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한다. 설렘은 둘째치고라도 어쩌면 그 막연한 두려움이란 긴 터널을 통과해야하는 긴장감과 그 긴장을 통해 얻어지는 새로운 현실의 탄생이 좋다. 사진과 자료를 통해 만나는 그곳은 내겐 상상일뿐이지만 직접 그 길 위에 서 있으면 거기 있는 모든 것들은 현실이 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미지의 세계로의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이 길을 걷고 있다.

태그:#야딩, #우유해, #트레킹, #하늘로닿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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